벽지는 나무다 - 강병길(1967~ )
벽지는 색이 바래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뿌리와 잎을 지녔던 나무였다고
보여주는 것이다
안개와 비를 맞는 숲에서
새와 짐승들의 산에서
살아있고 싶은 것이다
그늘에 갇혀 그늘을 만들지 못하는 나무는
나무가 아니라고 고육을 짜내는 것이다
벽에 매달려 입김으로 연명하지는 않겠다고
벽지에 그려진 꽃마저 떨어뜨리며
나무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아무리 눈물 흘리고 통곡해도 애통한 감정을 다스리기는 쉽지 않다. 시신을 화장 또는 매장하고 나면 그래도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물이나 흙이나 하늘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안식을 찾았으리라 믿으며 그제야 고인이 돌아가셨다고 느낀다.
벽을 바른 종이도 시간이 가면 색이 점점 바래고 무늬가 지워진다. 수명이 다하면 마침내 뜯겨 나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나무로 만든 종이는 벽지 노릇을 끝내고 썩거나 불태워져 새와 짐승이 사는 산과 숲으로 돌아가서 뿌리와 잎을 지닌 나무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것이다. 다만 이 아름다운 자연의 순환을 거부하는 비닐 벽지가 문제다. 비닐은 숲으로 돌아갈 수 없어, 되돌아오기 때문이다.<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산행일: 2014.11.16 (일)
코스개관: 관암동고개-국지산-홍교재-태화산-고씨동굴3거리-각동리 (8시간30분)
날씨: 산행하기 좋은 날
멤버: 당나귀 10명
연속 2회 사정상 빠지고 오늘도 여기 가자 저기 가자 유혹이 많았다.
원래 스케줄대로이면 오늘 주왕지맥인데 미루어 준 덕분에 졸업산행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버스를 타니 10명이다. 그래도 오늘은 두자리라고 많은 거라고...
일단 잤고 휴게소 한번 쉬었고 그리고 출발.
오늘 오전산행은 점심을 차에 두고 가는지라 몸도 마음도 가볍다. 오늘 산행이 짧지 않아 부담이 훨씬 덜하다.
오늘 산길은 급경사로 몇번 오르내리고 조망도 없고 별로였다.
국지산 정상에서 총무님표 더덕차로 몸도 마음도 녹이고 사진 찍고 다시 출발.
드디어 임도를 만났다. 선두는 봉우리 하나를 더 넘었고 후미 백성은 임도따라 내려가니 후미가 선두가 되었다.
기사님은 밥 먹기 좋은 자리를 잡아 놓으셨다. 거기다 졸업식이라고 막걸리에 회무침까지.....
다른 반찬이 거의 필요없이 맛있게 아주 많이 먹었다. 그리고 오후 산행 출발.
태화산 가는 길 잠시 밭에서 우왕좌왕하다 길을 찾아 올라가는데 이전 산길보다 훨씬 길도 좋아졌고 조망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
새삼 오늘 졸업산행을 할 수 있어 참 행복하다 싶었다.
우측으로는 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멋진 경치가 펼쳐지는 태화산.
정상은 강원도와 충청도 경계여서인지 정상석도 2개나 있다. 사진 찍고 차 한잔 더 마시고 출발.
정상에서부터 고씨동굴 갈림길까지가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여기서도 선두가 잠시 직진했다 돌아오는 해프닝. 산행이 곧 끝날 줄 알았다.
갈림길부터 등산로가 희미해 지더니 곧 끝날것 같다가 앞에 산이 또 나타나고를 몇번 반복하고 마지막 무덤이 보이고 곧 하산할 줄 알았다.
헌데 웬걸? 여기서부터가 그야말로 오늘 산행의 고생문이 열리는 순간.
날은 어두워지는데 낙엽은 두텁게 깔려있고 길은 완죤히 급경사로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거의 낙엽스키 타는것 같이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팔, 다리에 어찌나 힘을 주고 내려왔는지 그야말로 기운이 다 빠졌다.
기나긴 살 떨리는 하산길이 끝나고 밭이 나와 이젠 행복 시작인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잠시 알바하고 어두컴컴한 마을에 도착.
관광시간이 지나서인지 동네는 한적하기만 하다.
다행히 문 연 식당이 있는데 맛도 깔끔하고 맛있다.
무사히 저녁 먹고 큰오빠가 저녁값 계산. 잘 먹었습니다.
차 타고 자다깨다 반복하며 무사히 귀가.
올해 긴 산행은 더이상 없고 주왕지맥 2번만 하면 주왕지맥도 졸업한다고...
-이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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