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4 산행

설설기며 주왕지맥 졸업하다 (주왕산, 12/21)

산무수리 2014. 12. 23. 00:00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 장석주(1955~ )


어렸을 때 내 꿈은 단순했다. 다만

내 몸에 꼭 맞는 바지를 입고 싶었다

이 꿈은 늘 배반당했다

난 아버지가 입던 큰 바지를 줄여 입거나

모처럼 시장에서 새로 사온 바지를 입을 때조차

내 몸에 맞는 바지를 입을 수가 없었다. (…)

작은 옷은 곧 못 입게 되지, 하며

어머니는 늘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를 사오셨다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는 나를 짓누른다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를 입으면

바지가 내 몸을 입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통 사이로

내 영혼과 인생은 빠져나가버리고

난 염소처럼 어기적거렸다(…)


여름에는 그래도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가 시원해서 좋다.

 요즘은 통 좁은 홀태 바지가 유행이다. 피부처럼 다리에 짝 달라붙은 스키니 룩 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저 바지를 입을 때는 다리를 억지로 집어넣으면 되겠지만, 벗을 때는 과연 어떻게 다리를 다시 빼낼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바짓가랑이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통 넓은 힙합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우습다기보다는 차라리 민망하다.
몸에 맞고 마음에도 드는 바지를 고르기는 쉽지 않겠지만, 약간 할랑할랑한 바지가 언제나 입기 편하고 보기에 좋을 듯.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산행일: 2014.12.21 (일)

코스개관: 하일동-주능선-주왕산-벽파령철탑-하안미리 (10:00~19:00)

날씨: 화창하고 제법 쌀쌀한 겨울

멤버: 당나귀 13명

영춘기맥과 주왕지맥을 뒤섞어가며 하다 영춘기맥을 먼저 끝냈고 오늘은 주왕지맥 졸업산행 겸 당나귀 송년산행.

지난주 안샘, 경란씨 송년산행 함께 하자 했는데 다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여의치 않다고 한다.

그래도 오늘 모처럼 13명이다.

상금씨가 새신자를 모시고 왔다. 거기에 김밥을 싸서 나누어 준다. 착한 딸이 함께 준비했다고.....

새 기사님이 운전하는 버스가 고속도로를 버리고 국도로 달린다. 어찌어찌 해 고속도로 들어서긴 했는데 시간이 좀 늦어졌다.

눈 쌓인 평창에서 언덕을 거의 올라가다 더 이상 가면 안되는 지점에서 하차.

 

 

 

 

 

 

 

 

 

 

 

 

 

 

 

 

 

 

 

눈은 생각보다 많이 쌓여있고 주능선까지 올라가는 길 러셀이 안 되어 있어 선두에 선 총무님 고생이 많으시다.

아무튼 주능선까지 가는데 1시간 반도 더 걸렸다.

눈밭에서 나란하게 걷는 모습은 해외 원정 분위기 나고 나름 멋있다. 원정을 대비한 훈련산행 같다.

주능선에서 총무님표 더덕차를 풀었다. 배낭이 정말 많이 무거웠겠다....

 

 

 

 

 

 

 

 

 

 

 

 

 

능선에서 주왕산까지 가는길은 내리막에서는 신나게 내 달렸지만 올라갈때는 은근 힘들다.

작가님이 선두에 서서 가신다. 대단한 둘째 오빠다.

올라서서는 총무님이 나무사이로 길을 잘도 찾아 내려가는데 확실히 눈 쌓은 곳은 내리막이 신난다.

임도가 나왔다. 햇살 따듯하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조금 더 가서 밥을 먹어야 할것 같다고 조금 더 진행하다 임도성 길을 또 만났다.

이곳에서 밥을 먹는데 밥을 다 먹기도 전에 바람이 분다. 날이 추워지니 밥을 그야말로 밀어 넣는 수준으로 먹고 후다닥 일어나느라 바쁘다.

총무님은 비상용 고체연로로 모닥불을 피워주는데 그래도 추운건 마찬가지.

오늘 새신자는 스패츠도 하지 않고 왔다. 이 눈에 발 젖을텐데....

힘든데 내색도 하지않고 쫓아오는데 상금씨표 김밥을 얼어서 먹을 수가 없어 밥을 안 먹으려고 하니 후미대장 신천씨가 먹는 만큼 가는거라며 억지로 밥을 먹으라 준다.

기록에 남으만큼 밥을 후다닥 먹고 다시 출발.

 

 

 

 

 

 

 

 

 

 

 

 

 

 

 

 

 

 

 

주왕상 정상에 섰다. 이때까진 정말 좋았다.

사방 조망이 트이고 건너편 가리왕산도 보이고 설경도 너무 좋았다.

주왕산에서 초반 내리막 내려갈때도 좋았다. 헌데 이쪽은 러셀이 전혀 되어 있지 않으니 걸음이 아무래도 늦어지도 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속도는 자꾸 늦어지고 발은 더 깊이 빠지고. 그래도 그래도 곧 끝날 줄 알았다.

헌데 하나 넘으면 또 나오고 또 하나 넘으면 또 산이 보이고....

철탑이 보여야 하산한다는데 철탑은 보일 생각도 하지 않고 손도 시리다.

오늘 디카가 없어 핸드폰으로 찍으려니 장갑을 벗어야 해 밥 먹고 나서는 걷는것만도 너무 힘들어 사진 찍기 포기.

 

그나마 죽기살기로 선두를 쫓아가는데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선두를 이대장이 서 러셀을 성큼성큰 해 가니 안 보이고 후미는 후미대로 점점 멀어여 보이지 않는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새신자는 얼마나 힘들까 걱정이 된다.

도대체 누가 오늘 산행 짧다고 소연산행으로 잡은건지 자꾸 불펴이 나온다.

해는 서산에 져 오는데 드디어 고압선 철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헌데 이 고압선 보이고 나서도 아주 한참만에 드디어 내려서는 길이 나온다.

급경사로 지그재그로 내려서는 길이 올라오는거면 정말이지 사망 직전일것 같다.

해는 이미 졌는데 드디어 선두 소리가 들리고 길이 보인다. 아 드디어 끝이 가까워왔구나....

 

 

배도 너무 고프고 기운도 소진하고....

일단 있는 간식 먹고 뜨거운 물도 마시고 후미를 기다리는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쉬면 몸이 얼것 같다. 여학생 먼저 내려가겠다고 했다.

이 임도도 길다는데 언제 내려가나 했는데 다행히 버스가 생각보다 높이 올라와 우릴 기다린다.

이젠 정말 끝이구나....

염려보다는 빨리 후미가 도착했다. 7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금씨 친구에게 절교 당할거라 하니 막 웃는다.

차에 도착하자 갑자기 행복감이 넘쳐난다. 선택적 치매증세가 또 발동하는구나 하고 웃었다.

송년회를 이곳에서 하자 하니 안양에서 기다리는 백성이 있다고 안양으로 간다고....

9시반 동편식당 도착.

 

 

 

 

2시간반 달려 동편식당 도착. 성사장님이 와 계시다.

경란씨도 온다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져 오지 말라 연락했다.

박사장님 1년 만이라고 뼈있는 한마디.

고기에 된장찌개 맛있게 허겁지겁 먹고 오빠 세분 퇴장, 회장님도 기사님이 너무 늦어져 출발.

나도 김치찌개와 고기 사가지고 퇴장. 반찬이 해결되니 뿌듯하다.

올 한해 몇번 빠지긴 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산행한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미리 추석~해피 설~

 

-작가님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