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6산행일기

영등삼총사 의상능선 맛보기 (북한산, 11/12)

산무수리 2016. 11. 12. 20:29
패랭이꽃
- 이승희(1965~ )

착한 사람들은 저렇게 꽃잎마다 살림을 차리고 살지, 호미를 걸어두고, 마당 한켠에 흙 묻은 삽자루 세워두고, 새끼를 꼬듯 여문 자식들 낳아 산에 주고, 들에 주고, 한 하늘을 이루어 간다지.

저이들을 봐, 꽃잎들의 몸을 열고 닫는 싸리문 사이로 샘물 같은 웃음과 길 끝으로 물동이를 이고 가는 모습 보이잖아, 해 지는 저녁, 방마다 알전구 달아놓고, 복(福)자 새겨진 밥그릇을 앞에 둔 가장의 모습, 얼마나 늠름하신지. 패랭이 잎잎마다 다 보인다, 다 보여.




패랭이의 옛말은 ‘펴랑이’이고, 펴랑이란 조선시대에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댓개비를 엮어 사용했던 갓이다. 패랭이꽃의 생김새가 그것과 비슷하여 처음에 펴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그것이 진화해 패랭이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맥락 때문에 패랭이꽃은 거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민중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된다. 이 시는, 가난하지만 착하고 “늠름”하게 살아가는 민중들의 “복(福)”된 삶을, 더할 수 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재현하고 있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추석 연휴 번개모임에 많은 인원이 참석해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자나 뭐라나 하면서 잡은 오늘.

남학생들 다 바쁘다고 결국 미녀3총사만 만났다.

9시반 불광역에서 만나 무사히 버스 앉아서 백화사에서 내리는데 오늘은 차 안에 외국인이 유난히 많고 백화사에서도 많이 내린다.

숨은벽에서 다 이쪽으로 이사왔나?

이쪽 동네 바뀐 모습이 어리둥절하다. 시골스런 모습이 조금은 그립다.














아주 오랫만에 산에 온 고천사, 그리고 골절은 아니라는데 갈비가 아픈 나.

산길은 초입부터 졌지만 피크일때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상상하고도 남을 단풍나무가 그득하다.

아쉬워하며 의상봉을 포기하고 계곡끼고 가사당암문으로 가는 길을 처음 가 본다.

초장 평지성 길이 나온다. 그러더니 계곡이 나오고 경치가 점점 멋져간다.

별 기대없었는데 새로운 길을 발견한것 같다.

큰 바위 위에서 커피와 떡으로 간식 먹기.

의상봉과 달리 사람도 거의없어 호젓해 더 좋은 이 길이 낙엽이 쌓여 간간히 헷갈리긴 했지만 아무튼 가사당암문 무사히 도착.
















기억에는 의상봉 올라가는 길만 피하면 난코스는 별로 없다 생각했는데 이젠 거의 모든 길들이 난코스로 보이니 산이 험해진건 아닐텐데 내 시력이 제정신을 차린건가?

다행이라면 능선에 단체가 많아 어쩔 수 없이 밀린다는것, 그 와중에 사진 찍는다고 잠깐 서고 우리팀 버벅대는거 보고 스틱 넣으라고 참견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하긴 우리 두 공주들도 정체하는데 일조를 했으니 뭐.

설상가상으로 추석무렵 다친 무릎이 다 나은줄 알았는데 다시 아파온다는 고천사.

평지보다 계단성 내리막에서 많이 힘들어 한다.

나도 힘주지 말라 해 왼손 쓰는게 불안해 부암동 암문으로 하산하기로......



















결과론이지만 탁월한 선택이었다.

의상능선에 단풍이 많은건 알고 있었지만 부왕동암문에서 산성매표소 방향은 졌는데도 아름다운 단풍들이 탄성을 불러 일으킨다.

가을동화가 저절로 써지는 그런 풍경.

길도 경사도 완만해 무릎이 안 아프다는 고천사. ㅎㅎ

단풍 피크가 지나선인지 원래 그런지 호젓해서 더 좋았다.

행복해 하면서 낙엽 쌓인 길에서 화보 찍고 평지성 등산로를 만나 스틱도 넣고 무릎보호대도 빼고 행복해 하면서 내려오는데 왼쪽 데크를 깔아 놓아 차량과 뒤엉키지 않아도 되 좋았다.

산행 못하는 사람들도 여기까지는 올 수 있는 그런 완만한 길과 멋진 경치.

이 길이 여름엔 마냥 지루하던 길이었는데 가을이라는 마법으로 환상의 길로 바뀌었다.

포장도로를 버리고 계곡길로 하산하는데 기억보다 이 길이 길어 계단에서는 뒤로 돌아 내려오는 고천사.

아무튼 거리상은 아니지만 시간상 4시간 꽉 채우고 무사히 하산 완료.





점심 대신 삶은계란으로 때운지라 배가 고프다.

만석장에서 쌈밥정식으로 이른 저녁을 먹는데 맛이 좋다.

밥도 먹고 찻집에서 맛좋은 커피까지 마시고 집으로~

내년엔 단풍철 맞춰 꼭 다시 오자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