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6산행일기

산정3총사 첫 눈밟기 산행 (북한산, 12/10)

산무수리 2016. 12. 11. 18:17
폭설 -류근(1966~ )

 
기사 이미지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 … )




지독한 사랑은 결별조차 힘들다. 지독한 사랑은 그 지독함 때문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랄 수 없다. 그리하여 떠난 사람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눈이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그 사랑의 발자국에 “하얗게” 맺힌 피가 잔영처럼 남아 있다. 사랑을 잃은 자, 모든 것을 잃은 자이다. 그래서 발이 묶이고, 그에게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류근 시인은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작사가로도 유명하다. 위 시는 이 노래와 잘 연결된다. 오죽하면 눈조차 “욕설처럼” 내릴까.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코스개관: 연신내역-불광중-불광사 입구-향로봉우회-비봉-승가봉-문수봉우회-청수동암문-대남문-대성문-행궁지-대동문-진달래능선-백련사 입구 (9:20~15;20)













시한부 백수기간이 가까워 진다. 

1차 목표는 덕유산. 대장은 같이 못가도 우리끼리 코스를 짧게 해서 가기로 한지라 오늘 산행은 동계 산행 대비 산행.

목요일 비가 내린지라 혹시 몰라 아이젠 챙겨가자는 명숙샘. 갑자기 찾으려니 안 나온다. 남의편이 아침에 겨우 찾아줬다. 아이젠 넣으면서도 쓸 일이 있을거라 전혀 생각 못했다.

날도 갑자기 추워져 두꺼운 옷 찾아 입고 출발.


연신내역 9시 도착. 아무도 없다.

지난번 안 보이던 꼬마깁밥과 어묵이 보인다. 아침이 부실한지라 기다릴겸 먹는데 두 여인 와 다같이 사이좋게 하나씩 먹고 오늘 간식 준비가 안되 김밥도 세줄 샀다.

가는길 명숙샘도 떡 한팩 사고 차영샘도 물 사서 출발.

2번째 가는 길이라 조금은 익숙하다.

오늘은 지난번과 달리 초입 둘레길 끼고 가니 헤매지 않고 순한 길따라 무사히 찾아가기.

그래서인가? 길이 조금은 가까워 보인다. 아니, 11월 산행에서는 더워 힘들었는데 오늘은 적당히 쌀쌀한 날씨가 산행 하기엔 아주 좋은 날씨.

능선에 올라서서 바람 피해 주능선 만나기 전 1차 간식으로 꼬마 깁밥 먹고 출발.
















이쪽 능선은 두번째이지만 역시나 감탄이 나오는 경치. 안 그래도 이 코스 확실히 하기 위해 한번 더 왔으면 했는데 탁월한 선택인것 같다.

명숙샘 배낭도 사고 싶다고 해 청계-광교에서 북한산으로 코스를 변경했는데 날도 좋아 산행이 쾌적하다.

주능선 만나고 사람들도 많아지고 테라스 바위에 앉아 커피와 떡으로 2차 간식 먹기.

바람이 약간 분다. 헌데 우리 다 먹기도 전 한팀이 밀고 들어온다. 그야말로 똥매너.

그 와중에 명숙샘 막걸리라도 한잔 권하면 용서해 준단다. ㅎㅎㅎ 술 많이 마시면 말도 안한다.



















비봉 우회길에는 예상대로 눈이 있었다. 벌벌 기며 이 길을 지나고 사모바위 지나는데 역시나 이곳이 따뜻하고 바람이 잠잠하다.

사람들이 사모바위 주변에서 밥을 왜 먹는지 피부로 체감. 우리야 간식 든든하게 먹어 출발.

사모바위 지나 내려서는 계단에도 눈이 좀 있었지만 금방 지나고 햇살이 따뜻해 더 이상 눈은 없을줄 알았다.

헌데 웬걸? 승가봉 내려서는 길에 눈이 쌓여있어 올라오는 사람이나 내려가는 사람이나 다들 버벅대고 줄잡고 오르고 내리고.....

내가 줄잡고 겨우 내려섰는데 두 여인은 아이젠을 하고 내려왔다.

그래도 여기 지나면 눈이 없을줄 알았는데 통천문 내려서는 곳에도 눈이 있고 문수봉 우회길에도 눈이 있다.

우리 고민없이 아이젠 착용. 탁월한 선택이었다.

청수동암문 가는 길 내내 눈이 제법 쌓여있다. 아이젠 없는 사람들은 설설 기어 다니는데 우리는 씩씩하게 올라가기.

명숙샘 산행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 실력이 진짜 많이 늘었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청수동암문에서 인증샷 하고 대남문 가기.
















대남문에서 구기동 가는건 지난번과 똑같으니 오늘은 조금 더 가자 했다.

대성문찍고 행궁지로 내려갔다 대동문으로 올라와 우이동쪽을 하산하자고 한다.

행궁지에서 대동문으로는 안 올라가본것 같아 콜~

아이젠 한 우리를 보고 다들 부러워 한다. 대부분은 아이젠이 없어서 못하는것 같다.

밑으로 내려섰다 대동문으로 올라갔다.


마지막 간식인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자리를 찾는데 담벼락쪽 햇살 따뜻한 곳에서 자기네 방 뺀다고 따뜻하다고 오란다.

가서 자리잡고 먹으려는데 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말을 시킨다.

어디서 왔냐, 연신내에서 왔다고 하니 그렇게 먼 곳에서 왔냐, 네팔이라도 가냐, 무릎은 괜찮냐...

여인 셋이 온게 신기한건지 어떤 사이냔다. 직장 동료라고 하니 돈 버는 직장 같지 않다나 뭐라나? 자원봉사 직장 아니냐 하며 갈 생각을 안한다.

샌드위치 남아 주고 커피도 한잔 줬는데도 출발을 안한다.

이렇게 올줄 알고 자리를 맡아 놨다나? 이럴줄 알고 샌드위치 넉넉하게 싸 왔다는 차영샘.

명숙샘 막내인줄 알았다나 뭐라나? 날 보고는 고수 같다나 뭐라나?

아무튼 대장 없이 우리끼리 오니 이런 수작도 벋게 된다.

같은 코스로 내려오면 어쩌나 염려를 했는데 산성매표소에 차를 놓고 왔다고.....








데동문 초입에도 눈이 있다.

얼마간 하고 가다 더 이상 눈이 없어 아이젠 빼기.

진달래 능선에서는 왼쪽으로 만경대, 인수가 잘 보이고 멀리 도봉산도 보이는 멋진 조망.

우이동으로 내려설까 하다 계단이 많아 백련사 하산하니 코스가 짧아 빨리 하산.

마침 버스 종점인데 버스타고 광장시장으로.......








종로5가 장비점에서 명숙샘 배낭, 양말 사고 차영샘 장갑. 양말 사고 광장시장에 가 순희네 빈대떡 사서 생태집에 가 생태탕 먹고 나니 차영샘 후배가 자기도 양말 사 달라고 해 다시 장비점가다 빈대떡까지 포장해 양말 사고 마무트 매장 들렸다 두 여인 옷까지 사고 커피로 마무리.

언니들과 놀려니 돈 많이 든다는 명숙샘. ㅎㅎㅎ

배낭 산 기념으로 저녁은 명숙샘이 쐈고 월욜부터 1주일간 00래가 안 나온다고 커피는 차영샘이 쐈다.

11시간 동안 함께 놀았다. 이전 멋진 동료와 함께 직장생활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