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웅(1969~ )
아무 힘 들이지 않고 문질러보는 어깨너머라는 말
누구도 쫓아내지 않고 쫓겨나지 않는 아주 넓은 말
매달리지도 붙들지도 않고 그저 끔벅끔벅 앉아 있다
훌훌 날아가도 누구 하나 알지 못하는 깃털 같은 말
먼먼 구름의 어깨너머 있는 달마냥 은근한 말
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은은한가
봄이 흰 눈썹으로 벚나무 어깨에 앉아 있는 말
유모차를 보드랍게 밀며 한 걸음 한 걸음
저승에 내려놓는 노인 걸음만치 느린 말
(…)
이곳이 저곳에 내려앉는 가벼운 새의 말
또박또박 내리는 여름 빗방울에게 어깨를 내주듯
얼마나 글썽이는 말인가 어깨너머라는 말은
“어깨너머”는 경계(境界)의 자리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어가는 자리, 한 사물이 다른 사물을 만나는 접속의 자리. 그러나 “어깨너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탈주(脫走)와 전이(轉移)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은은하고, 느리다. 떠난 세계와 떠날 세계가 길항(拮抗)하지 않는 곳, 한 어깨가 다른 어깨를 내어주는 곳.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산행일: 2017.5.7 (일)
코스개관: 얼음골-천황사-동의굴-천황산-재약산-고사리분교터-표충사 (10:10~16:10)
날씨: 햇볕 쨍하고 미세먼지 있던 날. 헌데 바람은 날아갈것 같이 많이 불었다.
멤버: 당나귀 10명
오늘은 수도지맥 하기 전 낙동정맥에서 빠진 천황-재약산을 하기로 한 날.
미세먼지 최고라는 날. 어제에 이어 산에 또 간다고 새벽부터 태클 들어온다. 좀 이른 시간인데 얼른 나왔다.
오늘 버스가 헐렁하다. 일단 잤고 선산 휴게소에서 간식 사 먹고 다시 자고 10시 넘어 주차장 도착.
얼음골에서 천황산 케이블카가 운행 된다. 오늘 오르막기 급경사라도 한다. 정말이지 타고 싶었다.
헌데 가격이 12000원? 비싸다.....
주차장에서 인증샷 하고 다리 건너가면 바로 얼음골이라고.
얼음골은 1000원 입장료를 받는다.
케이블카를 물어보니 편도는 없고 왕복만 판단다.
우리 12만원 벌었다 좋아했다.
초입 천황사라는 작은 절 옆 다리를 건너면 등산로가 나오나보다.
길은 초장부터 너덜성 돌 계단길. 그래도 경사가 생각보다는 덜 급하다.
조금 올라가니 얼음이 언다는 돌 무데기가 있고 철책으로 막아 놓았다.
진짜 얼음이 조금 남아있다. 이맘때는 거의 녹고 여름이면 다시 언다나?
그래서인지 계곡은 시원하고 그늘이라 좋았다.
조금 올라가니 이정표가 보인다. 동의굴과 천황산.
작가님 동의굴 방향으로 가시더니 너덜이고 길이 없다고 되돌아 오신다.
우린 아무 의심없이 (사실 조금 의심 감. 중간에 계단이 있었다) 왼쪽 길로 올라가는데 길이 진짜 너덜이고 돌들이 살아 움직인다.
등산로 정비 진짜 안 해놨다고 속으로 욕하면서 이 길을 되돌아 오지 않아도 된다는걸 좋아했다.
중간 나무가 없는 곳은 땡볕이고 더운데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다 했는데 직벽이 턱 가로막고 있다.
경치도 경치려니와 시원한 바람의 정체가 밝혀져 좋아했다.
직벽 한쪽에는 물이 흐르고 꽃도 피어있는 경치.
헌데 이대장이 안 보인다. 가장 후미에 있다는데 오늘도 컨디션이 난조인가 했다.
문제는 이 멋진 직벽에는 길이 없다는 것.
여긴 암벽 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라는게 최종 결론.
내심 가장 후미에 선 이대장을 다들 부러워했다.
어쩔 수 없이 가고싶지 않은 너덜길을 되돌아 내려가야 했다. 엉엉.
gps도 있고 스마트폰에 앱도 있건만 미리 보면 얼마나 좋았을까......
갈림길까지 되돌아가려니 생각보다 많이 올라왔다. 이래저래 시간을 많이 잡아 먹었다.
다시 계단성 너덜을 올라가려니 힘들다. 이 길 올라가기도 힘든데 내려오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내려오는것 보다는 낫다고 위안을 삼았다.
동의굴로 추정한다는 굴은 너무 작아 웃음만 난다.
동의굴 지나 본격적 너덜성 계단이 나온다.
그나마 경사가 생각보다는 급경사가 아니라는것.
겨우겨우 능선에 붙었다. 헌데 이 대장은 안 보인다. 전화를 해 보니 우리가 갔던 길도 아니고 원래 등산로도 아닌 길로 올라가 직벽에 가로막혀 있단다.
주 등산로에 올라가 점심 먹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안부에서 주 등산로도 생각보다 많이 간다.
갈림길이 나오고 샘물상회, 천왕산 갈림길이 나왔다. 오늘 산행 제일 힘든 구간은 지났단다.
여기서 큰 나무아래 자리잡고 밥을 먹는데 얼음골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춥기까지 하다.
윤호씨 맥주 3캔 가져와 한캔은 이대장 준다고 남겼다.
밥을 다 먹었는데도 이대장은 안 나타난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출발.
주능선에 붙고 조금 진행하니 드디어 천황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
경쾌하게 능선이 보이니 정말이지 좋았다.
사람도 많아졌고 바람도 어찌나 시원한지 모자가 날아갈것 같다.
그래서인지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다 모자를 들고 있다. ㅎㅎ
정상이다. 사방이 트여 정말이지 멋진 조망을 보여준다. 인증샷 하고 바람 마음껏 쐬고 천황재를 향해 출발.
천황재까지는 거의 데크가 깔려있다.
정상에서 주차장처럼 보이던게 내려와보니 데크와 나무의자들.
의자들이 낡아 부서진것도 있다.
총무님은 이곳에서 머리빠진 억새들 바람이 일렁이는걸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 멋진 억새밭이 사실을 똥밭이라는 윤호씨. 데크에서 비박 한 사람들의 소행이란다. 멋있다고 함부로 들어가면 안된단다.
그래도 여기서 비박 한번 해 보고 싶었는데........
우리도 함께 보고 다같이 미스코리아 사진도 찍고 재약산 향해 출발.
천황산에서 바라본 재약산 정상 주변이 암릉으로 험해 보이더니 정상에 가까워지니 암릉이 보인다.
땡볕에서 재약산 정상에서 인증샷 하고 바로 아래 데크에서 앉아 쉬며 이대장 전화 통화.
재약산 거의 다 왔다고.....
금방 이대장 나타났다. 직벽에서 죽을뻔 했는데 겨우 올라왔단다.
샘물상회 안 들렸냐고 하니 거기 들릴 정신이 없었다고. 키가 조금만 작았어도 못 올라왔을 거란다.
그러더니 원래 오늘 계획은 재약봉-향로산-쌍봉-섬들가든인데 다같이 탈출 코스인 표충사로 내려가자 한다.
모처럼 산에 온 현숙씨만 산행이 짧아져 조금 아쉬워하고 미세먼지 많아 오늘 산행은 길게 하면 밑진다는 작가님. ㅎㅎㅎ
다같이 행복해져 전원 탈출 하기로.....
죽을뻔 했다는 이대장은 이 말이 무색하게 제일 먼져 내 달려갔고 이쪽 등산로도 거의 다 데크가 깔려 있는데 오늘은 큰오빠까지 내 달려 앞서가신다.
데크에는 고무판까지 깔려있어 푹신하기까지 하다.
데크길 내려왔고 임도를 만났고 이곳에서 고사리분교터로 내려오니 다시 임도를 만났다.
이곳에서 잠시 쉬고 여기서 층층폭포쪽 포장도로로 내려가지않고 우측 짧은 길로 간다고....
이 길은 초행인데 생각보다 길이 푹신하고 그늘이라 처음엔 좋았는데 길을 돌려놓아 생각보다 아주 멀었다.
막판 내가 넘어지니 여긴 국립공원이라 등기가 안된다는 현법. ㅎㅎㅎ
멀리 절이 보이고 대숲이 보이더니 등산로가 끝났다. 여기서 간식 먹고 절구경 하기.
절은 초파일 직후라 아직 등도 달려있고 화사하고 사람도 많다.
잠시 법당에 들어가 절하는 사이 다들 나가버리고 현법과 신천씨만 남았다.
후미 백성들끼리 사진 찍고 찍히고 내려가니 매표소 직원께서 케이블카 타고 왔냔다.
오늘 바람불어 케이블카 운행 안 했다나?
걸어왔다고 하니 대단하다 한다.
우리 차 주차장 밖에 있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출발.
오늘같이 먼지 많은 날은 삼겹살에 미나리를 먹어야 한다고....
멀지 않은 곳에 밀양 미나리 단지 간판을 보고 찾아가 삼겹살과 미나리를 먹었다.
현법이 카드를 총무님께 맡기며 7시까지는 무한리필이라고....
우리 테이블에는 고기굽는 선수가 2명이나 있어 편안하게 배부르게 먹고 밥까지 볶아서 아주 잘 먹었다.
7시 출발.
이대장은 자식 자랑을 했고 ㅁ후보가 당선되 5년후 마음에 안들면 대장을 안 한다나? 산행을 안 한다나?
회장님 왈, 그럼 대장 하지말고 회장 해. 다같이 웃었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차가 막혔는데도 11시 조금 넘어 안양 무사히 입성.
영알에서 비와 흐린 날씨 때문에 조망을 거의 못 봤는데 오늘 영알의 경치를 제대로 본 멋진 날이었다.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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