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7산행일기

산인듯 산이 아닌듯 (낙동정맥,숙재고개-한무당재, 4/2)

산무수리 2017. 4. 4. 00:03

꽃이라 불렀는데, 똥이 될 때 - 유하(1963~ )


이 곰은 성질이 사나워서

사람을 해치기도 합니다

불곰이 갇힌 철창 으스스한 푯말 앞에서

저 곰 바보 같애

실없이 웃고 있는 구경꾼들

무엇이 성질이 불같은 정글의 왕자를

실없는 바보로 만드는가

갇혀 있기에 길들여진 것은

엉덩이에 까맣게 똥이 눌러붙은

저 꽃사슴 떼처럼

추하다

이 시는 아름답습니다

꽃향기가 납니다

나도 푯말만 내걸은 적은 없는가

동물원 꽃사슴 같은 시만

푯말 걸고 노니는 시대에

갇힌 철창 속에서도

똥을 꽃으로 만개시키는 이들이 무섭다



아이들과 때때로 동물원을 찾곤 했습니다. 김밥이랑 과자랑 다디단 초콜릿이랑 음료수도 가방 늘어지게 담고는 이 동물 저 동물 저마다 관심 있는 녀석들 근처로 가 오래 맴맴 맴돌도록, 그걸 수업이랍시고 행한 적이 있습니다. 물개 쇼는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물개 박수 치며 졸라대는 아이들에 이끌려 극장에 들어가서는 혼자 볼 장 다 보고 나오기도 했는데요, 보자고 할 땐 언제고 물개 불쌍하다며 일찌감치 줄행랑을 쳐버린 아이들 탓에요. 동물원에 다녀온 뒤로 아이들이 쓴 시 속에서 물개는 하나같이 감옥에 갇힌 죄 없는 투사의 이미지였어요. 가난하고 억울하고 비루먹은 인생들을 죄다 그려놓았지 뭐예요. 아무래도 나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호랑이 선생님은 될 수 없었던 모양이에요. 사는 거 별거 없다, 기대도 희망도 없이 그냥 하루살이처럼 살아라, 그래야 죽을 때 곱다, 충고랍시고 그리 떠들었으니까요. 요즘도 맘이 심란하면 동물원에 갑니다. 이 동물 저 동물 나를 비추는 거울 같은 녀석들이 차고도 넘치는 연유랄까요. <김민정·시인


산행일: 2017.4.2 (일)

코스개관: 숙재고개-909도로-아화고개-만불산-관산-한무당재 (10:00~17:50)

날씨: 다소 쌀쌀하지만 산행하기 좋은 봄날

멤버: 당나귀 10명



토요일 현법의 갑작스런 모친상, 경란씨도 4월은 바빠 결석계 내고 정임씨까지 발목에 발목 잡혀 10명이 출발.

비 예보로 염려했는데 날은 좋아질것 같은 행복한 예감.

오늘 중간에 차를 두번 만날 수 있는데 마지막 만나는곳 지나면 막판 까끄막을 올라가야 한다고....

이 말 들은 회장님 아예 거꾸로 치고 밥을 차 만나 먹는건 어떠냐고?

졸지에 북진으로 방향이 변경.

차로 갈 수 있는 아주 높은 곳까지 데려다 주어 출발한 시간이 10시.

내 디카는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 ㅠㅠ

 

초장 능선길과 임도길로 나누어 진다. 난 당연히 임도.

임도 걷고 만나는 곳은 생식마을이라는데 스피커에서 예배소리는 시끄러운데 사람은 거의 살고 있지 않는것 처럼 보인다.

이곳을 통과해 산으로 올라가니 나오는 갈림길.

사룡산 찍고 백 한다는데 어째 길이 자꾸 내려만 간다.

총무님, 이 길이 아니라고 바로 백하니 반대편 방향이 사룡산 정상.

사진 찍고 되돌아내려와 낙동정맥 잇기.

산에 진달래개 어여쁘게 피기 시작하는데 디카로 찍지 못하니 아쉽기만 하다. 휴대폰으로라도 몇장 찍었다.


 

 

 

 

사룡산 정상 찍고 비슬지맥 갈림길을 만났다. 인증샷 하고 출발.


 

 

 

 

 

 

 



갈림길 지나니 암릉도 나오고 제법 가파른 길이 나온다.

곧 암릉과 나무가 어울어진 조망터가 나온다. 

날씨도 비가 온 후라 맑고 길도 촉촉해 먼지도 나지 않는다.

이 길을 점심 먹고 올라왔다면 땀 깨나 쏟았을 길을 내려가니 행복하기만 하다.

진달래까지 활짝 피어있어 얼굴에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많이 내려온것 같은데 동네 야산을 계속 내려가다보니 나무사이로 분홍빛이 어여쁘다. 진달래는 아닌데 뭘까? 홍매화다. 

출발 후 2시간여 만에 버스를 만났고 개나리 활짝 핀 길가에서 밥을 펼쳐놓고 먹었다.










밥 먹고 혹시나 해 디카를 켜보니 억지로 켜지기는 하는데 잘 꺼지지도 않고 한번 끄면 다시 켜기가 힘들것 같아 켜놓고 다니기로.....

강사장님과 신천씨는 중간 건너뛰고 아화고개에서 합류 한다고....

우린 차 만나면 마실 물을 놓고 오후 산행 시작하는데 곧 파란 보리밭이 나오는데 길이 질어 신발에 달라붙어 발도 무겁고 흙은 자꾸 바지에 튀어 오른다.

그 와중 고라니가 뛰어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곧 산으로 연결되고 묘 정비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조금 더 진행하니 나오는 건설중인 도로 아래로 통과.







도로 통과하고 도로와 나란한 길을 따라 가는데 리본은 산쪽으로 붙은것 같은데 총무님은 길로 안내를 한다.

여기도 임사모인가 했는데 임도가 아니라 마을길이다.

마을에는 밭과 과수원으로 되어있어 길을 조금 헤매고 숲을 조금 헤치고 겨우 다시 길을 만났다.

우리 버스는 이곳보다 아래쪽에 있다는데 총무님 잠시 고민하다 차를 불렀다.

이대장은 차를 만나 부탁한 맥주를 마시고 그쪽에서 만불산을 올라간다 했고 강사장과 신천씨는 진작 출발 했다고....

우리도 차에서 물과 간식 들고 만불산을 향해 길 아닌 길 치고 올라가기.







길을 치고 올라간 덕분에 정맥길에서는 볼 수 없는 아미타 영천대불을 뵙고 그 뒷산을 오르는데 길을 새로 정비중인지 길이 둘레길처럼 무작정 돌려놓았다.

겨우겨우 올라가니 정상인지 평지인지 헷갈리는 곳에 붙은 만불산 표시.

허무해 하며 이젠 관산을 향해 출발.













만불산에서 관산 가는길은 다시 길을 만났고 산위의 공장을 향해 올라가보니 공장이 아닌 닭 키우는 영축산인데 이걸 산 이름인줄 알고 실소를 지었다. 천년란이라는 이름이 있다.

여기서 위로 치고 올라가니 넓은 마늘밭이 보이고 더 멀리 모자처럼 생긴 관산이 보인다.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것 같아 조금 되돌아와 왼쪽으로 가니 관산 가는 길을 만났다.

한 남자가 차 대놓고 칡을 캐고 있다. 이 칡은 작가님이 캐는것 좀 도와주시고 얻어와 맛 볼 수 있었다.

평평하던 길이 조금씩 올라가더니 관산 정상은 보일듯 보일듯 몇 고비 올라가니 나온다.

기운 빠져 간식 먹고 물도 마시고 쉬고 있으려니 중간 급유한 이대장이 뒤늦게 도착해 그래도 맥주 몇개를 남겨와 임사모도 맥주를 맛 볼 수 있었다고.....






 

관산에서 한무당재까지는 5.3 키로라는데 길은 평지성 길이라고....

과연 관산 정상지나고는 거의 평지성 길이라 좋다 했더니 웬걸?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진다.

평평한 곳은 멀리서 보이던 정상부의 평평한 곳이고 내리막은 모자 경사부분인데 정말이지 살 떨려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무릎도 아프고 발톱이 빠질것 같다.

그래도 무사히 내려오니 이제 아주 높은 봉우리는 안 보여 행복했다.


맥주로 원기충전한 남자들이 내려오자마자 추월하더니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총무님 왈, 음주산행 주정 하는거라나 뭐라나?

헌데 기운이 빠져 음주산행 한 사람들이 부럽기만 했다.

길이 순해지고 내 딴에는 죽어라 걸었는데도 거리는 생각보다 좁혀지지 않았고 평지같다가도 조금씩의 오르막이 나오니 힘드는건 마찬가지.

그래도 6시 전 한무당재 도착하니 정말정말 기뻤다.

춤추며 내려오니 강사장님과 신천씨도 놀며놀며 내려왔는지 바로 앞에 계시다. 신천씨는 두견주 담근다고 진달래까지 한 보따리 땄나보다.

옷 갈아입고 영천 시장으로 출발.


 

지난번 갔던 포항할매곰탕집에 가니 영천 장날이라서인지 오늘은 영천 시내에 차도 사람도 많아 사람 사는 동네같다.

갈증이 나 곰탕국물을 몽땅 마셔버렸다.

오늘도 몇몇은 공기밥. 국물까지 리필 해서 먹는다. 정말이지 위대하다. 오늘 저녁은 강사장님이 쏘셨다.

오늘도 곰탕 포장하고 시장에서 김도 사고 뿌듯하게 차 타고 푹 자고 11시 넘어 평촌 도착.

2년에 걸쳐 하던 낙동정맥도 한번만 더 하면 진짜 졸업이라고.

처음 시작할때 과연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는데 여기까지 오니 내 자신이 대견하다.

마지막까지 화이팅~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