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7산행일기

출발, 수도기맥 (지경리-삼도봉-거말산-우두령, 5/21)

산무수리 2017. 5. 22. 23:47

<초여름>

 

박태언

 

 

온 산이

아래, 중간, 꼭대기

소년 소녀가 가득하다

연하고 가냘픈 피부의

청소년 소녀들이 살랑대며 재잘댄다

푸른 대화로 술렁대고 수런스럽다

위로 뛰고 옆으로 돋고 아래로 뻗는 힘

어디로 튈지 모른다

사이사이 사각대며 키재기를 한다

외로운 빈 하늘 공간에 푸르름으로

외로움을 밀어내며 성장한다

누구나 외로우니까 말없이 자랄 뿐이다

시간은 뿌리 가지 전신 모두를 자라게 한다

동공 속으로 흔들어대는

잎새가 손 흔들며 반긴다

내 귓속 가득 온통 산이 재잘대고

온 산 가득 소년 소녀를 품고

싱그러움에 나도 따라 푸르러간다


산행일: 2017.5.21 (일)

코스개관: 지경리-삼도봉-감주재-국사봉3거리-배티고개-우두령 (9:30~18:00)

날씨: 6월같은 5월

멤버: 당나귀 13명

기타: 늦은 시산제 지내던 날






낙동정맥도 끝났고 영남알프스 특별 산행도 끝나 수도기맥을 시작하는 날. 시작에 맞춰 좀 늦은 시산제까지 하기로 한 날.

5월 첫주부터 당나귀 산행에 합류한다던 필샘은 무릎이 길고 빠른 산행은 아직은 무리인것 같다고 못 간다고 봉투만 건네 받았다.

현법도 오늘 결혼식때문에 못 온다고 결석계 제출 한 날. 아주 오랫만에 이사장님이 참석.

시산제 준비물 차에 실어놓고 오려던 총무님은 오늘만 기사가 바뀌어 차가 늦게 와 그냥 싣고 오셨다.

농수산 버스정류장에 짐 내려놓고 늦게 도착한 버스에 싣고 출발.

금산 인삼휴게소는 관광버스가 바글거리고 여기저기 밥 먹느라 바쁘다. 우리도 모처럼 신마담이 나와 커피 서비스.

오늘부터 이동거리는 좀 줄어들어 일찍 시작하나 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이르진 않지만 그래도 9시대에 차로 많이 올라가 시작.











포장도로 따라 올라가는데 길 양쪽에 내 눈에도 곰취가 보인다.

부지런한 백성들 갑자기 달려들어 뜯기 시작.

헌데 농장 주인이 나와 이 길로 가지말고 오른쪽 길로 가라고 한다. 염소를 방목 하는 길이라고....

의심쩍은 길을 따라 울타리 넘어 올라가는데 나물뜯는 백성들은 아직도 감감소식.

여기서 우측으로 붙었어야 제대로 된 등산로였는지 우리가 올라가는 길은 너덜성 돌이 깔려있는 길이 나온다.

그 너덜길 올라가면서도 하니조는 나물까지 뜯는다. 졌다~




















올라가니 정상 등산로를 만나 다행이다 싶었다.

헌데 선두는 다 우측으로 올라가 버렸는데 정사장이 왼쪽이 삼도봉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서 우리만 삼도봉 찍고 간다고 왼쪽길로 가다 이정표를 보니 거긴 대덕산이다.

그나마 눈 밝은 회장님이 바닥에 떨어진 이정표를 보는 바람에 대형 알바를 면했다.

헉헉대며 삼도봉 정상 올라가니 사방이 트인 그야말로 멋진 조망을 보여준다.

덕유산에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구름 사이로 보이는 멋진 경치.

그리고 산철쭉도 아직 남아있다.


삼도봉은 대간 구간이라 오리지날 당나귀 멤버들은 대간을 남진, 북진 2~3번 했는데도 이 코스가 기억이 안난다고.....

얼굴 시뻘건 날 보고 아래에서 맥주 마셨냐고 놀린다.

오늘 제일 높은 삼도봉을 찍었으니 이전 고생 끝 행복 시작일줄 알았다.

















처음 내리막 코스는 길도 푹신하고 꽃도 피어있는 진짜 행복한 길이었다.

날이 많이 가물어 흙이 드러난 곳은 먼지가 펄펄 나긴 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멋진 코스라는데 공감.

헌데 계속 내려가는데 결국 바닥을 치니 말라가는 밭이 나왔다.

여기 풀밭에서 12시 전 점심을 먹었다. 총무팀표 상추쌈으로 풍성하다.

반찬 중 엄나무장아찌, 귀한거라고 하니 안 팔리던 반찬이 팔린다. 어묵도 신천씨가 부산어묵? 하니 또 먹기 시작.

총무님 왈, 알타리 마누라 몰래 싸온거라고 웃긴다. 아무튼 하도 웃어 뭘 먹었나 기억이 안 날 정도.


















점심 먹고 밭을 몇번 가로지르고 산길로 다시 접어들기.

산길은 험하지는 않는데 희미한 곳이 많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은 아닌것 같다.

삼도봉에서 내려온 길은 대간 어프로치 길이라는데 여긴 길이 혼자 오면 이 길 맞나 계속 불안해 하면서 갈 길이다.

선두 내려가던 사람들이 되돌아온다. 그 길이 아니라고, 길이 ㄱ자로 팍 꺾이는 길. 모처럼 후미가 흐믓한 날이다.

여길 지나서 벌목해 놓은 어수선한 산길을 올라가니 중간중간 키 큰 관목 사이를 지나는 호젓한 길도 나온다.

그 다음은 우측 팬스가 쳐져있는 담벼락을 계속 끼고 내려가는 길.

한참만에 임도를 만났다. 여기가 국사봉 3거리? 

아니란다. 감주재라는데 나물꾼을 만났다. 강사장님은 원래 탈출 예정인 배티재가 아니라 이곳에서 하산하시겠단다.

정임씨도 이곳에서 함께 내려간다고 했고 그 와중에 작가님은 먼저 국사봉을 향해 출발.


오늘 후미그룹인 이대장. 이사장. 신천씨는 길을 잘못 들어 도저히 되돌아 올 수가 없어 길따라 배티재로 하산해 거기서 다시 올라온다는 소식.

사실 감주재에서 탈출하고싶은 유혹이 있었다. 갑자기 여름 날씨인데 산 정상주변은 그래도 시원했는데 내려오니 완전 한여름에 점심까지 먹고 나니 갈증이 난다.

그래도 탈출하면 후회가 될것 같아 출발.









그냥 땅만 쳐다보고 올라가 드디어 국사봉3거리. 

작가님이 안 계신걸 보니 국사봉 정상에서 기다리고 계시나보다.

젊은피 윤호씨 대표로 보내고 우리들은 쉬다 누가 대신 가 주는것 아니니 하산하기로.....

헌데 이 길 군데군데 미끄러운 맨흙 급경사길.

거의 기다시피 내려오며 길 다 뭉개놓고 내려와 국사봉 찍고 오는 분들이 더 힘들었을것 같다.

임도를 또 만났다. 여기가 배티고개냐고 하니 택도 없다고.......
















대숲 지나고 마을 지나고 성황당 지나고 다시 대숲 지나고를 반복. 

그 와중에 죽순까지 채취.

중간중간 바람부는 곳에서 쉬고 간식먹고, 쉬고 간식 먹고 언제 배티재 나오나 싶을때 다시 임도 만났고 작약 예쁘게 핀곳 지나니 드디어 배티재.

무더위 쉼터 앞 벤치에 우리팀이 쉬고 있다.

신천씨는 기다리다 먼저 출발했다 했고 이대장은 세수하느라 벗어놓은 안경을 이사장님이 못 봐 밟아 깨졌다고...

다들 덥고 목말라 총무님이 비상용으로 준비한 물을 보충하느라 바쁘다. 

여기서 더 쉬면 진짜 발목 잡힐것 같아 출발.

이정표는 거창와 김천의 경계.














여기서 거말산은 3키로라고 하는데 길은 공사중인지 파헤쳐 놓아 그지같고 거말산 정상은 솟아있어 올라가려면 땀깨나 흘릴것 같다.

중간 우두령 바로 내려가는 길과 정상 1키로 갈림길이 나온다. 회장님이 초코렛을 주셔서 허기져 먹었다.

후미가 되어 올라가는데 개활지 지나고 나니 그나마 평지성 길이 나오는데 가다보니 높은 봉우리가 안 보인다.

초코렛 기운 떨어지기 전 나름 열심히 올라가는데 벌써 다 올라왔나 싶었는데 웬걸? 여기서 좌측으로 꺾어 다시 올라가야 하는 길이다.

죽어라 올라가니 등산로 정비는 제대로 안 되어 있는데 제법 긴 계단이 나오고 작가님이 진작부터 기다리고 계시다.

계단 끝 정상이 있는줄 알았는데 거기서도 한참 올라가야 정상.

후미백성이 되어 헉헉대며 올라가는데도 허리가 너무 아프다. 머리까지 아프다.

그래도 정상은 사방이 트여있고 곰이 정상석을 끌어안고 있는 재미난 정상석이다. 잠시 곰 품안에 안겨 보려는데 낀다. ㅎㅎ

정상 바로 아래는 머위밭이라고..

머위라는 소리에 경란씨 뛰쳐 내려가 미친듯이 머위대를 꺾기 시작. 총무님까지 덩달이 머위 채취.

이젠 하산만 하면 된다. 아싸~




하산길은 급경사지만 그래도 올라온 길보다는 제대로 된 등산로이다.

오늘 새로 신고온 등산화가 길이 안 들어서인지 발에 물집도 잡힌것 같다.

마지막 남은 힘 쥐어짜 내려오니 경사지에는 공사중이다. 겨우겨우 피해 내려와 다음 올라갈 리본 달린길 지나니 우리 버스가 있다.

여기서도 정임씨도 머위대를 한 보따리 뜯었다고......














조금 올라가니 여기도 무더위쉼터가 있고 정자도 있고 넓은 마당도 있고 수돗가까지 있다.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넓은 마당에 시산제 상 차리고 총무님이 준비한 음식 정성껏 차리고 올 한해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 지내기.

오늘 참석못한 현법, 필샘까지 봉투를 보내왔다.

작년 비오는 날 개 떨듯 떨며 시산제 후 유난히 비 많이 왔던 낙동정맥.

5월에 시산제를 하니 전혀 춥지 않아 좋긴 한데 산을 보나 밭을 보나 비는 내려야할것 같다.

현숙씨표 맛좋은 김치찌개에 총무님이 덥혀 온 햇반에 나물, 김치 등으로 떡과 함께 다들 허기져 폭풍흡입.

남은 반찬은 희망자 싸가지고 가기. 나도 나물과 김치 득템. 아싸~

밥먹고 떡먹고 과일까지 먹고 후다닥 정리하고 7시40분경 출발.


새로 온 기사가 원래 우리 기사님보다 운전이 다소 거칠어 중간중간 불안해하며 오기.

시간이 늦어서인지 차는 막히지 않고 11시20분경 평촌 도착.

시산제 지냈으니 비 많이 내려 주시고 더이상 다치는 사람 없이 올 한해 안전한 산행 기원해 본다.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