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걸으며 낙동을 졸업하다 (숙재-오케수련원, 4/16)

봄날은 간다
-손로원(1911~73)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와 새파란 풀잎, 열아홉 시절의 이미지들은 적절할 뿐 아니라 연결 또한 유려하다. 이어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과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길,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가 펼쳐져 생생함을 더한다. 여기에 곡조까지! 이만 한 '국민 애송시'가 또 있는가. 그리움이고 슬픔이되 너무 모질지 않다. 손로원은 '귀국선' '고향의 그림자' '에레나가 된 순희' 등 명품의 가사를 썼던 사람. 1953년에 지어져 이듬해 박시춘 작곡, 백설희의 노래로 발표되었다. 좋은 노랫말은 그 자체로 좋은 시이며, 시는 좀 더 노래 불려야 한다.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산행일: 2017.4.16 (일)

코스개관: 숙재고개-대부산(747m)-독고불재-오리재- 땅고개- 당고개 갈림길- 단석산(827m)-당고개 갈림길-OK수련원(10:00~17:00)

날씨: 여름같던 봄. 그래도 꽃들이 피어있어 힘들어도 행복했던 날

멤버: 당나귀 12명.

올 3월 산행에 14명이 참석한 이후 마지막 낙동정맥 4구간 하면서 꼭 누군가 빠지고 채우고를 반복.

오늘은 지난주 며느리 본 현숙씨가 못 와 12명.

쌀쌀했던 날씨가 토요일 오후부터 갑자기 더워지더니 일욜 남부지방은 28도가 된다는 예보.

웬지 더울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4월인데 싶어 물을 얼리지 않았다. 

오늘은 도시락을 들고가긴 하지만 후반부 차를 만나 물을 다 들고가지 않아도 된다고 해 2병을 쌌다.

선산휴게소에서 쉬고 지난번 올라갔던 숙재를 다시한번 올라가 더덕차 한잔씩 마시고 출발.

예전같으면 이 차를 산행 중 마실 수 있는데 총무님도 얼굴은 동안이지만 미모는 속여도 나이는 못 속이는걸 실감한다.

일때문데 4월 산행은 못 온다던 경란씨가 열일을 제치고 참석.

지난 산행에서는 진달래가 막 피기 시작하더니 2주 만에 잎이 나기 시작한다.

산길은 노란 제비꽃이 지천으로 깔려있고 현호색, 양지꽃, 구술봉이에 각시붓꽃까지 피어난다. 그야말로 꽃밭이다.

힘들어도 즐겁기만 하다.

절 뒤쪽으로 산길은 이어진다.

멀리서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오봉 언저리.

황야같은 벌판은 시계가 트여 나름 멋이 있다.

넓은 초지는 계속 되는데 지도를 보니 목장이라고 되어있다.

사방 시계가 좋고 하늘도 오늘은 아주 멋지다.

눈 밝은 사람들은 두릅 따느라 바쁘다.

대부산 정상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그곳에 주인과 개가 우릴 반긴다.

한참 놀고 우리팀 이름 적어주고 독고불재 향해 내려가기.

슬슬 배가 고파온다.

밥 먹자 하니 회장님이 내려가 먹자 하시는데 내려가면 올라갈때 힘들다고 분명히 올라가 먹자 하실텐데....

목장에는 전기줄이 쳐 있는데 설마 했는데 진짜 전기가 통한다. 깜짝 놀랬다.

독고불재는 캠핑장으로 벚꽃이 날리고 있고 더 좋은건 매점이 있다.

회장님 여기서 맥주, 소주를 샀다. 이대장 얼굴이 환해진다. 날이 더우니 다들 한잔씩 마시고 꽃비 맞으며 점심 먹고 출발.

점심 먹고 올라가려니 힘들긴 힘들다. 다들 슬로비디오 속도로 기듯이 올라간다.

그래도 올라가니 암릉이 있고 진달래도 활짝 피고 땅에도 떨어져 황홀한 경치를 보여준다.

한고비 올라갔고 무덤 나오고 곧 오리재 지나는데 뒷 사람들은 나물을 뜯는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여기서 경란씨 힘든지 자꾸 쉬었다 가자고 한다.

점심 먹고 나니 계속 갈증이 난다. 물을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겨우겨우 땅고개 도착하니 이대장 진작 도착해 기사님이 사오신 맥주를 얼음물에 부었다 주는데 한잔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오이까지 사서 씻어 놓으신 착한 기사님.

오이도 먹고 한참만에 후미팀 도착하는데 여기서 늘어지면 더 힘들것 같아 작가님과 먼저 출발.

내가 너무 느려 작가님 먼저 올라가시라 했고 후미에서 쉬다 올라온 윤호씨도 먼저 보냈다.

회장님과 일부 사람들은 멀리 내려다보이던 큰 절인 신선사에 차 타고 올라가 거기서 바로 정상으로 올라 오신다고....

정상까지 1K면 된다는 윤호씨. 잠시 기다렸다 올걸 그랬나 싶었다. 왜? 너무 힘들어서....

초장엔 꽃도 없고 퍽퍽하더니 그나마 조금씩 올라가니 평지도 나오고 꽃도 많아져 조금은 힘이 덜 드는 느낌.

당고개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도 정상 까지는 아직 800m 남았다.

마지막 힘을 짜 정상에 올라갔다.

왜?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이고 경주에서 높다는 단석산을 안 올라오면 두고두고 아쉬울것 같아서...

올라오니 사방이 트이고 시원하다. 여기서 계속 가면 입암산이라는데 이쪽이 진달래 군락지인것 같은데 못 가서 서운하다.

진작 정상에 온줄 안 절에서 바로 올라오는 사람들은 나보다 늦게 올라왔다. 그것도 3명만....

잔머리 굴리다 급경사 1K 올라오느라 죽을뻔 했다나 뭐라나?

작가님, 총무님, 현법 과일을 먹으니 갈증이 좀 가신다.

헌데 이대장이 4시가 넘었는데도 영 올라올 생각을 안한다. 정상을 포기할 사람은 아닌데 너무 지쳐 못 오는것 같아 과일을 남겨서 내려가는데 드디어 만났다.

헌데 빈몸이다? 아니 물도 없이?

내려가다 보니 당고개 갈림길에 배낭을 걸어놓고 올라온거다. ㅎㅎㅎ

갈림길에서 오케수련원까지 2K 인데 그래도 여기도 평지만 있는건 아니라 높진 않지만 여러번 오르막이 있다.

없는 기운 짜 내려가니 수련원이 보이는데 시간도 널널하니 이대장 기다렸다 함께 내려가기로 했다.

정사장은 원래 정맥길인 산아래농원까지 혼자 걸어가고 원래 이대장도 걸어가기로 했는데 오늘 너무 지쳐 포기해 우리와 함께 내려왔다.

내려오며 흐드러지게 피다못해 지고있는 벚꽃을 회장님이 날려주어 다같이 벚꽃비를 맞으며 행복해 했다.

탈출조는 여기서 나물뜯고 한숨 자고 좋았단다.

이 수련원 터는 끝내주게 넓고 벚꽃도 정말이지 아름다운데 자리가 아깝다.

1시간 넘어 기다리니 정사장 도착해 출발.

오늘 마지막날이라고 회장님이 한우로 쏜다고...

이곳이 영남알프스 첫구간 한 날 왔던 곳인데 그날 하루종일 비 맞고 현법은 등산화까지 밑창이 떨어져 여기서 버리고 간 곳이라고....

난 그날 손가락 골절로 부득히 빠진 날이었다.

식당은 천변도 가깝고 벚꽃은 날리고 야외 평상은 아주 넓고 좋았다.

수돗가에서 발도 닦고 세수도 하고 우리 테이블은 고기 잘 굽는 총무님 덕분에 연기도 안 마시고 허기진 속을 차곡차곡 채웠다.

배부르게 된장찌개에 밥 말아 먹고 7시반 출발.

차는 많이 막혔을텐데도 운전신공을 발휘해 4시간 만에 안양 입성.

시작할때 멀기도 멀고 산길도 짧게 끊기 힘들어 길어 걱정했는데 시작이 있으니 끝은 있다 싶다.

5월 첫주는 영알 중 정맥길이 아닌 천왕-재약산을 하고 3주부터는 수도기맥을 시작한다고....

이덕 저덕에 정맥 하나를 정근이지만 무사히 마쳤다. 감고사~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