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야기

홋카이도 김사진 4 (8/7~8)

산무수리 2017. 11. 23. 00:30
받들어 꽃
-곽재구(1954~)
  
국군의 날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아파트 입구에 모여
전쟁놀이를 한다
(…)
장난감 무기들을 횡대로 늘어놓고
에잇 기관총 받아라 수류탄 받아라
미사일 받아라 끝내는 원자폭탄 받아라
무서운 줄 모르고  
서로가 침략자가 되어 전쟁놀이를 한다
(…)
짓눌린 303호실 아이가 기관총을 들고  
부동자세로 받들어 총을 한다
(…)
아파트 화단에 피어난 과꽃
한송이를 꺾어들며 나는 조용히 얘기했다
그리고는 그 꽃을 향하여
낮고 튼튼한 목소리로
받들어 꽃하고 경례를 했다  
받들어 꽃 받들어 꽃 받들어 꽃  
시키지도 않은 아이들의 경례소리가
과꽃이 지는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흔들었다.

 
 
‘받들어 총’만으로 평화를 만들 수 없다. 그런데 ‘받들어 총’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받들어 돈’. ‘받들어 돈’만 한다고 번영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받들어 책’도 하고 ‘받들어 꽃’도, ‘받들어 시’도 해서 우리 평화의 음계와 품격을 잘 가꾸었으면 좋겠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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