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신선(1944~ )
사전 약속도 없이 부산 이가(李哥)와 전북의 김가(金哥)들
누구는 동에서 오르고
누구는 서에서 뛰고
누구는 남에서 오르고
누구는 북에서 치달린다
민 대머리 지리산 반야봉이나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 가보면
동서남북에서 제각각 올라온
모두가
모든 일체를 망해먹고
빈손에 허공들이나 쥐고 웅성거린다.
고봉에는 정신성이 있다. 지상의 높은 곳에 더 높은 기운이 내려와 깃드는 느낌. 이것엔 사방에서 올라온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을 건강의 포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인생 실패자들 얘기가 아니다. '망해먹고'는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일체의 욕망, 일체의 집착을 잊은 손에 쥐어지는 빛나는 허공. 잠깐의 찬란.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밤부터 비가 내린다고 한다.
헌데도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나선다.
날씨 때문에 일찍 갈 필요가 없어 누워있다 비가 그쳤다고 해 5시 경 나가 누룽지로 요기하고 짐싸고 출발하려는데 차영샘 속이 안 좋다고 조금 쉬었다 가자 한다.
대피소 들어와 거실에서 소화제 막고 30분 정도 누웠다 좀 나아졌다고 출발하자고 한다.
날씨는 전혀 좋아지지 않고 사방이 뿌옇다. 비가 그쳐 혹시나 운해를 기대했는데 운해는 커녕 조망을 전혀 못 볼것 같은 불길한 예감. 하긴 비가 안 내리는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어제 저녁 촛대봉 올라갔다와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촛대볼 올라가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 그냥 가면 안될것 같다 배낭 카바 하고 고어 잠바를 입었다.
그나마 비가 많이 오지 않고 더워져 가다 잠바를 벗었는데 비는 소강상태.
아무튼 장터목까지 거의 2시간 걸려 도착.
오늘 아침(?)으로 라면을 먹기로 했는데 속 괜찮냐고 하니 먹어도 되것 같다고 해 물 떠다 라면 2개 끓이고 커피까지 타 마시고 천왕봉을 향해 출발.
날씨는 희망과 달리 여젼히 뿌옇다. 비는 내리지 않고 날도 더워져 잠바 입지 않아도 전혀 춥지 않다.
차영샘 컨디션이 완전 회복되지는 않은것 같은데 부지런히 따라오는데도 그 어느때보다 오래 걸려 천왕봉 도착.
월요일이고 날도 안 좋아 사람이 많진 않은데 대신 사진찍는데 시간을 지체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우린 1장씩 빨리 찍고 중봉을 향해 출발.
천왕봉에서 중봉 가는길 계단이 낯설다.
새로 만든건지 기억력이 나빠진건지.....
비는 오지 않지만 바위가 젖어 있으니 자연 산행 속도가 느려진다. 더구나 중봉 가는 길은 업다운이 많은편.
날은 여전히 뿌옇다. 그래도 동자꽃, 산수숙 등 여름꽃들이 피어있어 덜 힘들다.
중봉 가는길 등산용 샌들 신은 박배낭 맨 사람들이 올라간다.
중봉에서 쉬는데 갑자기 시계가 트이고 하늘이 보여 좋아했는데 잠시 보여주다 도로 가린다. 에이......
써리봉 가는 길은 기억 나는 곳도 있고 생소한 곳도 있고 뭐 아무튼 오리무중의 길을 오르고 내리고 사진 찍고.....
이 길을 걸을 수 있는것만도 행복이다 하면서 써리봉 도착.
한팀이 바로 내려간것 같다.
우리고 이곳에서 한참 쉬고 간식 먹고 치밭목을 향해 출발.
써리봉에서 치밭목 가는 길도 멀었고 중간 중간 길을 돌려놓아 길이 안 예쁘다.
그래도 날은 개어 가는것 같고 조망도 보이더니 멀리 새로 지는 치밭목 대피소도 보인다.
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업다운 여러번 해고 세석 출발하고 거의 7시간 만에 치밭목 도착.
치밭목은 땡볕에 테이블이 있는데 쌓다 만 담벼락이 뭔가 했더니 원래 치밭목 자리를 남겨놓은것.
화장실도 새로 지어 깨끗하긴 한데 엄청 높게 지어놨다.
테이블에는 친구 둘이 온 사람들이 있는데 처음 종주하는 친구 데리고 3박 일정으로 종주를 했다나?
배낭이 왜 이리 크냐고 하니 대피소 예악을 못해 비박 장비를 들고 왔는데 장터목 자리가 남아 대피소에서 잤다고 한다.
처음 왔다는 친구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3박씩 했으니 짐이 오직 무거웠을까....
차를 성삼재에 놓고 와 새재로 차를 부르는것 같다.
우린 저녁 먹기에는 너무 이른데 숙소에는 아직 못 들어간다고 해 마루에 들어와 있으라고 해 들어오니 방 배정을 일찍 해 준다.
오늘 여자 5명 예약 되어 있다고....
취수장에가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물도 뜨고 올라와 조금 일찍 저녁을 해 먹기로 했다.
헌데 갑자기 소나기가 겁나게 내린다. 오래 올 비는 아닌것 같다고....
뱁 해 먹으러 나왔다 도로 들어가 30분 정도 되니 비가 소강상태라 저녁으로 햇반을 사고 미역국 끓여 먹으려는데 소나기 꼴딱 맞은 여인 2명이 들어온다.
아직 2명은 내려오는 중이라고....
너무 일찍 내려와 조금은 아쉬웠던 마음이 행복감으로 변한다. 이 비를 맞았다면......
저녁 해 먹고 해가 지는데 석양은 시계가 안 트여 안 보인다.
늦은 시간 도착한 사람들이 와 저녁을 해 먹는것 같다.
치밭목은 다 좋은데 인터넷은 물론 전화도 안된다.
잠자기 전 잠시 나왔는데 별이 떠있다. 내일 날씨는 좋을것 같다.
오늘 시원하게 담요까지 덮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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