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1970~ )
하얀 털들이 어떤 부드러운 세월처럼 흔들리니까
어린 토끼들의 눈알이 유리 눈송이처럼 쌓이니까
따듯하게 젖은 코에 발가락을 가져가고 싶으니까
아 너무 많은 귀들, 귀들의 흰 채찍이 모였으니까
그 긴 것에 내 목이 감길지 모르니까
눈토끼들이 혀 위에 녹아 흐 르 다
아무도 토끼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토끼를 무서워하는 건 토끼풀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시인은 토끼를 조심하자고 한다. 작고 하야니까. 부드러운 세월 같은 털과 유리 눈송이 같은 눈알, 심지어 목에 감기는 귀조차 약하고 가녀리니까. 혀 위에서 녹아 흐르는 눈처럼 희미한 토끼. 사라져버릴 것 같은 것들은 무섭다. 한없이 조심해야 하는 것들은 무섭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산행일: 2018. 8.5 (일)
코스개관: 백양치-매봉산-쇠뿔봉-용수리 (9;05~14:05)
날씨: 더위를 각오했는데 바람이 간간히 불어주어 죽지 않고 무사히 산행 끝내다
멤버: 당나귀 9명
8월까지는 혹서기 산행으로 짧게 진행을 한다고 했는데도 날이 너무 더위 산행 취소 문자 안오나 내심 기대(!) 했다는 작가님.
일찍 만나 회장님 커플 픽업하고 총무님 추천 용문역 앞 능이버섯전골집에 전화 예약하고 가니 오늘이 장날이나 아침 일찍 차 대기가 불편하다.
밖에서 보면 식당처럼 안 보이는데 나름 맛집이라고 한다.
버섯 전골에 영양밥이 특히 맛이 좋았고 국믈은 몸보신이 절로 될것 같은 비주얼.
산행 끝나고 먹을 거한 메뉴를 아침에 먹으니 다들 배를 끌어안고 산행을 해야 하나 걱정아닌 걱정이다.
총무님이 몸보신 하시라고 아침을 쐈고 주인장 만원 깎아주며 커피 사 드시라고...
이른 시간인데도 식당 안은 벌써 꽉 찼다. 평소에는 예약 안하면 먹을 수 없는 집이라고.....
백양치 도착하니 9시.
오늘은 임도같을 길을 걷고 차로 많이 올라와 내심 업다운은 별로 없을줄 알았다. 임도성 길이라 햇살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고 해 손수건 준비.
이 산은 군 사격장이 있는 곳이라 평일에는 산행을 못하는것 같다.
과연 조금 올라가니 군부대 경고판과 쓰러진 가시 철책을 넘어갔다.
조금 올라가니 그야말로 큰 나무는 다 베어내고 관목만 있는 능선이 그대로 드러난 길을 땡볕을 그대로 받으며 가야 한다.
햇빛 속으로 가자~
아침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햇살을 너무 받아서인지 속이 좀 니글거리고 어지러운것 같은 느낌.
길도 관목들이 계통없이 자라 길은 울퉁불퉁 좋지 않고 헛 디디면 미끄러질것 같아 조심해야 하는 그런길.
그나마 큰 소나무가 군데 군데 남아 있는데 이 나무그늘만 들어가면 시원한 그늘과 바람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우리는 햇살을 피해 (무슨 총 쏘는것 피해 다니는 그런 느낌?) 큰 나무 찾아 가는길 삼각점 있는 이곳이 매봉산이라고....
정상에는 아무것도 없어 다들 사진 찍고 다른 큰나무로 피신해 작가님만 인증샷 해준다고 기다리고 계시다.
그래도 윤호씨가 준 소금 사탕을 먹어서인지 어지러운건 훨씬 덜하다.
총무님은 더덕 슬러쉬에 얼려온 냉커피 캔까지 준다. 정말이지 당나귀에는 천사가 넘쳐난다.
조금 더 가면 이 햇살을 피할 수 있다는데 쇠뿔봉은 이름만 거창하지 아무것도 볼것도 없고 잡목 때문에 산행도 나쁘다는 산행기.
아무튼 조금 더 햇살 맞다 드디어 숲으로 돌아갔고 급경사 다시 가다보니 군부대 금줄을 나온것 같다.
쇠뿔봉 가는 길은 정상 등산로 맞나 싶게 길이 불분명 하고 희미하다.
아무튼 총무님 뒤쫒아 부지런하 가다 간간히 바람 잘 부는곳에서는 오래 쉬며 후미 기다리기.
중간 중간 노래도 듣고 커플 놀려먹기도 하고......
쇠뿔봉은 헬기장 블럭이 다 뒤집어져 있다. 멧돼지가 고스톱을 친건지, 그 안 지렁이라도 잡아먹으려고 뒤집어 놓은건지 아무튼 햇살이라 인증샷만 하고 피신.
바람 부는 그늘에서 신천씨 돗자리까지 깔고 눕는다. ㅎㅎㅎ
우리도 간식에 얼음물 먹고 노래도 듣고 이젠 정말이지 1시간만 가면 된다고......
막판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오니 멧돼지 목욕탕 지나고 물이 보이는데 저수지이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라고 한다.
왼쪽으로 살 떨리는 길을 그나마 많이 가지 않고 저수지 뚝방을 만났다.
안도하며 햇살로 다시 진출.
마을은 조용하고 물이 흐르는데 무슨 물인지 잘 모르겠다.
동네 어르신들이 물가 원두막에서 점심 식사중이시다.
조금 내려가니 다행히 우리 버스가 있다.
강에 나가 씻는다고 했는데 물이 깨끗하지 않다는 기사님 말씀.
다시 되집어 올라가 깊진 않지만 물을 막아놓은 곳에서 씻고 수박 먹기로 했는데 어느새 이대장 속옷 바람으로 누워있어 다들 깜짝 놀랬다.
남학생들 대부분을 옷 입은채 물로 들어가고 여학생 대표인 정임씨만 입수,
물이 아주 시원하진 않지만 발만 담가도 살것 같다.
땀 식히고 수박 먹고 여학생들 먼저 차로 와 옷 갈아입고 조금 있다 남학생들 옷 갈아입고 이젠 늦은 점심 먹으러 막국수집 가기.
가는 도중 이대장 속옷을 경운기에 놓고 왔다고 해 한바탕 웃겼다.
지난번 갔던 밤골 막국수집에서 몽땅 곱배기로 시키고 잠자전까지 시켜 점심 먹기.
점심은 신천씨가 계산.
4시30분 출발. 인간 네비인 이작가님의 안내로 우리가 자는 새 팔당을 건넜고 회장님 내려드리고 평촌에 오니 6시가 좀은 넘은 시간.
윤호씨 손가락 부목도 풀어 오늘 남학생 넷은 당구전을 펼치고 정임씨는 심판 보러 함께 가기로.....
집에 오니 너무 빨리 왔는지 깜짝 놀란다.
혹서기에 죽지도 않았고 더위도 안먹고 무사히 산행을 끝내 오늘도 좋았던 날이었다. 감고사~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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