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재순(1963~ )
명예가 무너진
재산이 파손되고
건강이 부서진,
'파손주의'라고 써진 등짝을 보라
잔소리에 깨지고
뼈있는 말에 파손되고
속임 말에 넘어간,
가슴에 '취급주의'가 새겨진
사람을 보라
슬픔에 갇힌,
질그릇 하나가 간다
어느 때 사람은 유리 같다. 창졸간에 명예와 재산과 건강을 잃기도 하고, 무정한 말들에 찔리고 부서지기도 한다. 그는 걸음마다 피를 흘리는 것 같다. 어떻게 취급할까, 이 슬픈 질그릇을. 이 연약한 폭발물을. 우선, 모두가 생각보다 쉽게 파손되지는 않는다고 말해야겠다. 서로 어지간히는 '주의'하므로. 깨졌다고 그냥 주저앉으려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인간은 어떻게든 자기를 고치고 붙여서, 다시 걸으려 하니까.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지리는 종주만 해야 하는줄 안 나와 지리를 쪼개 산행하는 전문인 차영샘 둘이 올 여름 지리에 가기로 했다.
2016년 치밭목 대피소가 공사중이라 거기에서 한번 자기로 하니 계획을 어찌 짜야 하는 건지....
벽소령은 공사중이라 현재 손님 못 받고 이 시즌 자체가 추첨제라고 한다.
지리와 설악 중 그래도 지리를 가자야 합의를 했고 밤차 타는걸 겁내 하는 차영샘으로 백무동에서 한신계곡 올라가 세석에서 1박 하고 둘째 날 치밭목까지 가기로 했다.
준비물은 김심 박심인지라 정하지도 않고 알아서 싸 올거라 생각하고 각자 준비.
7시 동서울발 백무동 버스를 예약해 터미널에서 만나 버스를 타니 꽉 차진 않는다.
점심을 백무동에서 먹고 올라가기로 해 아침 간식도 준비하지 않고 자다 깨다 휴게소 한번 쉬고 백무동 도착.
여름 휴가철 백무동은 겨울과 너무 다른 풍경에 어리둥절 하다.
단골로 가던 식당도 어느새 값도 올랐고 서비스도 영 안좋고 맛도 별로.
아무튼 점심 먹고 출발한 시간이 11:40.
새벽에나 겨울에 주로 지나던 이 계곡이 왜 한신계곡인지 실감하는 경치가 펼쳐진다.
쓰레바 끌고 산으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 눈에는 왜 배낭을 저렇게 싸가지고 올라가는지 이해 불가한 표정들.
계곡은 출입금지인데도 단속이 제대로 안되는지 묵인 하는건지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에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처음 가내소 폭포를 제대로 보았다. 물빛이 곱다.
물가를 걷는지라 염려보다 크게 덥진 않지만 계곡에 들어가 놀고 싶은 충동도 생기는 그런 풍경이 펼쳐진다.
한신계곡 폭포도 보고 계곡을 재발견 하는 기쁨을 맛보고 여름 꽃들 감상하면서 중간 중간 쉬고 간식 먹고....
기억보다 거의 끝까지 계곡이 펼쳐 있었고 우리도 잠시 손, 발을 닦았고 막판 힘들었지만 무사히 세석 도착.
4시반 반 정도 걸린것 같다. 시간이 일러 세석 마당에는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이 시간 장터목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빈 자리 있어 일단 찜 해 놓고 물 떠다 놓고 그늘에서 쉬다 이른 저녁 해 먹기.
오늘 저녁 내용 부실한 된장찌개 끓여 먹고 커피도 타 마시고 놀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부자팀이 보여 얼른 방 빼주었다.
대피소 들어오니 여기도 더워 밖에 나가야 할것 같다. 노느니 촛대봉 석양이나 보러 가자 하니 차영샘 망설이다 일어선다.
촛대봉에 올라가니 천왕봉도 가깝고 반야도 보이고 구름도 멋지도 무엇보다 바람이 시원해 추울 지경이다.
커플팀이 열심히 작품 촬영 중이고 여인 2명 팀도 올라온다.
더 있으려니 춥기도 하고 랜턴도 안 가지고 온지라 해지기 전 대피소로.
대피소 마루에서는 심폐소생술 강습이 한창이다.
숙소는 이제 좀 시원해져 잘만하다.
사람도 많고 계속 들락거리는 사람들도 있어 어수선하긴 했지만 꽉 차지 않아 비교적 널널했고 더워 잠을 못 이룬거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다.
석양이 좋다고 해 뛰쳐 나가 사진 찍고 내일 더워지기 전 아침 일찍 누룽지 끓여 먹고 출발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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