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18일기

외씨버선길 걷기 (봉화연결길~치유의 길, 8/9)

산무수리 2018. 8. 16. 07:47

월식                 
-강연호(1962~ ) 
   

시아침


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다니요 

  
  
사랑을 잃은 그는 제 방황의 원인을 모르는 나그네다. 다만 실연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 투정하고 아파하고 흐느낀다. 달이 실반지처럼 흔적을 내비칠 때 그는 문득 깨달은 걸까. 지구가 달을 가리듯 내가 그대를 가렸구나. 내 방황의 원인은 나로구나. 그가 기쁘게 비키고 돌아서는 어느 밤에 그의 그대가 나타나리라.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5시 일어나 누룽지 끓여 먹고 5:40 경 출발.















오늘 구간은 낙동정맥 트레일과 겹치는 구간이다. 그래서 내심 숲길을 많을걸로 기대.

생각보다 길게 마을길을 걸었다. 숲길이 나올듯 하다 다시 농가가 보이고 밭이 보이고 드디어 임도 입구.


















임도를 만나며 내심 좋아했다.

마을길은 편하긴 하지만 덥고 산길은 시원하긴 하지만 오르막은 사실 힘들다.

임도는 초장에는 괜찮았다. 헌데 계속 임도였고 갈 수록 풀이 자라 이슬을 머금어 신발이 젖어 온다.

결국 임도 끝나기도 전 신발이 다 젖어버려 겨우 진정시켜 놓은 물집이 다시 아파온다.

양발 벗다 반창고가 떨어져 양말 벗기도 겁날 지경이다.

이번 둘레길 걸으며 제일 후회되는건 둘레길이라 만만하게 보고 경등산화를 신고 온것.

일단 방수가 안되고 바닥이 얇으니 발바닥도 아프다. 둘레길 걷는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임도에서는 가스가 끼어 시계가 안 좋았는데 임도가 끝나가니 날도 맑고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드디어 낙동정맥 트레일과 갈라지는 남회룡 갈림길까지 왔다.






중간 잠시 발도 닦고 포장도로지만 호젓한 낙엽송 길을 걸었다.

낙엽송 사이에 길을 냈다면 훨씬 좋았을걸 싶은 생각도 든다.

우련전까지는 딱히 쉴 만한 곳이 없어 길에서 쉬어야 한다. 

그래도 우련전 가면 가게라도 하나 있을줄 알았는데 마을도 있고 노인회관도 있었지만 자판기 하나 없었다.

우련전은 교통편도 나쁘고 잘 곳도 마땅치 않다. 택시 타고 나가 자고 다시 또 아침에 택시를 타고 와야 하나 싶다. 

시간도 1시 밖에 되지 않았다. 내친 김에 치유의 길을 걷고 내일 일월산 산행하고 하루 일찍 귀가 하기로 했다.






치유의 길 초입 정자가 있어 양말까지 벗고 간식도 벗고 한참을 쉬었다.

이 길은 그중 짧고 난이도도 높지 않아 좋다 했는데 문제는 계속 둘레길에 레미콘 차량이 왔다 갔다 한다.

아무튼 쉬고 다시 준비 하고 출발.






계속 레미콘 






길은 드디어 찻길에서 벗어나 산길로 접어든다. 레미콘 차량과도 이별이다.

중간 일월산 등산로 입구도 만났다.

밭에서는 호박도 아닌것이 수박도 아닌 이상한 작물이 자라고 있다.

신발에 뭐가 들어갔는지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신을 벗고 확인해 보니 헐 발바닥에도 물집이 생기고 있다......












그래도 숲길이고 아름다운 숲길 입구로 완만한 임도가 나타났다.

호젓하고 (이 여름날 누가 여길 올까?) 조용하다. 먹을것 없는것 빼고는 좋았다.

헌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마침 정자가 있어 큰 비는 피할 수 있었지만 결국 신발이 도로 젖어 버렸다.

안 그래도 물집이 생겨 아픈데 신발이 다시 젖어 버리니 발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임도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기니 지루하다.

아무튼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어 5시 다 드디어 임도 끝이 나오고 사진에서 보던 버선이 나온다.

비는 아직도 내리는 중.

눈앞에 보이는 민박집 안내판. 원래 염두에 두었던 민박집에 전화를 해 보니 방이 없다고 한다.

차영샘 민박집 들어가 저녁, 아침까지 해 주는 조건으로 8만원에 해 준다고......



민박집은 가족이 와서 쉴 수 있는 넒은 공간을 둘이서 쓰나보다.

씻고 세탁기를 사용하라고 해 빨래 했고 신문을 얻어 신발 안에 넣었고 저녁을 해 주셔서 오늘 처음 제대로 된 밥을 허겁지겁 먹었다.

밥 먹고 옥수수와 복숭아까지 주신다.

내일 아침 일찍 먹고 출발한다고 하니 그러라며 옥수수를 쪄 주시겠다고 한다.

주인 부부는 젊잖고 참 좋으신 분들이다.

내 발은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신발 신고 걷기 힘든 지경. 새로 생긴 물집 따고 반창고로 도배를 했다.

별채로 된 황토방에서 선풍기 틀어 빨래 말리고 중드 한편 보고 잤다.

비는 오락 가락 하는데 내일은 설마 비 안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