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고성만(1963~ ) 누구는
척추가 길어진 거라 했고
누구는 창자가 빠져나온 거라 했는데
면접시험 칠 때
애인과 마주 앉을 때
존경하는 시인을 만날 때는
밟히지 않도록 조심했고
돈 많은 사람
낯 두꺼운 사람
여유 넘치는 사람 앞에서는
슬쩍 꺼내어 살살 흔들었던,
차마 내키지 않는 일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일
참을 수 없이 화나는 일에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지만
파르르르 떨리는 그것 꼬리뼈도 꼬리의 일종이다. 퇴화해 볼품없는 꼬리뼈는 진화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건 동물의 특성과 인간의 특성이 거기 함께 섞여 있다는 뜻. 긴장해야 할 땐 감쪽같이 숨고, 뭐든 아쉬울 땐 꺼내 흔들고 싶고, 분개할 땐 몸이 달아오르게 찔러대는 꼬리뼈. 왠지 파르르 떨던 때가 더 많았을 것 같은, 인간의 꼬리.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산행일: 2018.8.19 (일)
코스개관: 풍암교-고양산-덕밭재-삼형제봉-아미산-버들구미길 (8:50~16:00)
날씨: 폭염은 확실히 한풀 꺾인 느낌
멤버: 당나귀 9명
8월15일이 지나며 찬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불어줘 잠 자기 훨씬 수월해 졌다.
아침 이불을 챙길까 하다 그냥 갔는데 차 안에서 자는데 추웠다. 다음부터는 이불 꼭 가지고 와야겠다 싶었다.
오늘까지 혹서기 산행으로 홍천 고양-아미산을 간다고 하는데 아미산 이름을 들은 순간 팍 꽂혀 기대되었다.
오늘 아침은 서석의 초원식당에서 두부찌개로 먹었다. 작가님 아침, 점심 가져오지 말라는 문자가 짤려 아침도 드시고 도시락까지 싸오느라 마눌님 눈치 엄청 봤다 하신다. ㅎㅎㅎ
아침 먹고 지척이 산행 기점. 인증샷 하고 출발.
초장 까끄막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소나무가 있고 그늘이 있는 제대로 된 산인지라 지난번 땡볕 산행보다는 훨씬 낫다.
이 산은 특히 송이가 많이 나는 산이라는데 송이 딸때 쯤 핀다는 송이풀 꽃이 피어있다.
정상 가기 전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됐다는 무궁화 쉼터가 400미터라는데 통과.
까끄막 올라가니 능선이 나오는데 바위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제법 암릉미가 있고 오르내리는 길이다.
왼쪽 우회길도 있지만 암릉이 조심하면 될 정도의 길로 중간중간 멋진 바위도 보이고 조망미도 근사하다.
이제나 저제나 정상이 언제 나오나 싶을 즈음 정상 벤치에 총무님이 앉아 계시다. 정상에 의자까지 만들어 놓은 친절한 산이다 싶다.
다들 땀을 흘린지라 푹 쉬고 간식 먹고 물 마시고 사진찍고 출발.
총무님은 더덕슬러쉬에 망고 쥬스까지 얼려 하나씩 나누어 주신다. 전생에 빚을 많이 졌나 아니면 우리가 독립운동을 했나.... 감사할 따름이다.
고양산 지나고 나서 산은 조금 더 높아지고 험해지는것 같다.
반대편에서 한 두명씩 사람들이 지나가더니 점점 사람이 많아진다. 우리들보고 이런 오지 산에 오는걸 보니 수준 있는 산악회라나?
이 팀은 연령대도 다양한데 버스 1대는 온것 같다.
이정표 거리는 계속 똑같다. 김 빠지게....
덕밭재 갈림길에도 몇몇이 쉬고 있고 이곳을 지나고 나니 본격적 암릉길이 나온다.
암릉성 길은 위험하진 않지만 조심해야 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은 가파른 경사에 미끄러운 길이라 내리막도 만만치 않다.
여기가 삼형제 봉인것 같은데 앞을 봐도 뒤를 봐도 경치가 근사하고 암릉미도 멋지다.
정상에 가면 조망이 얼마나 멋질까 기대를 하며 하나 넘어가면 또 하나 있고를 몇번 반복하고 여학생 셋은 한번씩 다 미끄러지며 도착한 정상은 막상 조망도 전혀 안 보이고 좁고 땡볕이다.
정상 직전 그늘에 앉아 후미를 기다리는데 회장님보다 장미인이 먼저 오시며 회장님 느려 같이 못 다니겠다고 웃기신다.
아무튼 행복해 하며 윤호씨표 맥주와 황도 얼린것으로 열기를 식히고 하산하는데 1시간이면 될거라는 이대장.
헌데 우리가 가는 길은 등산로 없음으로 간단다. 조금 불안하다.
길은 등산로는 맞는것 같은데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닌 길이다.
그래도 조금 더 가니 이정표가 보여 등산로가 맞긴 맞구나 안심을 했다.
여기서도 등산로 없음으로 간다는 당나귀.
원래 등산로보다 짧다는 이 길이 갈수록 길이 엉클어지고 산불이 나 불 탄 나무, 쓰러진 나무 등으로 길이 희미하다.
불 탄 경치는 폐사지 느낌이 있어 황량한 경치가 나름 특이하고 멋지기까지 하다.
그나마 누군가 매어놓은 비닐 끈이 간간히 보여 여기가 등산로 맞구나 하면서 진행.
문제는 길이 계속 편한하게 갈 수가 없고 긴장해야 하고 길을 찾아야 하고 나무 등을 피해서 가야 하고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한다는 것.
그나마 바람이 간간히 불어주어 쉬어 가면서 진행 하고 이젠 험한길 끝난것 같아 앉아 한참을 쉬고 이대장 돈 뗀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었다.
헌데 고생 끝이 아니었다. 여기서부터도 계속 길은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길의 연속.
오늘 산행으로 회장님 인간관계 청산 당하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막판 급경사에 무너져 내리는 길 내려올 때가 제일 피크. 중간 쌍살벌 벌집이 있다고 피해 오라는 총무님.
벌집은 나무잎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물은 쫄쫄 흐르지만 계곡이 나오고 제대로 된 등산로가 있어 정말이지 고생 끝 행복 시작인줄 알았다.
등산로는 예전에는 있었겠지만 여기도 길이 헝클어지고 계곡은 쓰러진 나무가 군데 군데 가로막고 있고 덩쿨들이 뒤덮여 길 찾기가 만만치 않다.
그 와중에 정임씨는 벌까지 쏘여 총무님표 부항기로 빨아내 응급처치를 했다.
길은 거의 끝까지 긴장을 하다보니 꿑이 났다.
헌데 개 소리가 나더니 밭이 나온다. 사유지란다.
잘못 내려왔다고 했다. 전엔 팬션이었던것 같다. 부지는 엄청 넓다.
개가 여러마리 지키고 있어 주인장이 입구까지 배웅을 해 줬다.
차 있는곳 까지 걸어나오는데 강아지 2마리가 쫓아 나오며 짖어대는데 큰 개를 보다 야들을 보니 귀엽기만 하다.
벼는 제법 익었다.
시간은 하산하는데 다 잡아먹어 다들 허기지고 배가 고픈가보다.
길거리에서 수박을 잘라 갈증과 허기를 달래고 이젠 식당을 찾아 출발.
서석면 시내는 장날인것 같은데 한갖진 모습이고 식당도 문 닫은 곳이 많다.
한국관 겨우 찾아 두부전골, 막국수, 묵밥 취향대로 시켜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밥을 먹었다.
마침 복숭아를 따 가지고 배달하러 온 분이 있어 백도도 한봉지씩 구입하고 지난번에 비하면 늦게 출발.
국도로 해서 많이 막히진 않은것 같고 아무튼 회장님 서하남에 내려드리고 평촌 도착하니 8시가 훨씬 넘어 오늘 당구대전은 송년산행으로 미루어졌다.
험한 산을 가면 마치 전투를 치룬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당나귀 멤버들 사이 나름 전우애가 생기는것 같다.
우리들이야 간간히 이런 산행을 했지만 장미인은 몇번 안 오셨는데 속도도 쳐지지 않고 산행 잘해 오늘 입단 심사에 통과해 당나귀 우수회원으로 등재.
9월 낙남정맥도 함께 하는걸로 약속~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