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18산행

한북정맥에서 가을에 물들다 (수피령-하오고개, 10/21)

산무수리 2018. 10. 22. 23:58

가을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9)  
      

시아침 10/01


안개 속으로 멀어진다 안짱다리 농부와
암소 한 마리 느릿느릿 가을 안개 속에
가난하고 누추한 동네들 숨어 있다  
   
     
저만치 멀어지며 농부는 흥얼거린다
깨어진 반지 찢어진 가슴을 말하는
사랑과 변심의 노래 하나를
 
 
아 가을 가을은 여름을 죽였다
안개 속으로 회색 실루엣 두 개 멀어진다
 
  
침울한 안개와 초라한 시골 풍경. 농부는 사랑을 잃었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별의 노래는 흔하고 흔하니까. 쓸쓸한 계절과 고단한 삶에 어울리는 깨어진 사랑 노래. 뜨겁던 여름은 타오르는 사랑 같았다. 하지만 이제 다 허름한 가을이 되었네. 생각하면 세상은 신비라네. 야위어 시름시름 하는 가을이, 그토록 뜨겁고 살찐 여름을 단숨에 쓰러뜨리다니.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산행일: 2018.10.21 (일)

코스개관: 수피령-복개산-백적분맥갈림길-복주산-하오현-하오재길 (9;15~17:00)

날씨: 이 가을 정들고 싶어지는 가을

멤버: 당나귀 9명



10월 첫주 신낙남으로 마무리하고 한북정맥 첫구간을 시작하는 날.

의왕 삼총사가 모처럼 다 참석한 날이다.

4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다 2시간 정도 가면 되니 1시간 늦게 출발한지라 다들 아침도 먹고 휴게소는 쉬려고 해도 쉴 휴게소가 없다고 바로 수피령으로 도착.

차 안에서 신마담 커피 한잔씩 마시고 출발.

















초장 비때문에 엄청 파인 임도성 길을 올라가다 시계가 트이는 곳에서 보이는 산이 대성산이라고 저 산을 꼭 가고싶다는 회장님.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란다.

단풍은 첫주에 왔다면 피크였을것 같은 떨어진 낙엽이 많아 아쉬움을 불러 일으키는 날씨.

오는 동안 군부대를 지나며 30사단은 브라자 빤스 (비키니) 부대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신천씨는 백골부대 출신이라고 군대 이야기를 들으며 웃으면서도 짠한 대한민국 군대 다녀온 남자들 이야기.

원래 이산이 시계가 좋은건지 낙엽이 떨어져 시계가 좋은건지.....

아무튼 선두는 야호 소리쳐 보이는 봉우리에 있는줄 알고 올라갔으나 아무도 없다. 우리끼리 사진 찍고 복계산 갈림길 도착.

여기서 작가님, 윤호씨와 나는 복계산 찍고 되돌아오기로 했고 강사장님, 정임씨, 신천씨는 안찍고 간다고.....


























여기서 능선 바로치는 길과 왼쪽 리본 달린 길이 있어 왼쪽길로 가려는데 작가님이 능선으로 올라가셨기에 우리들도 능선길로 가기.

헌데 능선이 심상치 않다. 암릉이 있는데 위험까지는 아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구간이다. 백 하기도 늦은것 같고 조심조심 진행하는데 조망만은 아주 그만이다.

마지막 날등을 내려서는 곳이 그중 살떨리는 길로 긴장해 안경이 김이 서릴 지경.

무사히 땅을 밟으니 정말이지 행복했다. 까먹은 시간 만큼 부지런히 간다고 가지만 선두가 얼마나 기다릴까 싶다.

헬기장에서 사진 한장 찍고 부지런히 복계산에 가니 총무님 혼자 계시다. 아니 왜?

회장님은 초장에 잠시 샛길로 빠졌고 이대장도 바위 올라설때 선두에 간게 아니라 후미로 처졌나 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대장은 복계산 올 줄 알았는데 영 안온다.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포항에서 온 커플에게 사진 찍어달라 하고 출발.

이 팀은 선글라스를 잃어 버렸다고 혹시 봤나는데 작가님이 산행 초입에 봤다고 하니 되집어 가지러 가는것 같다.




















복계산 갈림길까지 우회로로 가 이 길은 좀 편한줄 알았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았다.

버벅대며 가는데 단풍이 좀 말랐다지만 산색은 정말이지 감탄이 나오게 하는 그런 경치이다.

헌데 복계산 안찍고 간 사람들이 너무 앞서서 가 쫓아가려니 죽을 맛이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사진도 별로 못 찍었다.

12시도 훨씬 지났고 선두를 언제 만날지 몰라 전화 통화를 해도 잘 안되더니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기다리고 있단다.

할 수 없이 소세지 하나씩 먹고 출발.






부지런히 갔는데도 선두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같이 소라를 지르니 그때서야 소리에 반응이 온다.

할 수 없이 선두를 찾아 겨우 만났는데 밥 다 먹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윤호씨 과일 젤리를 한통씩 후식으로 나누어 준다.

후미팀도 허겁지겁 점심 먹고 후식까지 먹고 뒤따라 출발.









작가님은 선두 따라 잡으러 가셨고 총무님도 앞서서 가고 나때문에 윤호씨가 후미를 봐주느라 늦다.

중간 총무님 더덕 찾으러 숲으로 사라지고 부지런히 가니 임도를 만났다. 복주산 휴양림에서 올라오는 길에 한 팀이 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여기서부터 1키로 정도는 임도를 걷는데 가을색이 아주 예쁘다. 북주산은 여기서도 한참 더 가야 하는것 같다.

















임도가 끝나고 업다운이 제법 있고 정상석은 없는데 트랭글이 정상이라는 사인이 울린다.

여기서도 한참을 밧줄도 잡고 몇번의 오르막이 있고서야 복주산 정상석을 만났다.

여기서 총무님표 수제 쑥떡과 정임씨 오이, 신천씨 감귤로 갈증과 허기 달래기. 하루 종일 선두 따라 잡느라 거의 쉬지 못해 힘든 날이다.

정상에서 다같이 사진 찍고 하오현을 향해 출발.

















하산길도 초장엔 제법 험하고 밧줄도 잡는 구간이 나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나마 진행을 하니 조금은 경사도 완만한 길이 나오고 가을이 꽉 차 산색이 정말이지 아름답다.

마지막 타이어 계단을 보니 여긴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곧 후미도 다 내려오고 마지막 작가님 감귤 먹고 하산하는데 휴양림 팀이 내려와 길을 묻는다. 우리는 직진 방향이고 이 팀은 우회전 방향으로 가야 호수가 나온단다.

하오현에서 길로 내려서는 길은 좋을줄 알았는데 길이 패였는데 보수가 제대로 안되고 돌들이 불규칙하게 있어 발바닥에 충격이 크다.

길을 만나 좋아했는데 여긴 또 포장공사가 한창이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니 정체모를 빔이 세워져 있고 길 건너 우리 버스가 있다.

날이 선선해 옷을 안 갈아입어도 되 다들 그냥 출발.



평촌 먹자골목에 현숙씨네가 고기집을 새로 오픈했다고 해 오늘 뒷풀이는 평촌에 와서 하는데 길이 밀려 7시 거의 다 되 도착.

'착한돼지' 에서 착하고 맛좋은 삼겹살로 뒷풀이를 하다. 이대장이 10월 첫 주 빠져 미안하다고 저녁을 쐈다.

이럴줄 알았으면 한우 먹을걸 하닌 총무님때문에 한바탕 웃고 8시경 해산.

이덕 저덕에 새로운 정맥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 동영상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