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화(1901~1943)
눈이 오시면-
내마음은 밋치나니
내마음은 달뜨나니
오 눈오시는 오날밤에
그리운 그이는 가시네
그리운 그이는 가시고
눈은 작고 오시네
눈이 오시면-
내마음은 달뜨나니
내마음은 밋치나니
오 눈오시는 이밤에
그리운 그이는 가시네
그리운 그이는 가시고
눈은 오시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의 미발표 유고작이다. 1963년 5월 17일자 한국일보에 2연만 게재되었던 것을 원문 그대로 옮겼다. “밋치나니(미치나니)”, “오날밤에”(오늘밤에), “작고 오시네”(자꾸 오시네)와 같은 옛 어법이 감칠맛 나게 읽힌다. 리듬도 옛 노래처럼 정겹게 살아 있다. 눈이 오시면 내마음은 밋치나니, 오날밤에 그리운 그이는 가시는데, 눈은 작고 오시니, 내마음을 어찌할 것인가. 앞만 보고 정신없이 가다가 갑자기 등 뒤가 따스해진 느낌이다. 내 마음을 미치게 하는 눈도 이 시에서는 오는 것이 아니라, (경어체로) 오신다. 사납지 않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산행일: 2020.2.16 (일)
코스개관: 영각사-남덕유산-남령 (9:20~15:35)
날씨: 싸락눈에서 시작해 하루 종일 눈 내리고 간간히 찬 바람이 불던 날
멤버: 당나귀 7명
2월 첫주 당나귀 산행을 스페인 여행으로 진양기맥을 가지 말아 달라고 요청.
소수정예인지라 민원이 접수되어 2월 산행은 한북정맥 빠진 도봉산 구간을 재미나게 잘 했다고.....
집을 나서는데 눈이 내린다.
오늘은 총무님 차가 아들에게 징발되 신천씨 차로 문전택배 와 타고 가 버스 만나 7명 출발.
휴게소 쉬고 학생야영장에 잘못 들어왔다 영각사 주차장에 차 대고 인증샷 하고 출발.
눈은 싸락눈이 내리고 있다.
눈이 내리니 길이 미끄럽다. 오늘 방수를 위해 중등산화를 신고 와서인지 더 무겁고 더 미끄럽다.
선두는 앞서 가버렸는데 빨리 가고 싶어도 힘도 들고 미끄러워 빨리 갈 수가 없다.
우리 말고도 단체 팀이 올라오고 내려오고....
계곡을 2번 건너고 기나긴 계단을 올라와 한숨 돌리는데 오른쪽 '탐방로 아님'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도 당연히 왼쪽 암릉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앞팀이 아이젠 하느라 바쁘다. 우리도 얼른 아이젠을 했는데 급하게 하느라 대충 하니 착한 윤호씨가 다시 해 준다. (나도 공주가 되었다)
이때만 해도 탐방로 아님으로 갈 줄 몰랐다.
어제까지 포근했던 날씨가 오늘은 시간이 지날 수록 온도가 내려가는 날로 올라갈 수록 바람이 쎄게 불면서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탄성이 저절로 난다.
악천후 날씨에서만 볼 수 있는 상고대. 눈은 즐거운데 손은 시리다.
그나마 온도가 많이 낮지 않은게 천만 다행으로 모자, 버프, 잠바 후드를 쓰니 견딜만 하다.
암릉구간은 당연히 정체가 되는데 경치는 좋으니 사진까지 찍느라 더 정체가 된다.
선두가 우리가 하도 안오니 기다리고 있다. 함께 드디어 남덕유 정상 도착.
정상은 바람이 너무 쎄 사진 한장 겨우 찍고 가자~
헌데 남덕유찍고 되돌아 내려오는데 탐방로 아님까지 되돌아 와야 한다고....
허걱~
춥고 배고픈다....
암릉 시작 전 일단 총무님표 꿀차에 호두타르트로 허기진 배 채우기. 그리고 금줄 넘기.
지난번 도봉산에서도 돈 많이 벌었는데 이번 산행에도 돈 버는 구간이라고......
등산로는 지난번 내린 비때문에 여기도 엉망진창이다. 녹았더 언 곳에 눈이 내려 엄청 미끄러운 구간이 많다.
문제는 스틱끝도 얼어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
겨우겨우 입간판 있는 곳 공터가 있어 윤호씨 비닐을 치고 점심 먹기.
까멜이 홍어회 무침을 해 와 다른 반찬이 안 팔린다. 홍어 무침에 어울린다고 윤호씨가 막걸리까지 한병 들고 왔다.
행복하게 밥을 먹었다.
밥 먹는 곳에서 아래쪽 길이 잘 나 있어 이 길은 뭐냐고 하니 이쪽으로 오는 다른 길인것 같다는 총무님.
커피까지 마시고 출발.
지금부터는 내리막이 많아 자연 속도가 빨라진다.
산죽밭도 헤치고 암릉 구간을 지나는데 길이 갈수록 험해진다. 거의 낭떠러지성 길까지 갔다.
이 길 맞아요?
총무님 확인해 보더니 능선을 잘못 탔다고 점심 먹은곳 까지 되돌아 가야 한다고... 허걱~
눈도 쌓이고 경치도 환상이지만 대형 알바를 해 사진 찍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디카가 찬바람 쏘이니 배터리가 금방 방전 되 품에 안고 산행을 하니 꺼내는것도 여의치 않다.
아무튼 1시간 정도 알바를 하고 원위치.
그새 정상 등산로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다.
그래도 험한 등산로 보다는 낫지 싶다.
오늘 원래 계획을 수정해 남령까지만 가기로 했다고.
남령 지나면 칼날봉, 월령산이 암릉으로 험한데다 눈도 많이 내려 위험하고 아직 한쪽 팔 쓰는게 불편한 회장님에게는 무리라고.....
그럼 오늘 산행이 빨리 끝난다는 말에 갑자기 행복감이 밀려든다.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가자고 말만 그렇게 하더니 선두는 또 내달린다.
눈이 자꾸 신발에 달라붙어 떡져 계속 발를 걷어 차면서 걷기.
그 와중에 스틱이 안박혀 넘어졌다 얼른 일어났다.
선두가 기다리고 있다. 딸기를 땄다고...
눈 내리는 곳에서 딸기를 먹으니 정말이지 꿀딸기다. 딸기 인증샷 하고 출발.
간간히 시계가 잠깐 보여주다 도로 사라진다.
헬기장이 나왔다.
여기서 우리 버스를 부르고 단체 사진 찍고 남령을 향해 출발.
헬기장에서도 생각보다 길게 내려가니 드디어 길이 보이는데 철 구조물이 되어 있는 가파른 절벽성 길을 내려가야 한다.
총무님이 스틱을 받아주어 뒤로 기어 내려왔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어 차가 어찌 올라왔나 싶을 정도.
여기까지는 비법정 등산로이고 길 건너 월봉산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남은 구간은 짧아 졌으니 한여름에 하자는 회장님.
차가 올라온것만 해도 너무 행복하다.
저녁 먹기 시간이 너무 이르다.
일단 차 타고 안양으로 가자~
고속도로 초입 휴게소 들렸다 안양으로 버스 전용차로로 7시 전 안양 입성.
먹자골목에서 지난번 먹었던 '이집일쎄' 에서 등갈비찜을 맛있게 먹고 집으로.......
봄이 온줄 알았는데 2월에 겨울 산행을 만끽할 수 있어 행복했다.
-동영상, 사진 추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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