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0산행

지리 종주는 미완으로 끝나고... (2/11~12)

산무수리 2020. 2. 13. 00:08

<가장 넓은 길>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에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빗자루를 들고 묵묵히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2/11 (화)







원래 계획은 6시 기상해 7시 출발 하려고 했는데 새벽녘 일출 보러 나가는 사람들 나가고 서로 일어나길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어 7시에 깨워 일어났다.

11시간을 누워 있었나 보다.

취사장 가니 거의 사람이 없다.

아침으로 누룽지를 먹었는데 양이 적어 요기가 안될것 같다.

아무튼 8시 출발.




































장터목에서 세석까지는 경치도 좋고 그중 짧아 아주 좋다.

눈도 적당히 쌓여있고 아침 햇볕에 경치가 그만이다.

어제보다 짐도 조금은 줄었는데 속이 헛헛하다.

세석가 라면 끓여 먹자고 한다. 벽소령까지는 너무 멀다고.....

지리가 어찌나 조용한지 음소거 한것 같은 적막한 지리를 가는데 아주 가끔씩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지나간다.

꼬마 부자네는 얼마나 일찍 출발했는지 안 보인다. 하긴 우리도 뭐 그리 빠른건 아니니까.....

세석에서 물을 떠 라면을 끓이는데 세석 물은 장터목보다 더 조금씩 나온다. 한병 채우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장터목에서 사진 찍어준 총각이 물을 떠오더니 되돌아 가네?

아니 어디로? 한신 계곡으로 하산한다고.....

우리도 라면으로 헛헛한 속을 채우는데 그런데도 양이 2% 부족하다.

눈이 스패치 할 정도로 많지 않고 날도 더워져 벗고 커피는 벽소령에서 먹기로 하고 출발.














































세석에서 벽소령 가는 마의 구간.

그나마 반대로 가니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많아 다행이긴 하다.

트랭글은 계속 배지 획득 알람이 울려댄다.

더울 지경인 2월 산행에 내일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다고 오늘 하산하는건 어떠냐는 차영샘.

나 혼자라도 갈거라고 하니 그럼 연하천 까지 가자고 한다. 대신 비가 내리면 음정으로 탈출하기로....

선비샘 가기 전 참샘 전망대가 생겼고 조금 지나니 선비샘이 보이는데 여기도 수량이 많지 않다.

선비샘 지나면 웬만큼 왔고 조금 지나니 멀리 벽소령이 보이고 벽소령 가기 전 평편한 길이 보여 내심 얼마 안 남은줄 알았는데 그 길이 돌아돌아 생각보다 멀었고 눈이 녹아 자꾸 빠져 겨우 겨우 벽소령에 오니 부자팀을 드디어 잡았다.

꼭두 새벽에 출발해 이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우린 누룽지에 라면 먹고도 배고프다고 초코렛 달라고 해 아끼느라 반만 먹었는데.....

벽소령도 공사가 끝나 취사장도 위로 올라왔는데 더 좋은줄은 모르겠다. 아무튼 기념으로 물 끓여 남은 빵 반으로 나누어 커피와 함께 먹고 물도 좀 여유가 있어 부자팀에게 나누고 출발.






























연하천은 노고단에서 와도 몇 봉우리 올라가야 해 힘든데 벽소령에서 와도 오르막이 많아 거리에 비해 힘든건 마찬가지.

이쪽은 눈도 더 많이 녹았고 지저분하고 그리고 얼마 안 남았다는 조바심인지 더 길게 느껴진다.

거의 출발한지 8시간 다 되 연하천 도착하니 여긴 눈이 많이 남아있다.

공단 직원이 입실할 수 있다고 자리 배정 받으라고 부른다.

자리 받고 담요 가져다 놓으니 한명이 누워있다. 장터목에서 우리보다 한발 먼저 출발한 부부라고.....

오늘 여자가 5명 예정인데 오면서 사람 못 봤냐고 한다. 부자팀 봤다고 하니 올 수 있겠냔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오긴 올거라 했다. 이 부자팀이 새벽 4시 출발했다는 부부팀 여인왈 지난주 자긴 지리에 왔는데 그땐 눈도 녹지 않아 산행 하기 좋았다며 오늘은 남의편이 오고 싶어 해 할 수 없어 또 온거라고.....


저녁 해 먹기 너무 일러 대피소에서 누워 뒹굴 거리는데 홀로 온 여성이 들어온다.

구례에 첫차 타고 와 택시 타고 성삼재에서 오는거리고 12시 전 노고단 출발하느라 바빴다고 한다.

호구 조사를 해 보니 안양 살고 동업자다.

왜 홀로 다니냐고 하니 친구들이 이젠 힘들다고 먼산은 안오려고 한단다.

헌데 이 여인 최근 키나바루를 다녀왔고 일본 북알프스, 남 알프스, 몽블랑 등등을 다녀왔고 올해는 돌로미티에 갈 예정이라고....

특별히 다니는 산악회는 없고 혜초, 디딤돌 등 팀을 따라 다닌다고...

흐미, 겁나네...

당나귀 산악회에 오면 좋을것 같아 전화번호와 통성명 하고 산행 스케줄 나오면 알려주기로 했다.

당장 이번 일욜 남덕유 간다고 하니 생각이 있는것 같은데 다른 스케줄이 있어 안될것 같단다.


해 질 무렵 대구 아지매가 들어오더니 아침, 점심 다 굶고 물만 무겁게 지고 왔단다.

이 분은 대장님과 둘이 왔다는데 말하는게 참 재미있다. 홀로 온 안양 여인을 봤다면서 엄첨 빨리 왔다고 놀란다.


5시경 나와 저녁을 해 먹는데 이 여인은 밥을 안 먹는다는 차영샘 말.

행동식만 먹는단다. 흐미, 진짜 무서운 사람일쎄.....

연하천은 햇반을 못 데워준단다. 공단 직원이 내일 자기네도 교대날인데 비가 와 자기도 속상하단다.

6일 근무하고 4일 쉰다는데 교대할 사람이 올라오면 하산할 수 있다는데 집은 구례란다. 어떻게 가냐고 하니 음정에 가면 차가 있다고.....

부자팀은 다행이 도착해 다들 안도를 했고 5학년 되는 부자팀은 노고단에서 왔다고....

밥 먹고 들어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8시 소등이라고 한다.

화장실 가느라 나왔는데 눈이 내린다.

이 눈이 내일 아침까지 내리길 희망하며 자다깨다 반복하며 기나긴 밤을 지냈다.


2/12 (수)




시간이 꽤 된것 같은데 아무도 일어날 기척이 없다.

부부팀이 제일 먼저 나간것 같고 나갔다 들어온 사람 말이 비가 많이 온단다.

에이....

차영샘, 9시 까지 개기다 공단 직원 하산할때 따라 내려가자고...

그 걸음을 따라 갈 수 있어?

7시 반경 일어나 누룽지와 햇반 한개를 끓여 아침을 먹었다.

부자팀도 걱정이 많은것 같다. 아들은 노고단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하더니 조금 이따는 음정까지 가는 길이 제일 가깝다고 듣고 나왔단다.

영종도에 사는 3학년 되는 김도경 학생과 사진 한장 찍었다.

다음에 또 아빠 따라 올거야? 지금은 모르겠단다. ㅎㅎㅎ

여름 방학때 우연히 또 만나자.....

아침 해 먹고 사진도 포기하고 배낭에 디카를 넣었고 우리보다 앞서서 대구팀이 출발하는데 비옷 안에 우모까지 입고 있어 웬만하면 벗고 가시라 했다.

우리도 고어 잠바를 속에 입었고 걷에 비닐 우비를 입고 9시 다 되 출발.


연하천에서 음정 갈림길까지는 그나마 내리막이라 다행이긴 한데 내린 비로 눈이 녹아 밟으면 빠지고 물구덩이가 많다.

비속에 러셀 하는 기분인데 그나마 대구팀은 발자국을 내 주어 난 초행인 이 길을 갈 수 있다.

차영샘은 안경이 김이 서려 잘 보이지도 않아 발 밑만 보고 오느라 힘들었다고 하고 눈이 녹아 빠져 넘어지니 장갑도 젖어 버렸다.

교대한다는 공단 직원이 부지런히 올라가고 이 비에 씩씩하게 올라오는 등산객도 있다. 정말 기죽는다.

길은 초장 경사가 쎈 곳도 지나고 산죽 밭도 지나더니 눈이 점점 적어지더니 갑자기 임도가 나타났다.

이젠 살았다 싶다. 아이젠을 물 흐르는 곳에서 씻어 걸고 걸어 내려가는데 임도도 차 바퀴자국에는 물이 흐르고 간간히 얼음도 남아있어 결코 만만하진 않았다.

웬일인지 신발 오른쪽도 젖어 온다. 뭐지? 새 신발 마인들인데?

임도 만나는 곳에서 대구팀을 잠시 만났고 임도로 가다 질러 가는 등산로 표지기가 있어 내려가는데 이곳도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가니 마을을 만났다.


 



 

 


오늘 하산길은 전혀 쉬지도 못했고 아무것도 먹을새 없이 오느라 다리도 얼얼하면서도 마을을 만나니 나중에 이날도 두고두고 기억어 남을거라 하며 웃었다. 하산 하는 순간 힘든 기억은 홀랑 다 까먹는다.

마을에서 조금 내려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는데 버스 기다리기도 그렇고 해 마천 나가는 택시를 부르니 곧 도착.

마천에는 목욕탕이 없고 인월 나가야 한단다. 마천은 9천원. 인월은 2만원대 함양 나가면 더 좋다는데 32000원이라고...

3만원에 깎아 달라고 하니 깎지 말란다.

성삼재에서 하산해도 그 정도 줘야 하니 함양 목욕탕에 데려다 달라고 하니 오도재를 넘어 데려다 주는데 비는 조금 덜 오는것 같다.


 

 

하이야트 호텔 사우나로 데려다 주는데 무늬만 호텔인지 가격이 5천이다.

신문을 얻어 신발에 채워 넣었고 들어가 젖은 바지도 신문으로 돌돌 말아놓고 어수선 하게 있으니 배낭을 평상 아래에 넣어 놓으란다.

구경거리 되 가며 욕탕이 들어가니 비누도 없네?

500원짜리 비누 사고 들고 온 샴프로 머리는 감는데 거품이 안나네?

이 말을 들은 함양 젊은 아지매가 목욕 타월까지 세트로 빌려주고 쓰라고 한다.

감사해 하며 빌려 쓰고 냉탕에서 물 마사지도 받고 나오니 아주 좋다.

기사님이 알려준 식당은 이름도 까먹었고 중국집이 보여 들어가 우동과 잡채밥을 시켜 먹었는데 먹는데 정신 팔려 사진 찍는걸 다 먹고 생각났다.

상호라도 찍고 표를 예매 하려니 1시반은 안의 들렸다 가 30분이 더 걸린다고 해 할 수 없이 2시반 표를 사니 아마도 백무동에서 나오는 버스 같다.

1시간 이 남아 다시 목욕탕 앞 카페에서 차와 쿠키로 후식까지 먹고 차를 타니 대부분 비 때문에 산행 포기한 등산객 같다.


연하천에서 만나 여인에게 문자를 보내보니 장터목까지 엄청 고생하고 무사히 도착했다고....

그래도 내일 아침 일출 보면 오늘 고생 다 까먹을거라고 등산객은 원래 선택적 치매 아니냐고 하니 맞단다.

휴게소 한번 쉬고 동서울 도착하는데 서울 들어와 막혀 조금 늦었다.

집에 오니 배는 고픈데 밥이 없다.

밥을 해 허겁 지겁 저녁을 먹고 나니 집에 온게 실감 난다.

오늘 못한 구간은 5월 지리 경방 구간 끝나면 성삼재에서 시작 해 연하천 1박 후 세석에서 하산하잔다.

알았어, 오늘 못 받은 지리 3/1을 5월에 받는걸로.....

힘들어 하면서도 욕심 내는 나랑 놀아주어 고마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