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0산행

해가 제일 긴 날 짧은 산행 (진양기맥, 아등재-성현산-한티재, 6/21)

산무수리 2020. 6. 21. 23:27

<익어가는 연습> 
김윤자 
처음엔 애처로웠지. 비에 젖어 떠는 나무가 
어미 되어 품어주고 싶은 아가, 나무야 
잎사귀를 꼬옥 오므려봐. 아님 빗줄기를 떠밀어봐 
외다리로 버티어 서서 따닥따닥 볼을 치는 비를 
배꽃 하늘거리듯 웃으며 맞고 서 있어. 나무는 
자꾸 가 보았어. 비 오는 날 우산 없이 
거기 배꽃 하늘거리듯 서 있는 나무를 믿고 
차츰 내가 아가 되어 나무 곁으로 살살 파고들다가 
나무 밑의 고요한 흙을 보게 된 거야 
침묵으로 나무를 품고 있는 
검붉도록 사람들 발길에 채이면서도 
다지고 또 다진 몸으로 나무를 받들고 있는 
나무야, 흙에 꽂히려는 장대비 촉살을 
그렇게 네 머리로 받아치고 있었구나 
너를 부축이는 흙, 흙을 위해서 
비 오는 날 산에 가면 
맑은 날 산에 가는 것보다 더 익어서 돌아온다. 

 

산행일: 2020.6. 21 (일) 

코스개관: 아등재-안금봉 (삼각봉)-성현산-한티재 (10:00~16:00)

날씨: 여름을 실감하던 날

멤버: 당나귀 7명

 

몇달 전 차를 만나 점심을 먹는다고 역으로 진행하다 비를 만나 오후 산행을 포기하고 다같이 온천을 하던날 빼먹은 구간을 하는 날. 

총무님 보따리가 심상치 않다. 오늘 저녁을 열무김치말이 국수를 준다고 아이스박스에 코펠에 짐이 한가득이다.

모처럼 더덕 슬러쉬까지 한병씩 나누어 주신다. 지난주 산에 가 많이 캤다고...

더워진 날씨에 짧은 코스라고 기사님이 갈림길을 놓쳐 되돌아오는 해프닝.

사진 찍고 출발.

 

길은 초장부터 오르막이 경사가 제법 쎄다. 산은 우거져 시계도 없고 길 찾는것도 쉽지 않을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건 넝쿨은 별로 안 보여 총무님 수고가 덜할것 같다. 첫번째 쉬면서 더덕 슬러쉬 먹고 원기 회복하기.

 

정신 차리고 선두 발자취를 따라 가는데 군데 군데 쓰러진 나무가 많다.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나보다. 아무튼 군데군데 나무를 피해 돌아가야 하는 길이 자주 나와 이 길이 맞나 싶다.

첫번째 트랭글이 운다. 뭐지? 삼각봉 표시가 있다. 인증샷 하고 출발.

 

회장님은 아픈 어깨에도 나무가 누워있거나 길을 가로막는걸 치워주신다고 바쁘다. 건설회사 출신 아니랄까봐 여기서도 길 정비를?

덕분에 회장님 뒤에 따라가면 훨씬 수월하다. 이 와중에 까멜과 회장님은 산초순 딴다고 바쁘다. 장아찌하면 맛있다고....

농촌출신과 황장금의 황금 조합?

오늘 하산해 국수를 먹어야 해 점심을 일찍 먹어야 한다는 총무님.

12시 채 되기 전 점심을 둘러앉아 윤호씨가 무겁게 지고 온 맥주 한모금씩 하니 좋다.

얼음물에 커피를 타 냉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성현산을 향해 출발.

 

 

성현산까지는 아직 많이 남은것 같은데 빨리 오란다.

산딸기 철인데 왜 안 보이냐고 하더니 산딸기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여기저기 나무에 붙어 산딸기를 따먹고 쉬는데 바람이 아주 좋다. 한참 쉬었다 출발.

 

한참만에 성현산이 나왔다.

여기서 한참 쉬고 이야기 광장을 펼치고 국수 먹으러 출발.

 

성현산 찍고 하산하는데 길이 넝쿨로 뒤덮혀 갈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임사모가 되어 하산하는데 여기는 딸기가 더 많다.

마을을 지나는데 마을이 어여쁜데 이 더운날 밭에는 어르신만 보인다.

총무님과 까멜 셋이 앞서 내려가는데 뒷 사람들 올 생각을 안한다.

마을을 지나 한티재 휴게소 앞에 오니 바이크족이 한가득이다. 온갖 종류의 바이크가 보이더니 한팀 한팀 떠나 겨우 조용해 졌다.

 

후미가 하도 안 와 전화를 해보니 딸기 배터지게 먹고 오는 중이라고.... 헐~

총무님 사모님이 준비해 주신 국수와 열무김치에 총무님은 수육까지 데운다고 코펠과 버너까지 들고 오셨다.

그래도 맥주가 없으면 서운하다 하니 발빠른 윤호씨가 얼른 매점에가 맥주를 사온다.

당나귀는 소수정예에 한사람 한사람이 다 소중하다.

언제까지 당나귀에 함께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런 시절인연이 고맙다. 감고사~

 

-사진, 동영상 추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