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김안로
우리 집 아파트는 가을모기 한 마리 키운다.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한 톨의 씨앗처럼,
날이 갈수록 몸집이 작아지고 진화된
놈은, 엘리베이트를 동승했다 내릴 때
내 뒤를 밟고 집 안으로 들어온 침입자다.
당장 잡아서 물고를 내고 싶지만
그거 쉽게 볼 일 아니다. 놈의 도피지능은
언제나 나의 색출능력을 앞지르고
지형지물 활용이나 돌격엔 더없는 명수다.
햐, 요놈 봐라! 그 작은 몸집으로,
숨죽여서 이빨 깨물고 핏대 세우는 나하고
한 판 붙어보자는 거다.
나 참, 같잖아서.
놈은 자리를 깔고 이불을 펼 때마다
스토커처럼 찾아와 내 주위에다 진을 친다.
나도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하루는 집안의 전등을 죄다 끄고
TV만 켜놓고선
킬러를 최대한 손 가까이 두고
놈의 동선(動線)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뿔사!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늘 이랬다. 남는 것은,
손만 아프고
파리채 소리만 요란하고
놈에게 만찬을 진상한 것 뿐.결국은
내가 손을 들고 말았지.
세월이 지나,내 나이 모기(耄期)에 이르면
나무껍질 같은 내 살가죽도 덤빌런지.
언제나 승자였던, 질긴 네놈도
머지않아 큰 명절이 오면
얼어 죽고 말리라, 네놈의 조상이 그랬듯이.
*모기(耄期):여든 살로부터 백 살까지의 나이대를 말함
코스개관: 상양마을-아랫재-운문산-딱밭재-운문사 (11:10~17:40)
어제에 이어 오늘도 6시에 만나 청도를 향해 출발.
뒤의 두여인은 비몽사몽 가다 칠곡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경란씨표 떡에 커피에 감자까지 푸짐하다.
청도 운문사 주차장에 차를 대니 이미 10시가 훨씬 지났다.
함께 산행하기로 한 창원에서 출발 하기로 한 관계자가 늦는단다.
오늘 산행이 운문사에서 출발 해 원점 하기엔 코스가 너무 길어 반대로 넘어오기로 했단다.
그래서 대구 사촌이 일부러 우리를 태워 터널 2개를 지나 도착한 곳은 얼음골 마을 상양마을이라고.....
산행 기점까지 우리를 내려주고 대구로 가고 등산로를 못 찾아 넘의 집으로 들어가니 거기 아니란다.
되돌아 나와 출발.
상양마을에서 운문산 가는 길은 험한 곳은 없지만 시계도 별로고 짧은것 외에는 별 매력은 없는 코스다.
아랫재 도착하니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가지산, 좌측으로 가면 운문산이다.
어제 민둥산이 시원해 오늘도 비슷할줄 알았는데 덥다.
아랫재에서 조금 더 올라서니 간간히 조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간 쉬면서 과일로 원기 보충하고 올라가는데 내려오는 사람이 아직 멀었다며 기운을 뺀다.
조금 더 올라가니 사방이 트이고 정상이 곧 나올줄 알았는데 그래도 1000이 넘는 산인지라 힘 쭉 빼고 나니 드디어 정상.인증샷 하려는데 디카가 바테리가 다 됐단다. 헐!~
핸드폰으로 정상 사진 찍고 정상은 너무 땡볕이라 그늘 방 뺀 곳이 있어 이곳에서 회장님이 가지고 온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어제에 이어 부지런한 두 여인이 만든 반찬으로 점심 잘 먹고 출발.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석골사에서 올라온다고....
딱밭재에서 운문사 가는 길이 오래 전에 왔다는 회장님이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못가게 막아 놓았다고 한다. 조금 불안하다.
조금 더 진행하니 시계가 팍 트이면서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오늘 산행의 백미라는데 양쪽 능선이 다 심상치 않고 아주 멀리 운문사가 보인다.
딱밭재 가는 길에 직진은 위험구간이라는데 그 길로 간다. 허걱~
여인들이 다 암릉에 강한지 전혀 겁먹지 않고 직진하네?
처음 암릉은 넘어갔는데 다음 암릉은 우측은 줄잡고 하강하는데 아래가 안 보여 불안하다. 우리는 좌측으로 온몸 산악회 모드로 스틱도 접어넣고 겨우겨우 내려섰다. 다행이 이 구간을 지나니 위험 구간은 보이지 않았고 준희 표지판 923.8m 표식이 보인다. 여기서 조금 더 진행하니 운문사와 석골사 갈림길인데 운문사 구간에 리본은 있는데 자연보존구역이라고 들어오지 말라는 오래된 팻말이 보인다.
여기서 봉우리를 하나 더 치고 올라가 능선을 하산하는게 좋은지 계곡을 치고 가는게 좋은지 고민하다 계곡길이 조금 짧지 않을까 싶어 이 길로 하산하기로 했다.
물도 없는 이 계곡은 천문계곡이라는데 풀도 꽃도 없는 잔돌이 무성한 길로 밟으면 무너져 내리고 길도 안 다닌지 오래라 정말이지 그지같다. 경관이 좋아 보호하려는 의미보다는 길이 안좋아 다니지 말라고 한것 같다.
길 찾기도 쉽지 않아 회장님이 고생 하셨다.
아무튼 한참 내려오니 돌이 좀 굵은 돌로 바뀌더니 제대로 된 계곡이 보이면서 길도 좀 나아지는것 같다.
긴장하느라 쉬지도 못하고 내려오다 거의 평지성 길로 바뀌고 물이 나와 잠시 쉬면서 간식도 먹고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될줄 알았는데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고 엄청 많은 돌이 깔려있는 길을 하염없이 내려오다 드디어 땅을 밟고 가는데 계곡 건너면 암자가 보이는데 스님 수행중이라고 막아 놓았다.
계곡을 몇번 건너고 (물이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드디어 데크길이 보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데크길은 사리암쪽에서 내려오는 길인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내려온다. (사리암이 갓바위 처럼 잘 조성되어 있다고......)
드디어 운문사가 보인다. 운문사 건너편 높은 곳에 암자가 하나 보인다.
절은 저녁 무렵인데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절도 하고 한바퀴 돌아 나오려니 저녁 예불 전 법고를 치기 시작한다. 생각지도 못한 귀한 구경을 하게 되었다.
끝까지 보고 싶었지만 시간도 늦었고 관계자께서 기다리고 계셔서 마음만 함께 하고 출발.
주차장까지 길도 솔밭길이 좋다고 1키로 정도 걸어 나가 관계자 만나 저녁은 언양에 가 먹고 바로 고속도로 타면 된다고....
언양 쇠고기를 관계자께서 사주셨다. 당나귀 식구들에게 밥도 많이 사주셨는데 오늘도 신세를 졌다. 회장님이 아재란다.
8시경 출발해 비몽사몽 오는데 차는 논스톱으로 장미인 내려주고 평촌에 오니 11시반 경.
내일은 원래 당나귀 산행이다. 집에 가 잠만 자고 나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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