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1산행

인왕산 넘어 홍제천 걷기 (6/19)

산무수리 2021. 6. 19. 20:40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음 좋겠다 >

유승희 


칠흑 같은 어둠이 
까맣게 내려앉는 꺼멍 밤 
동글동글 달빛 차르르 쏟아지면 
그 옛날 꼬맹일 적 
엄마가 가꾸신 예쁜 꽃동산 
채송화, 백일홍, 맨드라미, 봉선화, 한련화 
졸망졸망 고것들 
납작 엎드려 소록소록 잠든 위로 
달빛 차란차란 춤추는 
평화로운 모습 볼 수 있으면 좋을 
뒤란이 있는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땡글땡글 볕 뜨거운 날 
억새발 하나 걸어놓고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팔죽선 하나에 
뒷동산 골짜기 바람 가슴팍 시원하니 
긴긴 여름 너끈히 보낼 수 있는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안개비 부슬부슬 내리면 
축축한 구들 
메적지근 불 지피고 
우거지 삶은 듯 떱떠름한 녹차 홀짝이며 
뽀얀 안개 감실감실 산허리 감고 도는 멋들어진 정경에 
그럴 듯한 시 한편 건져 올릴 수 있는 
턱 낮은 뒷문 하나 있으면 좋겠다 

뭐니뭐니 해두 
나 늙어 
당신이랑 
턱 낮은 뒷문이 있는 
그런 집에서 살았음 참 좋겠다.

 

독일의 신경과민증을 앓고 있는 표현주의 화가.

 

코스개관: 독립문역 1번 출구-국사당-선바위-정상-기차바위-홍제문-세검정-홍제천-보도각 백불-서대문구청-홍제천-홍제역 (9:55~17:05)

지난주 3명이 코로나 접종을 했고 난 이번주 수욜 접종하고 목욜은 괜찮았는데 저녁 갑자기 입이 부르트더니 얼굴 전체가 부풀어 올랐다. 항히스타민제를 반알만 먹고 자니 아침에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친구네 병원에서 조제한 쎈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출근하니 하루종일 비몽사몽 했지만 부기는 좀 가라 앉았다.
산행을 가야하나 고민했는데 2명이 손들어 인왕산 가기로....

10시 독립문역에서 만나 선바위 이정표 따라 가니 이런데 처음이라는 두 여인. 이왕이면 안 간 코스로 가봐야지...
오늘 날씨 그늘 없는곳은 엄청 덥다.
선바위 보고 그늘에서 쉬면서 수박과 에그타르트 1차 먹고 성벽을 만나 정상 가는길은 완전 땡볕에 사람들도 바글거린다. 올라가는데 하늘이 힘든가보다. 그래도 무사히 정상 찍는데 인증샷 줄이 길어 포기하고 기차바위 능선 그늘에서 길게 쉬고 맥주와 호두타르트와 냉커피 마시기.

한참을 쉬고 상명대 방향 능선으로 가는데 그늘이고 바람도 불어준다. 이 코스 막판이 좀 등산로가 안 좋았는데 예전보다 등산로 정비도 되어 조금은 순해져 무사히 찻길을 밟고 하늘 추천 식당인 세검정 앞 song's kitchen 가기. 헌데 우리 함께 몇년 전 와 본 곳이다. 다 맛있지만 그중에서도 루꼴라 피자와 해물 떢볶이를 추천해줘 셋이 먹으니 피자가 남았다. 한명 더 왔으면 딱 좋을뻔.

배도 부르고 거리도 늘릴 겸 홍제천 걸어 서대문구청 앞 인공폭포까지 와 놀다 도로로 나와 첫번째 카페에 들어가니 손뜨개 강습을 겸한 집이다.
다음 우리가 뭘 만들까 고민한지라 뜨게질이 눈에 들어온다 웃었다. 이런 저런 작품을 보고 사진도 찍고 집에 가려니 버스 타고 전철역 가야한다고..
걸어가자~ 다들 원기 회복 되었다고 해 다시 홍제천으로 내려서 홍제역에서 아웃. 다음주 산행은 예고한 대로 일요 예정이니 시간 비워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