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깃들어>
천양희
누가 내 발에 구름을 달아 놓았다
그 위를 두 발이 떠다닌다
발 어딘가, 구름에 걸려 넘어진다
生이 뜬구름같이 피어오른다 붕붕거린다
이건 터무니없는 낭설이다
나는 놀라서 머뭇거린다
하늘에서 하는 일을 나는 많이 놓쳤다
놓치다니! 이젠 구름 잡는 일이 시들해졌다
이 구름,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구름기둥에 기대 다짐하는 나여
이게 오늘 나의 맹세이니
구름은 얼마나 많은 비를
버려서 가벼운가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나를
감추고 있어서 무거운가
구름에 깃들어
허공 한 채 업고 다닌 것이
한 세기가 되었다
코스개관: 권금성 케이블카 주차장-비선대-마등령3거리-나한봉-큰새봉-1275봉-신선봉-희운각 갈림길-비선대-주차장 (6:50~17:10)
남의편이 설악을 가자고 한다. 날짜 잡기가 어렵다. 화욜은 하루 종일 비가 와 방콕 했고 수욜은 모락산을 다녀왔는데 목욜 내일 설악산을 가려면 준비를 하란다. 헌데 가긴 가려나 싶어 일단 주 1회 타기로 한 잔차를 타고 왔다. 그리고 갈거냐고 연락이 와 간다고 했다.
아침은 차에서 먹기로 해 유부초밥을 저녁에 싸 놓았고 어묵국도 끓여놓고 물도 얼려 놓으니 떡을 사가지고 왔다.
4시 출발 하기로 해 3:40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 국 데워 보온통에 넣고 커피물도 준비하고 출발하니 4시 10분.
나는 뒷좌석에 누워 침낭을 덥고 자는둥 마는둥 하니 설악동 도착. 주차비를 타고 위에 차 대도 되냐고 하니 올라가라고 해 내 입장료 내고 들어가니 권금성 주차장. 설악동에서 거의 1키로는 번것 같다.
차에서 아침을 먹는데 속이 안 좋다고 남의편은 국만 먹고 나는 초밥 몇개 먹고 화장실이 위에 있네 없네 하다 조금 아래 걸어 내려가 화장실 들렸다 출발하니 7시가 안됐다.
와선대 지나 비선대까지 가서 스틱과 무릎 보호대 하고 출발.
공룡을 몇번 와 봤지만 오늘처럼 당일로 오는것 처음인것 같다. 사실 갈 수 있으려나 걱정 되긴 했는데 코로나로 설악, 지리 못 온지도 오래됐고 당나귀 산행도 쉬는지라 긴 산행을 해 본지가 오래되 걱정되 공진단까지 준비했다.
비선대에서 올라가는데 올라칠 수가 없다. 기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비선대까지 워밍법도 했는데.....
헌데 숨도 가쁘고 정말이지 기운도 없고 버벅대니 보다 못한지 배낭에서 물 2병을 꺼내 갔는데도 힘든건 여전하다. 오늘 날씨가 설악인데도 덥다. 남의편은 티도 반팔로 갈아입고 바지도 잘라 반바지를 만들었다.
젊은이 둘이 운동화 같은 신발을 신고 공룡을 간다. 남의편이 걱정 되 물어보니 트레일런화 이고 공룡 지나 대청봉이 목표라고......
헌데 이들보다 내가 뒤처져 갈 수가 없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닌것 같다. 공룡을 최근에는 주로 겨울 하산만 한지라 눈 없는 공룡을 거꾸로 가니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경치가 많다. 힘이 드니 디카를 들고 갔지만 거의 찍지도 못하겠다. 나름팀 리사가 오르막 힘들어 하는 심정 이해가 됐다. 잠시 쉴때만 사진 찍고 가는데 드디어 부부 한팀을 추월했다.
이 와중에 남의편은 노루궁뎅이 버섯도 따고 마가목 열매도 딴다.
그 다음에는 혼자 온 젊은이가 있는데 마등령 반쯤 남은 곳에서 혈색이 별로 안 좋다. 이 사람도 추월하고 그나마 조금은 컨디션이 나아져 평지에서는 부지런히 걸었다.
마등봉 막판 계단이 이렇게 먼지 몰랐다. 아무튼 막판 계단을 만나니 정말이지 반가웠다. 여기서 조금 내려가니 마등령 3거리다. 앉아서 쉬니 사진 찍는다고 자리를 비켜 달란다.
여기도 부부가 같이 왔는데 대간을 하는중이라는데 한계령에서 출발해 1275봉에서 비박하고 오늘 황철봉 지나 미시령으로 가는거라고.... 비박 장비에 큰 디카까지 메고 우리보다 연배가 조금 더 되 보이는데 대단하시다. 무사히 산행 하시라고 덕담 나누고 홀로 온 젊은이 한명이 옆에 쉬고 있었는데 이 청춘은 아주 잘 가 나중 나를 추월했다.
막상 공룡에 들어서니 비선대 올라서는것 보다는 길이 나은것 같다. 헌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급경사 내리막에서 한 팀 여자가 무섭다고 소리 지르고 위에서는 잔소리 해대고 시끄럽다. 비켜주어 얼른 앞서서 갔다.
간식으로 떡을 먹는데 입이 말라 안 넘어간다. 차영샘이 산에서 떡 먹기 싫다는 이유를 확실히 이해했다. 달라 붙는다.
복분자즙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사과도 먹고 귤도 먹고 먹을 수 있는것 마실 수 있는것은 쉴때 마다 먹었다.
1275봉 올라가냐고 해 안 올라간다고 하니 남의편은 올라갔다 온단다. 헌데 1275에 몇 팀이 보이는데 누가 아는체를 한다. 앗, 솜솔아빠다. 맨날 당나귀 힘들어 못 쫓아 온다더니 뻥이었네?
친구 셋이 4시반경 출발했는데 밥도 안먹고 주님만 2번 모셔 놀며 놀며 온다며 아마도 마지막 공룡산행 같다고 웃는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가운데 남의편은 1275봉 꼭대기에 올라가 있다. ㅎㅎㅎ
솜솔아빠 팀이 출발하는데 날 보고 남의편 안 기다리냐고 해 걸음이 느려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다. 솜솔네는 오늘 외옹치항에서 1박 하고 내일 아침 귀가 예정이라고......
1275에서 내려오니 촛대바위라는 곳에 솜솔아빠 팀이 간다. 거기 길이냐고 하니 사진 찍는거라고....
남의편이 내려오다 만나 인사하고 우리가 쉬며 맥주 마시는 동안 솜솔아빠네가 추월. 이 팀은 사진 찍고 진짜 널널하게 간다. 나는 죽을둥 살둥 가는데......
기나긴 오르막에서 아침 같이 출발했던 청춘을 드디어 추월. 물이 얼어 못 먹는다는 남의편의 말.
오르막 올라가니 솜솔네 사진 찍느라 바쁘다. 노느니 단체 사진 찍어주고 우리도 찍고 솜솔네 먼저 출발.
한 사람이 날보고 대단하다고. 속으로 뭐가 대단하다는건지....
반 정도 지나니 조금 안심이 된다. 솜솔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그 팀 사진 찍는 틈을 타 우리가 앞서게 되었다. 드디서 신선봉. 여기서 사진 찍고 간식 먹자니 솜솔네 보인다고 좀 더 가자고 해 할 수 없이 내려와 간식 후다닥 먹고 출발.
드디어 공룡이 끝났다. 마등령에서 10시반 출발 해 2시20분이다. 생각보다 선방 해 기뻤다. 이젠 비선대까지 2시간 반만 가면 된단다. 과연 그 시간에 갈 수 있으려나?
비선대까지 내려오는길은 거의 대부분 돌계단이다. 스틱과 무릎보호대 없으면 절대 못 내려올 이 길을 다리 아프기 전 내 나름대로 부지런히 하산하는데 하산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시간에 간간히 올라오는 사람들은 있다.
데 설악은 현재 공사중. 군데 군데 계단, 데크를 새로 보수하느라 비계 설치하고 새 재료, 뜯어낸 재료로 폭포 조망이 얼망이다. 양폭 위 작업자용 숙소도 있고 산행 내내 헬기가 뜨더니 자재 수송하는중이었나 보다.
수해로 계곡이 많이 망가졌었고 코로나로 대피소도 못하니 이 참에 수리를 하는데 단풍 철 전에 완성이 목표인것 같다. 데크를 많이 깔아 놓아 길은 좀 순해졌고 못보던 구조물도 보이고 정비가 되면 훨씬 깔끔해 지긴 할것 같다.
여기 저기 공사팀이 많아 지나다니는데 조금 미안할 지경이다.
막판 귀면암 올라가는길도 계단을 새로 놓아 길이 깔끔해 졌는데 오르막에서 허리가 너무 아프고 무릎은 불이 나는것 같다. 그래도 예상시간 내에 무사히 비선대 도착하니 정말이지 기뻤다.
스틱와 무릎보호대 빼고 차 있는곳 까지 부지런히 내려와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저녁을 먹으려니 6시면 그나마 문을 닫나 보다. 한군데 연 곳이 있어 겨우 저녁 먹고 커피 한잔 사서 남의편 졸지 말라고 주고 출발해 기름 넣고 남양주에서 조금 막혔지만 9시 전 무사히 귀가.
너무 피곤한지 잠은 잘 오지 않았지만 무사히 당일 공룡을 넘었다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날보고 아직 살아 있다고 놀린다. 헌데 이거 결혼기념일 선물이지? 어떻게 알았어. 선물하기 힘들단다.
돈이 아니라 몸으로 때우니 힘들지. 이유는 어찌 되었던 무사히 설악을 다녀올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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