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1산행

제주 3 (어리목-영실, 12/15)

산무수리 2021. 12. 16. 21:47

<사랑 한 줌>

황도제


가볍고 부드러운 것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
때론 한없이 커 보이는 것
  
늘 부족하여 채워지지 않는 것
그러나 한 줌이면 충족되는 것
  
따스한 것
그래서 몸 속에서 녹아 내리는 것
  
눈물의 뒤편에서 빛나는 것
죽음의 저쪽에서 환해지는 것
  
줄 때에 기쁜 것
줄수록 더 많이 생기는 것
  
한 없이 한 없이
주어도 괜찮은 것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것  

 

어리목 입구-사제비 동산-사제비 약수-만세동산-윗세오름-방아오름 전망대-윗세오름-노루샘-오백나한-영실지소-영실입구 (9:15~15:10)

 

아침 7시 숙소에서 나와 다시 터미널로 나와 어제 먹던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터미널에 가니 8:30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는 1시간에 한대 밖에 없다. 등산이나 올레길 걷는 사람들이 여러명 탔고 그나마 출근시간은 좀 지났는지 어제 아침보다는 덜 붐빈다. 버스는 1100 도로를 지나 어리목에서 여러명이 내렸다. 여기서 등산로 입구까지 300미터라는데 더 길게 느껴진다. 반대편은 어승생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이 코스는 어렸을때 와보고 처음인것 같다.

인증샷 하고 올라가는데 오늘 날씨가 가스가 끼어 시계가 별로 안 좋을것 같다.

이쪽 코스는 12시 전에는 입산 가능한데 사람이 많지 않아 간간히 한 팀씩 보이는 정도. 초장 지루하게 올라가다 사제비동산쯤 올라가니 데크가 깔려있고 길이 순해졌다. 중간 잠시 했던 아이젠을 뺐고 완만한 데크길을 올라가는데 시계는 여전히 좋지 않다. 아래에서는 덥더니 위로 올라오니 바람도 불고 제법 쌀쌀하다.

 

중간 쉬면서 초코바를 먹으려다 우리도 데크 사이로 빠뜨려 못 먹었다. ㅠㅠ

만세동산을 올라갈 때는 방송 소리는 나는데 시계가 더 나빠졌다. 그나마 올라오니 상고대가 조금은 보이는 정도.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계속 내려온다.

드디어 윗세오름이 나왔고 영실 대피소는 공사중이라 어수선하다. 바로 내려가면 산행이 너무 짧고 남벽까지 가기엔 너무 길다고 방아오름까지만 갔다 오잖다. 여긴 1시 이전에 통과 해야 하는데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다.

 

이쪽엔 중간 중간 눈이 남아있지만 아이젠을 하기엔 돌길도 많은지라 줄잡고 매달려 가기. 미끄러운 계단을 내려가는데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시계가 나빠 남벽까지 안가고 되돌아 오는것 같다.

한 사람은 남벽에서 정상을 올라가려고 한다고 하니 걸리면 요즘 20% 할인해 준다고 웃긴다. 걸리면 30만원 과태료라고 적혀 있다.

계속 시계는 보이는것 같다 가리고를 반복이다. 날도 쌀쌀해져 벗었던 조끼도 도로 입고 방아오름 전망대에 갔지만 아무것도 안 보인다. 여기서 아예 돈내코로 하산하는건 어떨까 잠시 고민을 했는데 영 자신이 없어 돈내코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오기로 했고 빵과 우유로 오늘 처음 간식을 먹고 출발. 남들은 우리가 남벽 찍고 오는줄 알겠지?

 

영실 하산 코스는 2015년에는 눈 덥힐때 왔는데 전혀 기억에 없고 거의 데크길로 조성되어 있어 길이 완만해 아주 좋다. 헌데 시계는 여전히 나빠 보이는게 없으니 빨리 내려가게 된다.

날씨가 좋으면 뭐가 보이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내려가다 잠깐씩 경치를 보여주다 말다 반복하더니 급경사 계단이 나오면서 조금씩 가스가 걷히면서 경치를 보여준다. 어리목 코스보다는 영실 코스가 훨씬 좋다.

길은 데크가 많이 깔려있어 순한 구간이 많지만 중간 중간 불규칙한 계단과 돌길은 정비를 좀 더 해야 할것 같다.

아무튼 무사히 아이젠 하지 않고 하산했고 스틱을 접어 배낭에 넣고 짐을 챙겼다.

여기서부터 버스 정류장까지 30분 이상 걸어 내려가야 하는데 이 길이 경사도 급하고 생각보다 아주 길어 진짜 30분 내려가니 버스 정류장이 나왔다.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다시 터미널로 와 아침에 갔던 식당에서 갈치조림을 먹었다. 점심을 거의 안 먹은지라 진짜 맛있게 먹었다. 주인장 보고 개근상 달라고 하니 막 웃는다.

젊은이 한팀이 왔는데 아마도 한라산 정상을 다녀온것 같다. 상장 같은걸 한장씩 들고 있는데 조금 부러웠다.

저녁 먹고 시간도 남는지라 버스를 타고 (터미널 북. 터미널 건너편 정류장, 남의편은 택시 타자는데 시간도 남고 이번 여행 컨셉은 대중교통으로 제주도 즐기기인지라 우등 버스도 지양) 공항에 내려 시간은 좀 이르지만 들어가 이도 닦고 면세점 둘러보다 고글 하나 지르고 비행기 기다리는데 청주가는 비행기가 안개로 결항이라 난리가 났다. 잘은 모르지만 대구 가는 비행기를 태워주나보다. 헐~

8:10 비행기는 무사히 떴고 9시반경 김포에 내렸고 버스 표 끊는데 기계에서 한분이 도와달라고 해 모란행 한장 끊는 도우미를 했고 리무진 타고 오늘 귀가.

3일 중 2일 간 산행을 한 다소 빡쎈 제주 즐기기였다.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