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1산행

제주 2 (한라산 가기, 12/14)

산무수리 2021. 12. 16. 21:18

<추운 날>

김용화


달걀같이 갸름한 달걀빛 얼굴을 한
눈 말간 소녀가 앉았던 자리에
살짝 떨어뜨려 놓고 간 몇 온스의
온기에 감염,
아차차! 이수역을 지나치고 말았네

 

성판악- 사라 대피소-진달래 대피소-한라산 동봉-용진각 대피소터-삼각봉 대피소-탐라 대피소터-관음사 입구 (8:25~15:45)

 

6시 출발 한다더니 7시 숙소를 나서 숙소 주인이 알려준 '밥이 맛있는 집' 식당에 가니 아침인데도 사람이 많다. 몰랐는데 터미널 바로 옆은 운동장이 있었다. 여기서 시합이 있어 근처 숙소가 방이 별로 없다는것 같다.

옥돔구이에 미역국이 나와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산에서 먹을 간식은 길 건너 빵집에서 빵을 샀고 커피, 요구르트, 귤을 샀고 숙소에서 준 귤까지 있어 어제보다 짐이 더 무거워 졌다.

성판악 행 7:30 버스를 탔는데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다. 8시 넘어 성판악 도착. 주차장은 만원이라고 차 가져온 사람들은 국제대 주차장에 대놓고 오라고 방송.
얼마 전 부터 성판악 1000명, 관음사 500명 인원 제한이 생겨 사전 예약 없이는 산행을 할 수가 없다. 예약 후 QR코드 스캔을 해야 입장 가능하다. 주말엔 예약이 힘들고 오늘은 평일이어서인지 잘 모르고 온 사람들이 즉석에서 예약을 하고 들어가는것 같다. 성판악쪽이 2배 많은건 사라오름까지만 왔다 가는 사람들도 있어서?

 

화장실 들렸다 스패치를 하고 출발하는데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어 쌀쌀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기온이 높다.

성판악에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하긴 하지만 매우 매우 지리하다. 날보고 사라오름 올라갈거냐고?

노, 하산할 때 들릴때도 힘들었는데 올라갈 때는 엄두가 안난다. 걱정말고 들렸다 오라고 했다. 혼자 앞서 가다 혼자 가니 심심하다고 기다렸다 다시 선두에서 없어졌다.

거의 쉬지도 못하고 진달래 대피소 거의 다 와 가니 쫓아왔다. 사라오름에 상고대가 피어 경치가 좋았단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빵, 커피, 요구르트로 점심 대신하기. 요즘은 산에 발열 밥을 가져오는게 유행인것 같다. 한 팀에서 데크 사이로 이어폰을 빠뜨려 기어 들어가 주워오는 광경도 봤다.

진달래 대피소 지나서는 눈이 있는지 아이젠을 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스패치는 필요 없고 덥기도 해 우리도 스패치는 빼고 아이젠을 꺼내기 좋게 준비하고 11시 경 출발.

 

진달래 대피소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멀지 않지만 경사가 급해지고 눈도 쌓인곳도 있고 데크에는 눈이 다 녹았고 아이젠을 중간에 미끄러운데 하고 가자고 해 했다가 내려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이젠을 하지 않았고 햇살이 따뜻해 중간에 빼고 정상까지 아이젠 없어도 올라갈만 했다.

상고대는 거의 보이지 않고 그래도 조망이 좋아 내려다보이는 사라오름., 제주시, 바다 등의 경치는 눈을 즐겁게 한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정상 인증샷 하려는 줄이 장난이 아니다. 인증샷 하고 앱에서 사진을 올리고 증명서 신청을 하면 하산하면 받을 수 있다는 안내가 있긴 했다.

줄서서 사진 찍는건 엄두가 안나 언저리에서 한장 찍고 바람 불지 않는 비교적 따뜻한 정상에서 우리도 앉아서 빵, 커피 남은걸 먹고 출발. 아이젠은 조금 더 내려가다 하기로......

 

관음사쪽은 그나마 상고대가 좀 남아있다. 평지성 데크에서는 아이젠 없이 버티다 급경사 내리막이 나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내려가는데 아직 시간이 일러서인지 올라오는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부지런히 내려가는데 혼자 빨리 간다고 시비다. 걸음이 느리니 부지런히라도 걸어야지......

용진각 대피소터에서 잠시 쉬면서 초코바를 먹고 출발.

 

용진각에서 조금 더 내려오다 아이젠을 일단 뺐고 미끄럽지 않게 삼각봉 대피소까지 내려올 수 있다. 화장실 들렸다 입구를 향해 출발.

 

대피소 지나 조금 내려가니 아이젠을 아무래도 해야할것 같다. 한참 하고 내려가다 다시 아이젠을 뺐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다리 아파 쩔쩔매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 나도 탐라 대피소 급경사 계단을 내려갈때는 다리가 아프더니 다리 건너 다시 올라가는데 아픈게 조금 풀린다. 다행이다. 날도 더워져 조끼도 벗고 버프도 빼고 부지런히 하산하는데 헬기장부터 보이던 젊은 커플이 아이젠도 하지 않고 어찌나 잘 걷는지 부지런히 걸었는데도 산행 끝날 때 까지 추월을 못했다. 우리가 쫓아가니 더 빨리 내려간건지 진짜 대단하다.

등산로 입구에는 증명서 출력을 전산으로 할 수 있나보다. 이럴줄 알았으면 한번 신청이나 해 볼걸 그랬나?

스틱 넣고 일단 버스를 타고 제주대 입구에서 환승하는데 홀로 한라산 온 사람이 앉아있다. 첫 비행기로 내려와 8시반 경 산행 시작해 끝났다고 비행기 시간까지 널널하다며 공항 가는 버스를 타지 않는다.

우리도 저녁까지 시간이 널널해 일단 버스 터미널로 가 어제 못 먹은 회를 먹기로 했다.

 

무진장 횟집의 대방어 소, 치맥을 시켜 배터지게 먹었고 매운탕에 밥까지 먹고 오늘 예약한 해군호텔로 가는데 버스로 가려니 불편하다. 무수천행 버스를 타고 내려 횡단보도를 잘못 건너 아주 길게 돌아서 뚜벅이로 찾아가니 4만보를 넘겼다. 그래도 어제 숙소보다 훨씬 깨끗하고 넓고 침대도 따로 있고 조용하기까지 하다.

배부르다던 남편은 내가 빵사러 가는새 맥주까지 한캔 사와 맥주를 마시고 바람쐬러 나가더니 춥다고 금방 들어와 오늘도 9시 전 취침. 난 피곤한데 잠이 잘 오지 않아 밤새 뒤척였다.

내일은 근처 올레길을 가자 하는데 이왕이면 산에 가자 해 영실-어리목을 가기로 했다.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