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편지>
이향아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지는 그늘에서
꽃 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 것을
싸웠어도 내가 먼저 말을 걸 것을
여름이 익어갈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밭의 상추 아욱 녹아 버리고
떨어진 꽃 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없이 살고 있는지 몰라
여름 그늘 울울한데
능소화 필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
장터목은 새벽 일출을 보기위해 꼭두새벽부터 시끄러운 대피소인데 잠시 잊었다. 잠도 설쳤는데 새벽부터 몇팀이 나가고 시끄러우니 잠도 오지 않아 우리도 나가 어제 남은 국에 밥을 먹고 커피도 타 마시고 출발한 시간이 4:30.
문제는 새벽산행 계획이 없는지라 랜턴이 하나 밖에 없다.
랜턴 하나도 둘이 가려니 걸음이 느린데 그나마 한 사람이 뒤에서 쫓아와 좀 나은데 우리가 길을 막는것 같아 먼저 가라하고 제석봉까지 올라가는데 가스가 끼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제석봉 지나 정체가 되어 추월까지 하고 통천문에 도착. 여전히 희뿌염 하다.
장공주 점점 힘들어 하는게 역력하다. 마지막 힘을 내 정상에 드디어 올라가 줄서서 사진도 찍고 바람 불지 않는 곳에 앉아 쉬는데 아침 먹은게 정상 올라오며 다 소진 됐단다. 그러니 밥 많이 드시라니까....
파워젤 하나 먹게 하고 피낭시에 하나 먹고 조망이 꽝인 지리산을 보고 6시 중산리를 향해 출발.
이 시간에 무박으로 올라온 젊은이들이 정상에 제법 많다.
시원할때 많이 가야 하는게 좋을것 같아 부지런히 살살 내려오는데 파워젤 덕분인지 잘 내려온다. 하긴 내리막이지만 길이 경사가 쎄 나도 속도를 내기 무섭다.
아쉬워 하는데 갑자기 멀리 아랫동네가 보이면서 운해를 보여준다. 갑자기 행복감이 몰려온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조망이 트여서인지 법계사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 잠시 절에 들려 절도 하고 사리탑도 보고 로터리 대피소 앞 테이블에 앉아 간식 먹고 오늘은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법계사 지나 천왕봉 조망하는 곳에서 천왕봉은 아직 안 보이고 (정상부는 아직 가스가 낀것 같음) 기나긴 계단을 내려오는데 칼바위 상단 쉼터에서 하단 쉼터까지 거리는 700미터인데 정말이지 그지같은 길이다. 여긴 아직 길도 정비가 안되 낡은 나무 계단이 진짜 이 길로 왜 왔을까 후회할 즈음 겨우 하단 쉼터가 나와 길게 앉아 쉬는데 생각보다 빨리 장공주 도착.
장공주가 싸 온 마카롱을 먹고 쉬었다 이젠 진짜 얼마 안 남았을거라 생각하며 출발.
헌데 생각보다 길었고 길었지만 끝은 있었고 아무튼 무사히 입구를 만나니 행복했다. 나름 선방 해 4시간 만에 내려왔다.
스틱과 무릎보호대를 넣고 원지 나가는 버스를 검색 해 보니 10:30분. 서두르면 이 버스를 탈 수 있을것 같다. 부지런히 걸어 내려오는데 차 한대가 서더니 타도 된다고.....
시간이 빠듯할것 같아 염치 불구하고 타니 진주 나가는 차라고 원지까지 태워다 주셨다. 덕분에 시간, 돈을 절약해 11:20 버스 예매를 하고 나서도 시간이 남아 세수하고 옷도 갈아입고 농협에 들려 우유와 푸딩을 사서 갈증과 허기를 달래고 버스 승차.
신탄진 휴게소에서는 꽈배기와 커피를 사서 먹고 3:40 남부 터미널 도착.
고생했다고 점심은 장공주가 쏜단다. 터미널 바로 건너편 짬봉집에 가니 브레이크 타임 직전이라 무사히 밥을 시켜 밥 잘 먹고 전철 타고 집에 오니 빨리 왔다고 놀란다.
장공주 힘들어 하면서도 짐을 효율적으로 준비 못했다고 한다. 그럼 다음에 잘 싸서 다시 오세요? 하니 안 온단 말을 안한다. ㅎㅎㅎㅎ 이젠 지리산 안 다녀온 사람하고는 지리산 이야기 안한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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