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의 노래>
정연복
홀로는 이슬 하나의
무게도 견디지 못할 것 같은
작고 여린 꽃잎들이
층층이 포개어지고
동그랗게 모여
이슬도, 바람도 너끈히 이긴다
하나의 우산 속에
다정히 밀착된
두 사람이
주룩주룩 소낙비를 뚫고
명랑하게 걸으며
사랑의 풍경을 짓는다
가파르게 깊은 계곡과
굽이굽이 능선이 만나서
산의 너른 품 이루어
벌레들과 새들과 짐승들
앉은뱅이 풀들과 우람한 나무들
그 모두의 안식처가 된다
나 홀로는 많이 외로웠을 생(生)
함께여서 행복한
참 고마운 그대여,
나의 소중한 길벗이여
코스개관: 효자2동-국사당-테라스 바위-숨은벽 능선-국사당-효자2동 (흐리다 점심 무렵 비가 조금 내리다 그치다 하산 후 장대비, 2명)
지난주 부산에 다녀왔고 이번주는 시한부 백수 마지막에 평일에 가자고 해 금욜로 진작 날을 잡았다.
헌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날 잡은 사람들은 다 빠지고 넘버4와 단 둘이 가게 되었다.
구파발 2번 출구에서 만나 버스 타고 간다고 해 당연히 버스 정류장으로 올 줄 알았더니 굳건히 2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어 조금 늦게 만났다.
예상대로 평일이라 널널하게 버스를 탔고 효자2동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는데 여기도 비 영향을 받아 길이 많이 망가졌다. 한갖진 계곡을 올라가다 폭포도 수량이 많아져 앉아서 쉬는데 한팀이 올라간다. 이 팀은 계곡 횡단하는 곳에서 우측으로 가고 우리는 왼쪽 능선으로 붙었다.
오늘 바람도 안 불고 더워 넘버4 힘들어 하는데 능선에 붙으니 바람이 갑자기 시원해 졌다. 좋아했다. 헌데 이 바람이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인것 같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문제는 내 신력. 물기 있는 곳에서 밀린다. 더럭 겁이 나니 걱정이 된다. 비가 더 내리는것 같아 일단 비옷을 입고 숨은벽에 본격적으로 붙기 전 부산에서 못 먹은 삼각김밥을 하나씩 먹고 출발 하려는데 바로 옆에 한 팀이 앉아 쉬고 있는데 책을 들고 왔다. 하도 궁금해 물어보니 책 보고 이 코스 저 코스를 찾아 다닌단다. 헐~
헌데 이쪽 코스를 잘 모르는것 같다. 여기가 숨은벽이냐고 한다. 벽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진행하면 된다고 하는데 자꾸 우리 뒤를 쫓아온다.
반달바위에 올라가 사진 찍으라고 하니 한명은 우회하고 한명이 올라와 사진을 찍어주어 출석부가 생겼다. 내 신력이 딸려 먼저 가라하고 온몸 굼뱅이 모드로 우회해서 진행하는데 막판 숨은벽 앞에서 우왕좌왕 한다. 우회 했으니 좁은 바위 사이를 통과하는데 한명은 올라갔다 내려가며 친절하게 배낭을 밭아주어 무사하 바위 사이를 통과.
이 팀이 먼저 가고 우리는 버벅대며 내려서 우측으로 하산하는데 안 그래도 너덜성 길이 완전히 망가지고 군데군데 나무도 쓰러져 더 그지같은 길이 됐다.
이 팀은 호랑이굴쪽으로 올라가다 우리가 하산하는걸 보더니 쫓아 내려온다. 적당한 간격으로 진행하다 넘버4가 허벅지에 쥐가 난다고 해 응급처치 하며 간격이 멀어졌다.
헌데 조금 아래에서 앉아 쉬고 있네? 음악을 틀어놓고?
동행 아닌 동행이 되어 졸지에 내가 선두에 서서 가게 됐는데 여기도 한명은 산에 자주 다니는 사람이고 몇년 전 산티아고, 제주 올레를 완주 한 사람이고 한명은 골프가 주종목이고 연중 행사로 산에 오는 사람인것 같다.
소강상태이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데 쉬었다 가자고 해 올라가다 쉰 자리에 앉아 잠시 쉬는데 넘버4 티셔츠를 보더니 본인 거냐고 하며 자연스럽게 나이를 까게 되었다. 셋이 같은 79란다. 이 팀은 같은 고향 중, 고 동창이라고 한다. 아무튼 비가 많이 오기 전 무사히 하산을 했고 초입 하우스에서 같이 하산주를 먹게 됐다.
그팀은 막걸리, 우리는 맥주, 거기에 도토리묵, 감자전, 부추전을 시켜 먹었는데 바로 옆에서는 닭백숙이 진짜 맛있어 보인다. 군침을 삼키니 한 그릇 가져다 주었는데 옻닭이라고 해 한명만 먹을 줄 알아 당첨.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비는 억수로 내려 비 쫄랑 맞고 하산하는 사람들을 보며 천만 다행이다 싶었다.
이 팀은 술을 한병 더 먹겠다는데 비는 좀 덜 내려 우리가 먼저 아웃하고 졸지에 술을 얻어 먹었다.
버스를 타는데 이 팀도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우리는 구파발에서 아웃, 이 팀은 연신내로 간다고.
인연이 있어 산에서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우리가 대접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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