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
목경화
마침 수제비가 먹고 싶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꽃비가 떨어진다.
멸치 국물 내어 밀가루 반죽 툭툭 뜯어 넣은 수제비
언젠가 친구 집에 놀러가 처음 먹어본 수제비 맛은
혀끝의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국물맛과 하얀 밀가루 덩어리 그것
생각해보니 엄마는 수제비를 끓여주지 않았다
언젠가 시집가서 몇 년을 쌀이 귀해 하얀 쌀밥은 구경도 못하고
밀가루 한포를 외상으로 얻어와
수제비만 끓여 먹었다고 하신 말씀을 잊고 있었다
왜 그 기억이 갑자기 지금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오랜만에 수제비를 맛나게 끓여드렸다
한 술도 뜨지 않고 60년 전 이야기만 풀어놓으신다.
수제비는 식어가고 창밖의 빗줄기는 아까보다 더 굵어진다.
인생드라마 한편을 다 찍었다
비가 오는 날에
코스개관: 위중마을-심령-만경산-주선고개-솔티고개-토봉-새티고개-우물교 (9:15~16:15, 가을인지 봄인지 헷갈리게 덥게 느껴진 날, 당나귀 6명)
드디어 팔공기맥 마지막 산행날이다. 신천씨가 아침에 좀 늦었고 휴게소 쉬고 지난번 밥 줍느라 늦었던 그 마을이다. 오늘은 차 올라갈 수 있는데 까지 차로 올라가는데 차 돌릴 수 있는 곳에 다른 차가 막고 있어 좁은 곳에서 차 돌리느라 하마트면 차가 뒤로 밀릴뻔 했다. 가슴을 쓸어 내리고 준비하고 출발.
등산로는 낙엽이 쌓여있어 길이 헷갈린다. 올라가보니 심령고개다. 이제야 확실히 기억에 난다. 이제 만경산을 향해 출발. 오늘 구간은 만경산만 치면 내리막이 많은 구간인데 만경산이 뽀족하게 서있어 얼마나 힘들지......
만경산 올라가는 길은 완만하다 급경사로 바뀌었는데 여기저기 큰 바위가 보인다. 길이 조망도 없고 재미없는 길이라 참 걷기 싫은 길인데 선두는 진작 올라가 보이지도 않는다.
올라가니 정자가 나오고 정상석 옆에는 데크까지 깔려있다. 여기서 총무님 핫초코에 포도로 원기 회복. 여기 이정표에 낙단보 하산길이 있어 이쪽으로 가는거 아니냐고 하니 아니라고. 우리가 올라왔던 마을 주차장에서 버스를 만나 점심을 먹는다고. 하긴 그 덕분에 도시락을 놓고 왔고 총무님은 누룽지 끓여 준다고 큰 코펠까지 들고 왔다. 정상 사진 찍고 출발~
만경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초장에 급경사 살 떨리는 길이 나온다. 그나마 내려오니 많이 완만해 졌고 우측으로 조망도 간간히 보여준다. 햇살 따뜻해 벤치 있는 곳에서 쉬는데 오늘 회장님 컨디션이 영 난조다. 타이레놀을 드리려고 찾아보니 나도 없고 총무님도 없다. 약을 진작 리필 했어야 했는데.....
내려오니 등산로도 좀 정비가 되어 있고 운동 기구도 있는데 풀이 무성한걸 보니 운동을 하러 오진 않는것 같다. 하긴 주민이 별로 없는것 같긴 했다.
길을 만나 여기에서 우리 버스를 만나나 했는데 여기서 한참 야산성 무덤이 즐비한 산을 넘어오니 주차장에 우리 버스가 보인다.
기사님이 정자에 돗자리 깔아놓고 기다리고 계시다. 모처럼 신발까지 벗고 돗자리에 앉아 점심에 숭늉까지 먹고 나니 배가 진짜 부르다. 그래도 무겁게 들고 온 사람도 있는데 먹는게 예의인것 같아 열심히 먹었다. 부른 배를 안고 출발하는데 회장님 컨디션은 계속 난조. 어쩌지?
초장엔 길 따라 가다 임도성 길을 따라가다 보니 별로 높게 올라간것 같지 않은데 어느덧 산이다. 한구비 넘고 길을 만났고 철문이 닫혀 있는데 돼지열병 예방을 위해 설치해 놓은걸로 문 열고 들어가는데 총무님이 체온 잰다고 웃긴다. ㅎㅎㅎ
아무튼 산인듯 산 아닌듯한 길인데 은근히 힘을 빼는 길을 가다보니 솔티고개. 여기서 오늘 오후에 제일 높은 곳인 토봉을 올라가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인줄.
다행히 크게 경사가 급하지 않은 산길을 올라가니 잡목이 많아 총무님 가위손까지 나왔고 땀 흘리며 올려치니 드디어 토봉이 나왔다. 팔공기맥 마지막 봉우리이다. 헌데도 여기서 우물교까지는 2.8k 남아 있다. 그래도 마지막 봉우리니 하산길은 험하지 않을줄 알았는데 초장 급경사에 암릉성 길이 나와 긴장했다.
내려오니 경사가 완만해 졌고 고도도 낮아진것 같고 낙동강 줄기가 보이기 시작.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갔다 오면 낙동강 물에 손이라도 적실 수 있다는데 우리는 새티고개에서 수암종택 방향으로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가니 강 지류에서 낚시꾼들이 보인다.
여기 경치는 주산지처럼 고사목이 강물에 잠겨있는 모습이 운치가 있다. 사진 찍고 한참 걸어 내려오니 우물교. 헌데 우리 버스가 안 보인다. 세울 곳이 없어 마을회관에서 기다리라고 했다고...
조금 더 걸어가니 버스가 보이는데 주민이 차 댔다고 난리를 친다. 얼른 차 빼고 저녁 먹기엔 시간도 일려 안양으로 고고씽~
속리산 휴게소 한번 쉬고 올라오는데 총무님이 어느새 회장님 감기약을 사가지고 오셨다. 역시 총무님이다.
교통사고 난 구간이 있어 정체되긴 했지만 버스전용차선으로 올라와 7시반 경 평촌 도착. 헌데 저녁 먹으려던 농수산시장 식당이 마감한다고 해서 할 수 없어 먹자골목에서 명태조림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의성에서 출발해 구미를 지나 상주에서 산행이 끝났다. 낙단보가 나올줄 알았는데 상주보가 더 가까운것 같다.
이덕 저덕 팔공기맥 개근은 못했어도 정근을 했다. 감고사~
-사진 추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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