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3 산행기

미녀3총사 가을 지리 도전기 1 (10/17~18)

산무수리 2023. 10. 20. 13:54

<국화 앞에서>

                   김재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살아 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은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내는 꽃이 아니라
숨어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할 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 내는 것인지
모른다 

 

코스개관: 성삼재-노고단대피소-반야봉-삼도봉-토끼봉-명선봉-연하천대피소-삼각고지-형제봉-벅소령 대피소 1박

-덕평봉-칠선봉-영신봉-세석대피소-촛대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로터리대피소-칼바위-중산리 (여인 셋, 첫날 새벽은 무지 추웠고 낮에는 따뜻해 짐. 둘쨋날은 다소 더웠음)

 

하계 지리 종주는 장마와 입산통제로 포기하고 이런 저런 사정을 피해 잡은 날. 

가을 추첨기간이라 4일 예약하는데 다행히 헐렁하다. 여름에는 힘들어 못 간다던 미숙씨도 함께 하기로 해 3총사가 되었다.

대피소 무사히 예약했고 버스표도 바로 예매했다.

준비물은 국 없어도 된다고 해 코펠은 한개만 들고 가기로 했고 아침은 도시락, 점심 라면, 저녁, 아침은 햇반 2개 가져오라고 했고 반찬은 두 동상이 알아서 싸 오기로 했고 나는 햄과 김만 가져 가기로 했고 각자 3인분 간식 2회분 가져오라고 했다. 치약도 쓰면 안되고 여벌옷은 티와 양말만 가져 간다고 했고 각자 수저, 밥그릇 가져오고 대피소는 전기 판넬이라 춥지는 않지만 덥을거나 보온용 옷을 가져 오라고 했다.

 

순애씨랑 인덕원역에서 만나 무사히 앉아 동서울에 도착하니 미숙씨는 진작 도착해 했는데 배낭은 작은데 엄청 무겁다. 뭐지? 3인분 간식에 계란, 삶은밤 깐것, 영양 두유 등 무거운 것만 들었다. 내가 못 받는다고 하니 순애씨가 자기 배낭에 내 간식까지 넣고 기다리다 버스를 탔는데 대부분 산에 가는 사람들이고 거의 만석.

비몽사몽 가다 휴게소 한번 쉬고 가는데 차 안이 무지 춥다. 발이 시려울 정도. 아침 기온은 낮지만 낮에 더울까봐 얇은 바지를 입고 왔는데 후회가 밀려온다.

3시 전 성삼재 도착. 대부분 사람들은 편의점으로 가고 우리는 화장실에서 장비 착용하고 출발.

1시간 만에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니 작년 여름부터 한 공사가 아직도 안 끝나고 지금은 취사장도 쓸 수 없고 우리가 취사장 헤매고 있으니 여기라고 부르는데 컨테이너 건물인데 문이 다 열려있어 무지 춥다.

두 동상이 밥을 어찌나 많이 싸왔는지 (햇반 대신 밥을 싸왔다는데 내것도 싸왔단다. 진작 말을 하지....) 내 밥은 꺼내보지도 못하고 밥을 먹는데 미숙씨 반찬 그릇이 깨져 샌다. 

아침밥을 먹고 나도 시간이 남는다. 날이 추워서인지 하늘의 별이 쏟아질것 처럼 선명하다. 이렇게 선명한 별을 또 처음 만난다.

 

일부는 일찍 출발했고 우리는 춥기도 하고 해서 5시 물 떠서 출발하는데 예전 올라가던 길을 막아 놓았고 오른쪽 길게 돌아가는 길로 길을 안내한다.

부지런히 걸어 올라가니 노고단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는데 갈 길이 멀어 패스하고 드디어 주 능선에 발을 내딛고 출발.

 

컴컴해서 조심조심 진행하는데 앞에도 뒤에도 사람이 없다, 노고단에서 반야봉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던 사람은 노고단 정상을 들렸다 오는것 같다.

차츰 하늘이 벌개지면서 훤해져 랜턴 없이도 갈 수 있게 되었다. 단풍은 대부분 떨어져 노란 단풍만 더러 보인다.

이런 알싸함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직은 추워 잠바를 벗지 못하지만 춥지 않은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다.

임걸령 샘 물맛도 보고 출발.

 

오늘 날이 시원해서인지 멤버가 좋아서인지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고 모든것이 빨리 나타나는 느낌.

노루목에서 반야를 들린건지 의논을 하니 욕심 많은 순애씨는 당연히 들리자고 한다. 하긴 오늘 벽소령 1박이라 다소 여유가 있긴 하다. 미숙씨는 망설이다 역시나 지는건 싫어하는지라 출발.

 

삼도봉 갈라지는 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색에 물과 간식만 넣고 올라가는데 같은 버스 탄 한팀이 반야봉에서 내려온다. 자기네 말고 한 팀이 먼저 내려갔다고.....

반야봉 올라가는 길도 데크를 많이 깔아놓아 길이 순해졌고 쉼터까지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 가니 아무도 없다. 행복해 하며 사진 찍고 운해도 보고 간식도 먹고 내려와 배낭 다시 회수애 삼도봉에 가니 부산에서 왔다는 2명이 앉아서 쉬는데 배낭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일단은 단체 사진 부탁해 찍는데 이 사람들은 등린인데 오늘 벽소령 1박에 내일 장터목 2박 예정이라고 한다. 추울까봐 침낭도 들고왔다고. 우린 2일 일정으로 왔다고 하니 선수인것 같단다. 우리 먼저 출발.

 

끝없는 계단을 내려가면 나오는 화개재. 여기서 잠시 쉬었다 토끼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안 쉬고 한방에 토끼봉에 올라가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쉬고 있으려니 삼도봉 팀이 올라왔다. 생각보다 빨리 왔다. 자기넨 연하천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라고.... 우린 인증샷 하고 출발하는데 토끼봉에도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예전인 토끼봉 올라오는 길이 힘들더니 갈수록 연하천 가는 길이 힘들어 진다. 몇번 업다운이 있고 지칠 즈음에 연하천 기나긴 계단이 드디어 나왔다.

대피소에는 반야 올라갈 때 만난 팀이 있고 2팀 정도가 더 있는것 같다.

여기서 단체 사진도 찍고 화장실도 들리고 물도 뜨고 간식도 먹고 나니 삼도봉 팀이 오더니 여기가 무슨 내리막이냐고 죽을뻔 했다고...

무거워 떡국을 끓어 먹는다는데 날 계란은 10개나 들고왔다. 떡국에도 넣고 라면에도 넣는다나? 거기에 쌀에 김치에 냉장고를 털어온것 같다. 무거우니 당연히 더 힘들겠다. 물도 다 떨어져 힘들었나보다.

걱정해 주며 우리 먼저 출발.

 

토끼봉부터 햇살이 따가워 수건을 둘러쓰니 두 동상들도 따라 해 졸지에 성냥팔이 삼총사가 되었다.

연하천에서 벽소령 가는 길도 아주 만만하진 않지만 그래도 목적지가 가까워졌고 군데 군데 조망 트인 곳이 많아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구간이다. 중간 데크길 공사중인데 10일 정도면 완성 된다고.....

드디어 벽소령. 3시 쯤 됐는데 방 배정을 해 준다. 반야봉 팀도 여기서 묵는지 한발 앞서 도착 해 있다.

일단 자리 배정을 받았다. 저녁을 이따 먹자고 하는데 해 있을때 시간 될때 먹자고 했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스팸 하나 구워서 저녁을 먹었다. 스팸이 이렇게 맛있는줄 몰랐다고.....

밥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눈치껏 이도 닦고 들어와 따뜻한 바닥에 누우니 잠이 온다.

자다 깨다 해가 늬엿해 나오니 삼도봉 팀이 그제야 도착해 저녁을 해 먹는것 같다. 정말 힘들었나 보다.

밤에 나와 전화 받으며 하늘을 보니 별이 오늘 새벽만큼 선명하진 않다.

자다 더워 온도도 낮추었고 침낭 들고 온 사람들도 더워 깔고 자는 모습. 아무튼 자다 깨다 반복하며 대피소 밤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