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비스듬히>
정현종
자!
모두들 기운 내시고
오늘도 화이팅, 홧팅입니닷.
그대여!
하물며 저 나무들은 저렇게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데도 중심이 아무런 흔들림이 없잖아요!!!
대피소에 여자는 8명이 전부다. 자다 더워 전기 판넬 온도를 낮추어 자다 깨다 반복하다 깨보니 5시. 일어나야 할것 같다.
짐 싸가지고 나가 취사장에서 라면 1개 끓여 남은 밥으로 아침을 먹고 출발하니 6시. 랜턴 없이 그럭저럭 갈 만하다.
벽소령에서 가는 평지길에 데크를 깔아 놓았다. 낙석 위험지역이라 그런것 같다. 아무튼 길이 순해져 다행이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길을 걷다 벽소령에서 잔 커플팀을 추월했다.
어제 아침에 비하면 봄날이지만 걷다보니 더워졌다. 겉옷 한개씩 벗고 빠르진 않지만 꾸준하게 가다보니 선비샘.
선비샘 주변도 공사를 하려는지 어수선한데 물 나오는 구멍을 그지같이 해 놓아 물 받기가 힘들다. 진짜 개떡같이 만들어 놨다.
선비샘 쉼터에 앉아 조망을 하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날씨도 좋고 운해가 보이고 이쪽으로 올 수록 단풍이 많아지는것 같다. 두 여인의 감탄 소리가 계속 이어진다.
벽소령에서 세석 가는길이 제일 길고 힘든 구간이다. 아침에 가면 그나마 낫지만 힘들긴 마찬가지.
그나마 예전보다 데크가 많이 깔려있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역시나 힘들다. 특히나 기나긴 계단길 오름은 지치게 하는 반변 천왕봉이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잘 보인다.
아무튼 짬짬히 쉬고 간식 먹고 부지런히 가는데 반대편에서 드디어 한명을 만났다. 얼마 안 남았다고 힘 내라는데 두꺼운 잠바를 입고 있다.
그리고 조금 있다 한명이 홀로 서있더니 세석으로 되돌아 오네?
뭐지? 무박으로 중산리에서 올라왔는데 선두라 시간이 남아 영신봉 지나서 경치 보고 오는 거라는데 이 팀은 2시 백무동 버스 출발 예정이라고 우리보고 자리 있으니 탈 수 있다나?
역시나 같은 버스 타고 온 여인이 있었고 세석에서 1박 한 여인 2명이 막 출발한다.
쉬며 화장실도 들리고 (여기도 수세식으로 바뀜) 간식 먹고 사진도 찍고 물 보충하고 천왕봉을 향해 출발.
세석에서 장터목 가는 길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길이지만 오늘은 이 길도 쉽지 않다.
촛대봉에 올라간다는 순애씨, 못 간다는 미숙씨는 잠시 앉아서 쉬고 둘만 올라가 사진 찍고 출발하는데 미숙씨 힘들면 에너지젤 먹으라고 해도 괜찮다고 안 먹는다. 고집도 쎄다.
세석에서 출발한 여인 추월했고 간간히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오긴 하는데 이렇게 한가한 지리도 참 오랫만이다. 그것도 단풍철에.....
드디어 장터목 도착. 장터목은 취사장 바로 옆 물탱크를 설치 해 놓아 그나마 내려가던 수고도 없어졌다. 화장실은 수세식은 아니지만 전보다는 깨끗해졌다.
여기서 라면 끓여 밥을 먹었는데도 미숙씨 밥은 아직도 남았다. 커피까지 타 마시고 천왕봉을 향해 출발.
원래 희망사항은 배낭을 놓고 천왕봉 찍고 다시 내려와 백무동 하산을 할까 했는데 백무동 거리를 보니 아무래도 무리일것 같아 배낭 매고 출발.
제석봉 올라가는 길도 힘이 든다. 그래도 제석봉 올라서면 천왕봉이 한 눈에 보여 힘이 나야 하는데 힘이 안난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통천문 지나고 천왕봉 올라가는데 내가 식은땀이 난다. 결국 에너지젤은 내가 하나 먹었다. 두 여인은 끝까지 잘 버텼다. 쎄다~
멀리서 보니 정상에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단체로 보이는 학생들도 아주 많다. 뭐지?
단체로 고등학교에서 올라와 점심 식사중이고 어느 유트번지 뭔지 한팀이 시끄럽게 생중계를 하는데 시끄러워 들어줄 수가 없다.
그나마 정상 사진은 별로 안 기다리고 사진을 찍고 얼른 출발.
전에는 에너지젤을 먹으면 힘이 팍 났는데 이젠 이것도 나이 탓인지 힘이 약하다.
시끄러운 유투버가 일행 여학생을 버리고 혼자 후다닥 내려가 그나마 조용해 졌다.
부지런히 하산 하려고 해도 이쪽은 거의 계단성 길이라 힘이든다. 이 시간에 덩치 큰 학생들을 데리고 올라오는 선생들이 보이는데 꼭 정상에 데려오는게 그 아이를 위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법계사 내려가기 전 조망 트이는 곳에서 우리도 쉬면서 간식 먹고 다시 출발.
중산리 내려가는 길은 정말이지 계단 지옥이다. 무릎에서는 불이 나고 힘이 든데 단풍색은 점점 곱다.
눈은 즐겁지만 몸은 괴롭다. 미숙씨도 발에 물집이 잡혔고 순애씨도 발이 까졌단다. 헌데도 힘들지도 않은지 계속 이바구 나누며 걷는다. 정말이지 에너지 넘치는 여인들이다.
드디어 법계사 앞. 법계사 안 들리냐고 하니 여긴 안 들린단다. 하긴 나도 힘들어 종주 할 때는 삼간다. 물 뜨고 로타리 대피소 사진 한장 찍고 칼바위를 향해 출발.
중산이 계곡 갈림길까지는 정말이지 멀고도 멀었다. 이렇게 멀었나 싶게 정말 정말 멀었다. 조금 앞서서 갈림길에서 기다리니 곧 두사람 도착. 말은 안해도 정말이지 힘들텐데 씩씩하게 잘 걷는다.
여기서 조금 쉬고 마지막 간식도 먹고 출발.
여기서도 한참만에 계곡이 보이고 그리고도 한참만에 드디어 등산로 입구가 나왔는데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뭐지? 그새 공사를 해 새로 둘레길을 낸것 같다.
원래는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와 택시가 있으면 택시를 탔어야 했는데 현수막에 버스 정류장까지 지름길이라는 표시와 함께 무장애 데크길이 보여 이 길을 따라 내려오니 처음엔 무장애더니 계단이 나오고 중간 카페도 나타나고 아무튼 최근에 조성해 놓은 길인데 별로 짧은것 같지 않고 업다운도 있는게 옥의 티.
출발 지점은 버스 정류장 바로 앞과 연결된다. 버스시간을 보니 5시20분 차다. 40분 정도 여유가 있다. 원지터미널에 전화를 하니 5시차 다음은 7시 차라고...
버스타고 원지에 나가니 6시가 조금 지났다. 일단 표 받고 근처 국수나무에서 돈가스를 시켰는데 바닥에 스파게티가 들어있는 요상한 돈가스를 빨리 달라고 재촉해 먹었더니 시간이 남는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기다리는데 의자가 난방이 되 따뜻하니 좋았다.
7시 차를 타고 신탄진 휴게소 한번 쉬고 무사히 남부터미널 도착해 미숙씨는 뛰어서 무사히 광역버스를 탔다고. 우리도 전철 타고 집에 가는데 그래도 걸음이 걸어지는게 감사하다.
해마다 내년에는 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지리에 오는데 올해는 유난히 힘들었다. 단지 나이 탓인건가?
먹을거 바리바리 싸 와 먹여준 두 동생 (도토리묵, 깐밤, 청국장 가루, 복분자 즙 등 냉장고 털어온것 같았음) 함께 해주어 고마웠어요. 동계 지리에 가자고 하면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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