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23 산행기

둘레길 배지도 받고 오봉도 가고 (도봉산, 11/26)

산무수리 2023. 11. 27. 19:53

<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고영민

겨울산을 오르다 갑자기 똥이 마려워
배낭 속 휴지를 찾으니 없다
휴지가 될만한 종이라곤
들고 온 신작시집 한권이 전부
다른 계절 같으면 잎새가 지천의 휴지이련만
그런 궁여지책도 이 계절의 산은
허락치 않는다
할 수 없이 들려 온 시집의 낱장을
무례하게도 찢는다
무릎까지 바지를 내리고 산중턱에 걸터앉아
그분의 시를 정성껏 읽는다
읽은 시를 천천히 손아귀로 구긴다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이 낱장의 종이가 한 시인을 버리고,
한권 시집을 버리고, 자신이 시였음을 버리고
머물던 자신의 페이지마저 버려
온전히 한 장 휴지일 때까지
무참히 구기고, 구기고, 구긴다
펼쳐보니 나를 훑고 지나가도 아프지 않을 만큼
결이 부들부들해져 있다
한 장 종이가 내 밑을 천천히 지나간다
아, 부드럽게 읽힌다
다시 반으로 접어 읽고,
또다시 반으로 접어 읽는다

 

코스개관: 도봉산역 창포원-도봉옛길 둘레길 입구-문사동 계곡-용어천 계곡-관음사-오봉-여성봉-송추입구 (날이 풀려 춥지 않은 날, 셋이 가다 둘만 산으로....)

 

 

지난번 양재시민의 숲에서 서울둘레길 완주 배지 받으러 갔다 일욜은 휴무라 허탕친 넘버4.

오늘 일욜은 산에 갈 수 있다고 해 잡은 날. 모처럼 셋이 가게 되었다.

헌데 장공주 전화, 속이 안 좋아 전철에서 한번 내렸다고 집에 가야 할것 같다고. 일단은 오라고 하니 그럼 배지라도 받으러 온다고 해 조금 늦게 창포원에서 만났다.

셋이 배지와 완주증을 받고 관계자가 함께 기념촬영까지 해 주셨다.

장공주에게 일단 약을 드시라고 했고 가는 코스에 화장실 많다고 일단은 둘레길 입구까지 함께 가는데 역시나 둘레길에는 사람이 많다.

여기까지 무사하니 가도 될것 같은데 민폐 되 싫다고 결국 백 해서 가셨고 넘버4랑 둘이 산행 시작.

 

 

둘레길 입구에서 이정표 따라 걷다보니 일부분은 안 가본 길도 있고 낯익은 곳도 있고 그렇다.

여기가 문사동 계곡 맞나보다.

아무튼 길 헤맬까봐 부지런히 걸으니 쉬었다 가자고 한다. 이 기세면 정상까지 안 쉬고 갈것 같다나? 그럴리가....

 

쉬며 커피에 장공주가 주고 간 빵으로 간식 먹고 출발. 

 

 

문사동계곡에서 우측 계곡으로 넘어서니 여기는 용어천 계곡이란다. 헌데 이 길은 정말 안 와본 길인것 같다. 사람도 거의 없고 길도 약간 험하고 우측엔 어마어마한 바위들이 있고 크라이밍용 피톤이 여기저기 박혀있다. 본의 아니게 2반 코스인것 같다. 아무튼 우이암 반대방향 이정표를 따라 오다 관음암 이정표가 보여 이길로 접어 들었다. 여긴 확실하게 와 본 곳인데 여기도 코스가 아주 평탄하진 않다. 드디어 오봉 이정표가 보인다. 

 

 

오봉 가는길 조망 좋은 곳에서 사진 찍고 오봉에 가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않아 인증샷 하고 여기 저기 배경으로 사진 찍고 조금 아래 내려와 간식 먹고 이젠 여성봉을 향해 출발.

 

 

문제는 다소 험한 등산로를 길게 걷다보니 넘버4 다친 다리쪽이 쥐가 난다고....

주무르고 아스피린도 먹고 조심해서 가는데 이번엔 반대편 다리가 쥐가 난다고. 

이러다 사람 잡을라....

일단은 여성봉에 와서 좀 앉아 쉬면서 다리 주무르고 손가락도 지압하고 조금 진정 되었다고 해 출발.

여기서 하산하는 곳도 간간히 험한 곳이 남아있어 염려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속세로 돌아왔다.

송추 입구에서 좋아 보이는 스탬프북이 보인다. 이건 북한산 둘레길 스탬프북인데 3천원이라고 한다. 군데군데 인증샷 해야 하는 곳도 나오고 공단 직원이 스탬프를 받아야 하는 곳도 나온다. 호기심에 하나 샀고 인증샷 하는 곳도 있어 인증샷까지 찍고 밥 먹으러 가자~

 

 

오늘 배지도 받았다고 넘버4가 밥을 샀다. 장공주님도 함께 사려고 했는데 조퇴하는 바람에 나만 얻어 먹었다.

밥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버스타러 나오는데 704번을 놓쳐 34번 타고 구파발로 나와 전철 타고 집으로~

다음 산행은 12.23 (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