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봄 하루에 다 체험한 날 (장성 백암산, 11/19)

한 사람이 늙으려면 팀이 필요하다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김은형 | 문화부 선임기자

6개월 전부터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비뚤어진 어깨를 바로잡고 ‘꺾이지 않는 허리’를 갖자는 연초의 다짐을 실행한 것. 어제는 단체 강습에서 상체운동을 하다가 어깨가 아파 포기했더니 끝나고 강사가 와서 말했다. “어깨가 안 좋으시면 병원 가서 치료받고 운동을 하시는 건 어떨까요?”

맞는 말인데 마음이 쫄렸다.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유연한 몸으로 난이도 높은 동작을 잘도 소화하는 젊은 수강자들 속에 내가 눈엣가시처럼 보였나? 요새 나 빼고 다 하는 것 같은 달리기를 시작해 볼까 생각하면서 당근마켓의 동네 달리기 모임을 수시로 체크하는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늙은 아줌마가 왜 껴’라는 눈길을 받을까 봐. 달리기는 혼자 하는 운동 아니야? 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혼자 하는 모든 일은 영원히 ‘내일 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넷플릭스 화제작 ‘나이애드의 다섯번째 파도’는 64살에 쿠바 아바나에서 미국 플로리다까지 180㎞를 헤엄쳐 건넌 다이애나 나이애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20~60대까지 탈진으로, 해파리의 공격으로, 태풍으로 4번 실패 끝에 성공한 나이애드는 이렇게 말한다. “첫째, 절대 포기하지 마라. 둘째, 꿈을 좇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셋째, 수영은 고독한 스포츠 같지만 팀이 필요하다.”

톱스타였던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터가 주름 가득한 얼굴을 꾸미지 않고 나와 늙지 않는 열정을 보여준 영화라는 평가를 받지만, 나는 이 영화의 핵심은 나이애드의 세번째 말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가는 건 고독한 일이지만 팀이 필요하다.

사실 영화 속 나이애드는 진상에 가깝다. 실력 있는 수영선수도 한때 이야기지 환갑 넘어 마라톤 수영에 도전하겠다고, 그것도 네번이나(!) 실패를 반복하며 주변 사람을 괴롭히는 걸 보노라니 “내가 (나이애드의 코치 겸 파트너인) 보니라면 국물도 없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뉴욕 타임스’ 평대로 나이애드는 자기 연민이 없었고, 영화도 그에게 연민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나이애드와 싸우고 실망하고 지쳤지만 끝까지 그의 도전에 힘을 실어준 항해사 존과 보니에 더 공감을 싣는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늙어가는 데도 온 마을이, 아니 온 마을까지는 아니어도 팀이 필요하다. 대가족 시절에는 가족이, 종종 가까이 사는 친척까지 한팀이 됐지만 지금의 1인 가족이나 3~4인 가족은 팀을 꾸리기에 부족하다.

다큐멘터리 감독의 엄마 치매 간병기(또는 관찰기)인 ‘치매니까 잘 부탁합니다’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고집스럽게 홀로 엄마의 수발을 들던 아버지가 마침내 두손을 들고 난 다음 열린 대책회의다. 지역포괄지원센터 담당자와 케어 매니저, 요양보호사, 데이케어센터 책임자 등 우리로서는 어떻게 다른지 모를 업무 담당자들과 아버지, 필자에 엄마까지 7명이 집에 모여 “왁자지껄하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각자의 역할을 면밀하게 분담한다. 비슷한 한국 책들에서 흘러나오는 비극성이나 암울함이 이 책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늙음과 돌봄이 팀 작업이기 때문이다.

돌봄이 아니라도 나이 들수록 팀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떨어져 가는 신체기능을 북돋고 고갈되는 에너지를 끌어올리려면 혼자 하는 달리기보다는 함께하는 달리기가 훨씬 덜 지루하고 힘도 날 거 같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동네 달리기 모임을 여전히 주저하고 있는가. 평생 인기녀였던 적이 단 한번도 없으면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냐며 고민하고 있는가 말이다.

나이애드의 미덕은 불굴의 도전정신이 아니라 자기연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늙은 여자라고 무시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 대신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또 찾았다.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나이 들어 불굴의 도전정신을 갖기 전에 장착해야 할 건 ‘늙고 불쌍한 나’라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팀을 꾸리는 것. 나의 달리기는, 중년 이후 도전의 스타트라인은 여기가 되지 않을까.

 

 

코스개관: 백양사 주차장-청류암 입구-사자봉-백암산(상왕봉)-기린봉(도집봉)-백학봉-영천굴-약사암-백양사-주차장 (맑음, 당나귀 5명)

 

 

100대 명산 중 하나인 장성 백암산을 간다고 한다. 단풍으로 내장사 못지 않은 백양사 뒷산으로 단풍이 남아 있을까 싶었다.

6시 총무님 차로 출발, 오늘도 신천씨는 지방에서 올라오지 않아 결석이라고. 회장님은 백양사에서 합류 한다고...

자다 깨서 낯선 휴게소에서 총무님은 아침 식사, 우리는 떡과 커피 간식 먹고 출발. 아침 막히지 않아 예정시간보다 빨리 백양사 주차장 도착. 회장님 차가 위에 세워놓아 다시 우리도 위로 올라가 회장님 만났는데 어제 친구분 과수원에서 감을 땄다고 서리 맞은 감을 하나씩 나누어 주셔서 먹고 출발.

 

 

회장님은 여기서 올라가자는데 그럼 급경사 올려 쳐야 한다고 총무님은 아래로 다시 내려가 사자봉부터 올라가는게 낫다고. 다시 되집어 내려가 오토캠핑장 지나 왼쪽으로 올라가는데 마을이 새로 지은 집들이 근사하다. 세컨 하우스? 아무튼 단풍이 피크라면 정말 예쁠것 같은 길을 단풍 즈려밟고 올라가니 절 입구와 사자봉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인증샷 하고 출발.

 

 

급경사 데크 계단이 나와 길이 험할줄 알았는데 계단을 올라서니 의외로 길은 순한 편이다. 헌데 금욜 내린 눈이 간간히 쌓여있다. 올 겨울 첫 눈산행?

간간히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내려오는데 한 사람이 두꺼운 솜바지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내려온다. 겨울옷 입은 우리도 후회할 지경인데 참 덥겠다.

날이 더워져 우리도 대부분 겉옷을 벗고 올라가는데 전혀 춥지 않다.

길은 중간 부분까지 계곡을 끼고 올라간다. 길도 험하지 않다  눈밭에서 키티 카페 오픈. 맛좋은 코코아에 윤호씨표 찐빵까지 하나씩 먹고 출발.

 

 

올라가다 바로 백양사로 내려가는 길과 사자봉 갈림길이 나온다. 총무님이 바로 백양사로 내려가잔다. ㅎㅎㅎ

왼쪽 사자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눈이 쌓은 곳은 스패츠가 필요할 정도로 눈이 많이 쌓여있다. 철난간이 설치되어 있고 올라서니 멋진 조방이 사방으로 트였다. 여기서 조금 더 진행하니 사자봉 정상석이 보이는데 막상 정상은 조망이 별로다. 인증샷 하고 출발.

 

 

사자봉에서 내려서는데 길이 녹아 질척거리고 미끄럽다. 이건 봄에 보는 풍경인데 가을, 겨울에 봄까지 보여주네?

사자봉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대부분은 우리와 반대방향에서 진행을 하는것 같다. 능선은 계속 조망이 멋지다. 산색이 단풍색보다는 이른봄 초록이 더 많이 마치 봄같다.

상왕봉 도착해 인증샷 하고 조금 더 진행해 평평한 곳에서 점심 먹고 출발.

 

 

밥 먹은 곳에서 조금 더 진행하니 트랭글이 또 울린다. 왼쪽 크나큰 암릉이 보이는데 그 위가 도집봉이라고 한다. 회장님 빼고 넷이 올라서서 인증샷 하고 다시 백 해 주능선을 따라 진행하다보니 멋진 소나무도 보이고 전망 데크가 나타났고 여기서 조금 더 진행하니 백학봉 정상석이 있다. 여기서부터 길이 험하다고 한다. 인증샷 하고 출발.

 

 

험한길은 대부분 데크가 깔려있어 난이도가 내려갔다고 한다. 오른쪽 어마무시한 암릉이 보이고 내려가는 계단 옆 아주 큰 단풍나무도 보이고 데크길 내려가며 백양사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참으로 멋지다. 중간 쉴만한 참이 있어 여기서 카페 한번 더 열고 간식 먹고 출발.

 

 

이쪽으로 올라왔으면 땀깨나 흘렸을것 같은 기나긴 계단을 내려오니 영천굴이 보인다. 여기 약수가 좋다고 해 한모금씩 마셨고 위에 올라가보니 법당이 의외로 크다. 구경하고 약사암으로 올라가는데 관광모드 사람들 중에 여기까지 더러 사람들이 올라오는것 같다.

 

 

약수암은 정말이지 멋진 곳에 위치해 있다. 백양사와 백암산이 둘러쌓여 있고 큰 은행나무에 멋진 단풍까지 보여 사진찍는 조망처이다. 우리도 이런 저런 사진 찍고 하산하는데 한분이 물 좀 있으면 달란다. 아무 준비없이 올라왔는데 힘들다고.

남은 물 나누고 하산 시작.

 

 

약사암에서 백양사 가는길 단풍이 2%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단풍을 보여주어 행복하기만 하다. 행복해 하며 백양사에 내려오니 여긴 완전히 속세.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일단 사리탑도 돌고 사진도 찍고 사진 찍는 포인트에서 사진도 찍고 놀며놀며 내려왔는데 저녁 먹기엔 너무 이르다.

회장님 차에는 우리들 나누어 준다고 대봉시 한박스를 실고 오셔서 일단 10개 씩 나누었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고.

작년에 먹었던 맛 좋은 문경 사과를 차에 싣고 오셨다. 

일단은 출발해 적당한 곳에서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하고 출발.

 

 

차는 예상대로 막힌다고 한다. 처음엔 네비가 서해안 고속도로로 가라고 해 당진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이번엔 공주 새로 난 고속도로로 안내를 해 공주로 나와 공산성 근처 명성불고기를 총무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 생불고기를 먹었고 여기서 회장님 차에서 사과 4박스를 빼서 총무님 차에 싣고 작가님과 회장님, 총무님차 2대로 이동.

비봉사몽 가는데 차가 많이 막혀 9시 넘어 사과 문전택배 해 주고 가셨다.

올 가을 억새에 단풍까지 생각지도 않은 멋진 산행을 한건 좋지만 두분이 너무 수고를 많이 하신다. 제 숙원사업 거의 완성 됐으니 이젠 가까운데 가도 됩니다. 사과, 감도 감사합니다~

 

-사진 추가 (감사합니다)

 

 

-총무님 사진 추가 (최신폰으로 바꾸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