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뒤>
이정록
안마당을 두드리고 소나기 지나가자 놀란 지렁이 몇 마리 서둘러 기어간다 방금 알을 낳은 암탉이 성큼성큼 뛰어와 지렁이를 삼키고선 연필 다듬듯 부리를 문지른다
천둥 번개에 비틀거리던 하늘이 그 부리 끝을 중심으로 수평을 잡는다 개구리 한 마리 안마당에 패대기친 수탉이 활개치며 울어 제끼자 울 밑 봉숭아며 물앵두 이파리가 빗방울을 내려놓는다 병아리들이 엄마 아빠 섞어 부르며 키질 위 메주콩처럼 몰려다닌다
모낸 무논의 물살이 파르라니 떨린다 온몸에 초록 침을 맞은 하늘이 파랗게 질려 있다 침 놓은 자리로 엄살엄살 구름 몇이 다가간다 개구리 똥꼬가 알 낳느라고 참 간지러웠겠다 암탉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논 쪽을 내다본다
고관절의 통증으로 산행을 당분간 자제해야 하는 산나리.
오늘 물소리길 걸으러 오라 연락이 왔다. 10시 양평역에서 만나 출발.
양평은 아신역에 비해 번화한 동네이고 편의시설이 훨씬 많은것 같다.
역사를 벗어나 아파트를 질러가니 나오는 천변. 이 길을 산나리가 미술공부 하러 다니던 곳이라고.
땡볕이라 좀 덥긴 했지만 그래도 물이 있어 기온이 아주 높진 않다.
일단 양근섬으로 들어갔는데 장마철이 아니면 부교로 건널 수 있는데 지금은 철거해 놓아 한바퀴 돌아 나오기.
천변의 멋진 건물이 뭐냐 물으니 스벅인데 나름 유명해 주말엔 줄을 서야 한다고.
그래? 쿠폰 한장 있으니 가자~
3층으로 된 건물은 평일인데도 조망 좋은 자리는 거의 찼다. 우리도 시원한 음료에 빵 하나 사서 나누어 먹고 다시 길로.
찻길로 걷는건 너무 더워 산나리네 뒷산인 남산으로 가는데 그새 여기도 개발이 되 길이 달라졌다고...
산길이 풀이 자라 무성하다. 그 길을 뚫고 친구네 집으로 가서 산나리는 오마니네 갈 준비하고 이샘도 상가집 가야 한다고 해 셋이 길을 나서다.
점심은 칼국수와 콩국수를 먹었도 산나리가 궁금해 하던 가든 모네는 문을 닫았고 그 카페 한칸에 서점이 들어서 있다.
들어가보니 휴남동 서점이 생각하는 그런 곳으로 '시와서' 출판사를 겸한 책방인데 주인장이 일본어 번역가로 대부분 책을 직접 번역했다고. 그리고 일어 강습도 한다고.
멋진 그림이 있는 달력도 멋있고 (내년 달력이 나오면 사고 싶어지는. 올해는 반 이상 지나 사기엔 조금 아까움) 분위기도 좋다. 수제 오디차를 마시고 책 구경하다 책도 한권 구입하고 아신역으로.
산나리는 구리역 아웃, 이샘은 회기역 환승, 난 이촌역에서 환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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