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일기장

관악산 둘레길 (서울대~석수역, 7/20)

산무수리 2024. 8. 3. 00:14

<폭염은 모른다>

                        김효연

살 거도 아이맨서 와 자꾸 물어 쌌노
하기사 살 사람 거트면 이래 묻지도 안것제
씰데없이 이 염천에 댕기맹서
보리밥 한 그릇 묵고 일일이 답할라카이
내사 마 입에서 당내가 나거마

얼굴이 벌겋게 익은 노파 입이 
좌판에 늘어진 갈치보다
더 날카로워진다

그럼 가격을 붙여 놓지예

글을 알아야 씨제
지나내나 씨지도 익지도 몬하는데
그람 또 아는 사람한테 실은 소리 해야 안하나

옆 좌판의 노파는
어린 갈치 대가리를 한꺼번에 자르며
그중 나은 건 밀가루 묻혀 굽고
나머진 졸이라며 칼 잡은 손이
연신 이마 땀을 훔친다

혀가 녹아내려도
두 할머니는 폭염을 모른다
절대 알 수가 없다

변두리 시장 노점상 옆으로
마을버스 혀를 빼고 올라온다

 

코스개관: 관악산역-호압사-석수역 (둘)

 

비 예보가 있어 둘레길로 가다.

다행히 비는 맞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