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산행기

제주 3 (아쉬운 대로 영실~어리목 산행, 12/19)

산무수리 2024. 12. 29. 17:45

<겨울 맛>

              강세화

겨울에는 더러
하늘이 흐리기도 해야 맛이다.
  
아주 흐려질 때까지
눈 아프게 보고 있다가
설레설레 눈 내리는 모양을 보아야 맛이다.
  
눈이 내리면
그냥 보기는 심심하고
뽀독뽀독 발자국을 만들어야 맛이다.
  
눈이 쌓이면
온돌방에 돌아와
콩비지 찌개를 훌훌 떠먹어야 맛이다.
  
찌개가 끓으면
덩달아 웅성대면서
마음에도 김이 자욱히 서려야 맛이다.

 

코스개관: 영실-윗세오름-어리목 (화창한 겨울날, 둘)

 

 

이른 아침 영실~어리목이 윗세오름, 관음사는 삼각봉 대피소, 성판악은 진달래 대피소까지 통제가 풀렸단다.

재작년엔 어리목-영실을 갔는데 영실 하산길이 너무 지루해 반대로 가자 했다.

식당에서 백반정식 먹고 첫차를 타니 사람들이 많다. 영실에서 하차 했는데 오늘 날이 춥다.

얼른 화장실에서 내복 바지를 껴 입고 아이젠 스패치 하고 출발.

 

 

지루한 2키로 포장도로를 올라가면 나오는 등산로. 동계장비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아주 강력하게 단속하는건 아닌것 같다.

외국 관광객들도 여기까지는 대부분 왔다 눈구경 하고 가는것 같다.

 

 

드디어 등산로를 만나니 이렇게라도 올 수 있다는게 감사하기만 하다. 눈이 많아 기대되는 경치.

올라서니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는 상고대가 멋지다.

젊은 처자들은 감탄 하고 사진 찍느라 진도가 영 안 나간다.

헌데 이 길이 하산할 땐 짧았던것 같은데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다. 이렇게 길었나?

그래도 백록담 못 간 아쉬움으로 오름 전망대도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혼자 와 동영상 찍는 사람들도 보이고 한 남자는 윗통은 벗고 반바지에 모자를 쓰고 올라왔다. 살색 티셔츠 입은줄....

윗세오름 인증샷 하고 대피소에서 커피와 빵, 떡으로 요기를 했다. 사람이 많지만 앉을 자리는 충분하다. 화장실 들렸다 하산 시작. 이젠 진짜 고생 끝 행복 시작인줄.

 

 

어리목으로 올라올 때는 지루하고 완만한 오르막만 기억에 남는데 이 길도 기억보다는 멀었다.

그래도 올라갈 때 보다는 내려다보는 경치가 눈 덮힌 골프장 같고 멀리 눈 덮힌 오름이 멋지다.

해가 올라오고 기온이 올라오니 상고대가 자꾸 떨어져 나가고 아래로 내려올 수록 눈이 되어 떨어지는 나름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이쪽으로는 외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힘들어 보인다.

아무튼 무사히 주차장을 만났고 여기서 어리목 버스 정류장까지는 20여분 걸려 영실보다는 훨씬 가깝다.

버스 타고 시내로 나가 공항으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점심은 건너 뛰게 되었다.

 

 

공항에서 오늘은 후드코트에서 취향대로 늦은 점저를 먹었고 시간이 여유가 있어 면세점 둘러보니 사고 싶은 물건이 더러 보이긴 했는데 쓸 일이 있을까 싶다.

파빠에서 제주에서만 살 수 있다는 산 샌드가 있어 2개 구입.

비행기 타고 집에 와 밥 해 늦은 저녁을 먹었다.

 

- 사진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