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구세군 자선마라톤을 뛰다(12/4)

산무수리 2005. 12. 4. 21:12
벗이 되려면 세월이 흘러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정의 끈도 두터워진다.
함께 괴로워하고 함께 즐거워 하는 동안에
두사람만이 통하는 세계가 만들어지고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두사람이 누구나 아는 말을 쓰는데도 3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렵고
아리숭하게 들릴 정도로 은밀한 관계가 맺어지는 것이다


중앙을 뛰고 나니 좀 아쉽다.
마방님이 이 대회를 납회대회로 하면 어떨까 한다고 글을 올렸다.
내심 11월에 2005년을 접기엔 아쉬움이 많던 차에 친구까지 꼬여 함께 하프를 뛰자고 했다.
헌데 막상 10여명 신청했는데 애주가에서는 조용하네?
더구나 눈도 내리고 날도 춥단다.

아침 준비를 하는데 친구의 문자.
이렇게 춥고 미끄러운데 갈까 말까?
뭔 말씀을. 일단 가 보기나 해야지....

 
애주가 모임. 소렌토님을 만나다

 
날이 추워 썰렁하다..

현리에서 올라온 주님부부가 제일 먼저 도착.
그래도 사진에서 얼굴을 본지라 잘 찾았다.
사진에서 인상보다 키도 크시네?
가평킹카님도 사진보다 훨 젊으시네?
언니네 차를 바로 옆 주차장에 세워놓으셨단다.
그래서 차에서 주장각을 기다린다.
차 가지고 오려다 눈이 와 전철 타고 오고 있단다.

우연히 만난 애주가는 만나서 함께 왔는데 대부분 뛸까 말까 망설이나보다.
뛰더라도 10K만 뛸까 한단다.
고수님들은 날씨 봐 가면서 뛰나보다.
난 워낙 참석한 경기가 없어 그나마 신청한건 열씨미 뛰어 보려하는데...
그것도 몸이 안 따라주는 마음만...

 
앙띠님-준비 완료

주장각도 오고 인사하고 옷 준비하고..
추리닝 입으려다 그냥 입고 온 등산바지 입고 뛰기로 한다. 장갑도 두꺼운거 가져오길 잘했다.
티셔츠만 입고 뛰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날씨다. 앏은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뛰다 더우면 벗기로 한다.
은계언냐네는 아예 두툼한 잠바를 입고 뛰신단다. 가평킹카님은 장갑도 두꺼운 벙어리 장갑이다.
해마다 3월 초에 하는 서울 마라톤을 붙박이로 뛰시는데 봄에 눈발 날릴때 뛰어 보면 무척 춥단다.

 
멀리 하늘공원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주최측은 예배를 본다 개회식을 한다 하지만 다들 추우니 사람도 안 온 사람이 무척 많은것 같다. 더구나 택배도 늦게 도착하고 귀마개는 너무 작고 하기 전부터 말이 많더니 날씨까지 안 도와준다.
그래도 마음의 각오를 해서인가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다.
헌데 출발 전에 두꺼운 등산용 양말을 신었는데도 발이 시려온다. 춥긴 추운 날씨인것 같다.
넷중 내가 제일 빨리 들어올것 같다고 차 키를 맡기시네?

10:10 풀, 10K에 이어 하프 출발.
눈쌓인 상암동 경치 너무 멋지다.
찻길을 길게 달리는데 상쾌하고 생각보다 바람이 없다.
역시나 눈은 치우지 않았다.

한강변으로 내려서니 여기 저기 미끄럽고 군데군데 얼어 있다.
그래도 아주 미끄럽지는 않다. 다들 덜 미끄러운데를 디디고자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는데 속력은 잘 나질 않는다.
갈때는 바람도 안 불고 덥기까지 하다. 그래서 잠바를 벗어 들고 가다 거치장스러워 허리에 매고 간다.

7.5K 지점에 가니 선두 반환점 돌아 질주하고 있다.
얼굴이 시려워서인지 귀마개를 코에 하고 오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패션 참 제각각이다.
반환점 돌고 오니 좀 마음이 놓인다.
헌데 돌아올때의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뛰고 있는데도 손이 시렵다.
더구나 이젠 햇볕에 녹은 길이 질퍽거린다. 마른곳에 없으니 달리다 보니 발이 젖어 들어온다.
이왕 베린 발, 그냥 빨리 달려 들어오는 수 밖에 없겠다.

But, 그건 마음 뿐이고 몸은 연습 안한 티가 난다.
15K지나니 영 힘이 든다.
풀 뛰고 나서 하프 뛰면 좀 쉬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내가 무슨 기운으로 풀을 뛰었나 그게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긴 벌써 한달 전이네?
시간 정말 빠르네?
그리고 연습도 1주일에 한번 중앙공원 몇바퀴 겨우 돌고 힘 안들고 뛰길 바라다니...

뛸때는 다음에는 꼭 연습 잘 해서 즐겁게 뛰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닥치면 늘상 버벅거린다.
무수리 시절이나 빈(!) 시절이나 그게 그거다.
걍 무수리로 살아야겠다.

 
골인지점.

겨우겨우 들어오니 2시간 12분.
헌데 제일 뒤에 오던 은계언니 벌써 들어와 있네?
돌아오는 길에서 지름길로 그냥 왔단다. 어차피 배번도 5K라 뛰어도 기록도 안 나오고 갈때 더워 잠바를 벗어서 길에 걸어놓고 가니 올때 너무 추워 무척 후회를 했단다.
그래서 미리 들어오셨단다.

젖은 옷을 갈아입으니 바로 뒤에 가평킹카님 들어오고...
반환점까지 빨랐던 주장각은 무릎때문에 걷다시피 뛰어 오고 있단다.
마중 하러 옷을 챙겨입고 가니 이미 들어와 있네?

 
주장각, 고생했다~~

다들 옷을 갈아입고 칩 반납하고 완주 메달 받고 바로 옆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니 마땅한 식당이 없다.
킹카님 왈, 가평에서 흐물흐물한 회만 먹다 서울에 오면 탱탱한 회를 드시고 싶으시단다.
말로는 그러셔도 우리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 주시려고 그러는것 같다.

 
마포 농수산물 센터

차를 돌려서 가락시장으로 간다.
헌데 아직도 풀을 뛰고 있다.
얼마나 춥고 힘들까?

오늘 눈 내리고 나서인지 하늘 끝내주게 맑고 시야도 너무 좋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산이 가깝게 보인다.
이런날 산에 가면 환상이겠네...

 

 
사진 안 찍으려고 해 어렵게 찍은 사진

조블에서만 만나던 언니를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함께 달리고, 함께 밥도 먹고...
정말이지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