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마라톤

아, 고구려 마라톤에서

산무수리 2006. 2. 19. 21:52
'산머루'- 고형렬(1954~ )


강원도 부론면 어디쯤 멀리 가서

서울의 미운 사람들이 그리워졌으면.

옛날 서울을 처음 올 때처럼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 이름들

어느새 이렇게 미워지고 늙었다.

다시 진부 어디쯤 멀리 떨어져 살아

미워진 사람들 다시 보고 싶게

시기와 욕심조차 아름다워졌으면.

가뭄 끝에 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서울 어느 밤의 특설령처럼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랑이 되었으면.

그러나 우린 모두 사라질 것이다.

사람이 미울 땐 웃어도 밉다. 마음보가 원래 그렇다. 손바닥을 요리조리 뒤집듯 한다. 그럴 땐 아니 볼 듯 돌아서라. 사랑에도 유예가 필요하다. 돌아서서 그 사람의 얼굴이 흐릿해지는 곳까지 가 보라. 멀찌감치 물러서 거리(距離)를 둬 보라. 그 거리가 그리움의 무게다. 어느새 새싹 같은 이 말이 돋아날 것이다. "당신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문태준 <시인>


오늘은 여의도에서 마라톤 뛰는 날.
산이슬은 일부러 대구에서 올라오고 은계언니네도 함께 뛰기로 한 날.
다른 대회와 달리 32K가 있어 동마 대비 LSD로 좋다고 해서 무작정 신청한 대회다.
다들 32 신청한줄 알았는데 산이슬은 풀, 은계언냐네는 하프네?
까만돌도 풀을 신청했단다.

멀리서 온 사람보다는 빨리 가야하니 빨리 나서자고 하니 아침까지 동계올림픽 보느라 잠을 못잔 남푠 천천히 가자고 짜증이다.
그냥 먼저 나와 버렸다.
역시나 은계언냐네 벌써 주차장이란다.
주차장에서 만나 남푠과 산이슬에게 전화를 하니 둘다 신길이라네?
아무튼 겨우겨우 전화해서 주차장에서 만났다.

 
러너 삼총사?

은계언냐랑 산이슬은 초면이다.
헌데 초면이면 또 어떤가? 공동의 취미가 있어 이렇게 같은 대회를 뛴다는게 얼마나 좋은가?
사진 찍히는거 무쟈게 싫어하는 은계언니지만 무술의 카메라를 피할 수는 없지롱...

남푠은 남의 하프 배번으로 뛰니 제일 먼저 들어올것 같아 차 키를 남푠이 들고 뛰기로 했다.
풀 먼저 출발하고 그리고 32, 하프, 10K순으로 뛴다.
이 대회는 32K 신청자가 제일 많다.

출발지점에서 우연히 까만돌을 만났다.
교회 끝나고 택시타고 방금 도착했단다. 한가지도 힘든데 두가지를 하려니 무쟈게 바쁘겠다...
아무튼 풀, 하프는 흑석동 쪽으로 뛰고 32와 10은 가양대교 쪽으로 뛴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는데도 계속 사람들이 추월해 간다. 기분 참 그렇다.
오늘 목표는 완주니까 하며 나 자신을 위로해 가며 뛴다. 그래도 산이슬 보다는 일찍 들어와야 하는데 걱정이네?

중간 신정교를 지나 길게 돌리는게 그 길이 정말 지루했다. 힘도 빠지고..
정말이지 풀과 하프 딱 중간 만큼 힘이 든것 같다.
그나마 연습 몇번 하지 않고 이나마라도 뛰는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나자신이 참 딱하다.
멋 모르고 3:10 패매 추월했다 중간 쯤에서 결국 추월 당하고 뒤로 갈수록 힘이 들고 발도 안 떨어진다.
결승점 가까워지면서는 급수대, 간식 주는 곳도 제대로 안 되있고 컵이 모자란다고 병째 나발을 불어야 한단다.
그래도 주는거 다 먹고 마시고 했다. 그나마 뱃심으로라도 가야 하니까....

 
가평킹카님 골인

 
은계언냐 골인

 
32.195km 여자 35015 박정분 10:06:25 11:15:28 13:30:52 3:24:27

골인 지점에 이미 들어온 세 사람이 서서 사진을 찍어준다.
산이슬은 아직 안 들어왔단다.

 
애주가 장비님 골인

 
왼쪽 산이슬 골인 3시간 40분대. 내 32K 와 비슷하넹...

 

 
오래 기다리느라 힘드셨을거다..

 
러너 기념촬영

칩 반납하고 은계언니네 차를 타고 과천으로 갔다.
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마라톤 이야기만 주야 장창 한다.
기록은 산이슬이 제일 좋지만 구력은 은계언니네를 못 당한다.
아무튼 듣기만 해도 좋다.

6시차표를 끊어온 산이슬.
며칠 놀고 가는 줄 알았더니 낼 출근을 해야 한단다.
서운하다...
은계언니네는 58 개띠 마라톤 동호회 사람 두명이 과천까지 와서 2차를 하러 가시고 나와 산이슬은 서울역으로...

 


시간이 조금 남아 서울역 그린에서 차 한잔 마시고...

KTX 타는 입구를 못찾아 헤매다(새마을호만 씌여 있어서리...)겨우 겨우 타고 산이슬은 집으로~~
나도 집으로~~

거의 매주 마라톤 시합에 나가는 산이슬이 너무 바쁘니 언제 또 만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