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6년

신문에 난 대로 숨은벽에서 영봉까지(삼각산 1/7)

산무수리 2006. 1. 10. 00:08
'부부' - 함민복(1962~ )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한순간에 십 리 백 리를 줄달음치는 마음과 또 그런 마음이 만나 살림을 차리는 일은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가. 마음 맞는 것이 거문고를 켜는 것과 같다 했으니, 함께 거문고를 켜듯 화락하시라. 뒤로 걷는 당신도 앞으로 걷는 나도 '긴 상'을 들 듯 이 세상을 함께 들고 가야 할 도반이니, 줄달음치는 마음을 늦추고 낮추어 이 진흙 세속을 가자. 건너가자.문태준 <시인>


코스 개관: 밤골 매표소-숨은벽-호랑이 굴 우회-백운 대피소-인수 대피소-하루재-영봉-육모정 고개-육모정 매표소

토요일, 명지산을 가자고 했는데 푸하찌와 함께 늦게까지 술을 마신 남푠.
푸하찌도 함께 명지산에 가고 싶다는데 토요일은 집을 봐야 한단다.
아무튼 늦게 일어나 명지산행을 물 건너갔다.

친구네 공장에 들려 얼굴도 보고 점심이나 먹을까 했는데 전화를 해도 받지 않네?
모락산 갈까?
어제 갔는데 또 가냐?
우이동에 옷이나 사려 갈려?
그럴까?
그렇다고 옷만 사러 가기엔 너무 머니 간 김에 삼각산 산행이나 해 볼까?
그것도 휴식년에서 해제됐다고 신문에 났으니 거기가 가 보자구요.

10:30 넘어 물, 커피 타 가지고 나와 김밥 두줄 사고 전철을 타고 구파발에 도착.
헌데 버스가 효자리 가는게 안오네?
결국 버스까지 한번 갈아타고 겨우 효자리 성황당에 하차해 밤골 매표소 통과한 시간이 12:30.
마음이 좀 바쁘다.
이정표에 우측은 백운대, 좌측은 사기막골 매표소.
해제된 곳은 왼쪽이라고 알려준다.

한참 어딘줄도 잘 모르는 길을 올라가다 보니 지난번 숨은벽에서 하산했던 눈에 익은 길이 나온다.
거의 쉬지도 않고 부지런히 올라간다.

 
13:15. 슬리에 걸려 있는데 겁이 나고 코스도 몰라 못 올라갔다

지난번 우회했던 길을 감히 올라가 보았다.
조금은 진행을 해 보았는데 위에 슬링 걸려있는 그 길을 올라갈 자신이 없다.
그래서 다시 내려와 세일러마 버벅대던 길로 우회해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올라올 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겨울이고 눈이 간간히 남아 있어 만용은 금물이겠지..
릿지화 신고 날 풀리면 가능할 것도 같단다.

 
올려다 볼 때와 내려다 볼 때의 난이도의 느낌은 참 다르다...

 
숨은벽과 인수, 백운봉을 조망하며...

 
13:40.

춥지 않을때 널널하게 가던 숨은벽 능선이 눈이 있어 우회를 하다 보니 반달바위를 지나쳐 버렸다.
겁이 나 도로 못 내려가겠다.
계속 앞으로 진행을 한다.
신문까지 나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생각보다 사람이 별로 없다.

 
이곳에서 호랑이 굴로 내려가다...

 
호랑이 굴로 내려가는 길은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몇번 쫓아만 다니던 이 길을 오늘은 스스로 찾아 가니 길의 개념이 좀 잡히는 것 같다.
눈이 많이 쌓여 있고 간간히 올라서는데 눈 때문인지 힘들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바로 백운대로 치고 올라간 적도 있지만 장비도 없고 겨울이라 우리끼리는 무리지 싶다.
백운대를 갈까 하는데 그냥 백운 산장으로 내려서기로 한다.

 
14:20. 백운 대피소

백운 대피소에서 국수 하나 사서 사 온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대피소 안에는 사람이 꽉 차 있다.
우린 마당에서 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먹었다.
후다닥 먹고 다시 출발.

12.24일도 미끄러웠지만 지금은 계곡 물이 얼어 터졌다.
완전히 꽝꽝 얼어버렸다.
한 녀자가 아이젠이 없어 완전히 거북이처럼 기어 내려오고 있다.

14:50 인수 대피소 지나 하루재에서 영봉을 향해서 간다.
이쪽은 눈이 없어 일단 아이젠을 벗고 가기로 한다.
헌데 헬기가 또 떴나보다.

 
백운봉 쪽에 뜬 헬기.

영봉에서 하산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역시나 해제되어 사람들이 많이 오나보다.
지난번 왔던 기억을 되살려 간다.
간간히 생각이 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영봉 가기 전 조망 좋은 곳에서

 
15:05 영봉

영봉을 찍고 도로 내려와 하산을 하는데 눈이 군데 군데 있어 조심해야 겠다.
그냥 아이젠 하지 않고 버벅대며 진행을 해 본다.

 
만경대쪽

 
널널한 길이 눈이 쌓여 겁나는 길로 변하다...

 
15:30 우회해야 하는 길을 올라서 보니...

이 길이 아닌가보다.
도로 내려와 위 바위를 우회하니 아는 길이 나온다.
이 시간에도 간간히 사람들아 올라온다.
또 다치면 안되겠기에 아이젠을 다시 하고 오니 맘이 놓인다.

드디어 육모정 고개.
이곳에서 우회전을 하면 육모정 매표소라고 하는데 내 기억으로는 우린 직진한 길에서 영봉으로 갔던것 같다.
지도에도, 신문에도 그렇게 났다고 우회전 하자고 우기는 남푠때문에 그냥 우회전 하니 능선 길이 아니고 계곡 길이다.
절을 피해 길을 내니 길도 나쁘다.

 
16:10 법안사 갈림길. 이곳에서 우측으로 올라가야 조망 좋은 능선으로 붙을 수 있었는데...

철조망을 끼고 내려오다 보니 없던 매표소르 그새 설치 해 놓았다.

 
14:13 육모정 매표소

매표소 지나고 그린파크 지나 우리의 방아간 세로또레 매장에 갔다.
가서 옷 한개씩 건지고(!) 점심은 늦게 먹고 저녁 먹기엔 시간이 이른지라 집으로~~


세로또레 매장에서

옷 사러 참 멀리까지도 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