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6년

100대 산에 의심스러웠던 명지산(1/8)

산무수리 2006. 1. 14. 22:28
‘반듯하다-후배 K에게’ 박철(1960∼ )


나도 이제 한마디 거들 나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만 한마디 하마
시를 쓰려거든 반듯하게 쓰자
곧거나 참되게 쓰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사진기 앞에 설 때
우뚝하니,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이 멋쩍어서
일부러, 어거지로, 더욱 어색하게
셔터가 울리길 기다리며 몸을 움직인다
말 그대로 모션을 취하는 것이다

차라리 반듯하게 서자
촌스럽게, 어색하게, 부끄럽게
뻣뻣하게 서서 수줍으면 좀 어떠랴
이런 말 저런 이름 끌어다 얼기설기 엮어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아닌 모션 취하지 말고
그냥 반듯하고 쉽게 쓰자

겉돌지 말고 직통(直通)할 때 속이 다 후련하다.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곧바로 들어가야 한다. 여럿의 여닫이문을 세워 놓지 말아야 한다. 불기자심(不欺自心)도 용기가 필요하다. 모션은 토끼 머리에 뿔을 세우는 일이다. 모션은 거북의 등가죽에 털을 기르는 일이다. 헙수룩하면 어떤가. 적어도 토끼뿔, 거북털은 만들지 말자. 나도 사진기 앞에서는 으레 왼다리를 꼬거나 턱을 괴거나 했지만, 오늘부터 이제 그 일은 그만이다. <문태준 시인>



코스 개관:익근리-사향봉-995봉-1079봉(화채바위)-명지산-갈림길-명지폭포-승천사-익근리
날씨: 생각보다 춥지 않았음. 눈은 의외로 많이 있었음
산행 멤버: 무술부부, 송죽, 푸하찌

경기도 2번째 높다는 명지산.
첫번째 높다는 화악산은 정상에 군 부대가 있어 못 올라간단다.
이왕이면 100대 산에 속하는 명지산에 가 보고 싶었다.
남푠과 요즘 산에 푹 빠진 푸하찌도 가고 싶은 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 보기로 했다.

8:00 양재역에서 송죽, 푸하찌 만나 가평을 향해서 간다.
혹시나 싶어 은계언니에게 연락을 하니 춘천에 가신단다. 미리 와서 자고 가지 그랬냐고 안타까워 하신다. ㅎㅎ

10:00 익근리 도착.
배가 고프다는 푸하찌.
아침을 두그릇 시켜 넷이 나누어 먹고 산행 시작한 시간이 10:30.
일요일 인데 주차장도 한갖지고 간간히 산행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초장 포장도로부터 빙판이다. 기죽는다.

조금 지나자마자 임도가 아닌 우측 능선으로 붙는 길로 보이는 곳에 표지기가 매어 있어 그쪽으로 올라가기로 한다.
다들 초행이고 푸하찌는 나름대로 이론공부 충분히 하고 지도까지 뽑아 가지고 왔다.

 
명지산에 걸맞게 잣나무가 많은 길

등산로가 별로 잘 되 있지 않다. 아무튼 급경사 길을 올라가니 능선에 붙는것 같다.
간간히 눈이 있지만 아이젠을 할 정도는 아닌것 같다.
지도에 사향봉을 처음 만나게 되어 있는데 어디가 사향봉인지 모르겠다.

 
능선에 올라서서

하나 올라가면 또 다른 봉우리가 계속 보인다.
길도 눈도 쌓여 있고 간간히 암릉도 보이고 쉽지 않은 길이다.
러셀도 한 사람이 지나간 흔적만 보여 그 발자국을 쫓아 가려니 간간히 빠지고 미끄럽고 경사도 급하고 아무튼 쉬운 길이 아니다.
내심 명지산 정상 찍고 간 크게 이 봉우리, 저 봉우리 들릴까 했는데 쉽지 않을것 같다.

 
눈이 쌓여 있어 버벅거리며 넘어가야 하는 암릉들

 
하늘은 참으로 맑았다

 
쉬기 알맞은 넓은 바위

맞춤하게 쉬기 좋은 바위가 나왔지만 점심을 먹기엔 좀 이른것 같다.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속 가기로 한다.

 
저곳에 정상일까?

아무튼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길은 이 길 등산로 맞나 싶은 길도 너무 많다.
나무가 없었다면 올라가기 힘든 길도 너무나 많았다.
2시쯤 되 배도 고파 점심을 먹고 기운을 차린다.

 
초입 지나 처음 만나는 이정표

한 사람도 못 만났는데 사람 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온 길은 등산로 아님 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어쩐지 길에 이정표 하나 없더라니...
간간히 있는 표지기를 따라 여기까지 겨우 겨우 왔다.
여름이라고 해도 별로 쉽거나 조망이 좋은 길 같지도 않다.

 
제대로 된 등산로를 겨우 만나다

헌데 이곳에 오니 더 미끄럽네?
넘어지면 안되니 아이젠을 했다. 시간은 3시가 넘었네?
정말이지 만만하게 봤는데 하나도 안 만만한 명지산이네?

 
주 등산로도 눈이 쌓여 있고 경사도 급하였다.

주 등산로도 눈도 많고 길도 계단도 많고 경사도 급하다. 정말이지 만만하지 않았다.

 
명지산 정상. 정상 맞냐?

정상이라고 씌여 있는 이정표.
정상 표지석도 없는거야?
한 팀이 올라와 있는데 역시나 잘 모르는 눈치이다. 이 팀도 익근리에서 12시 넘어 산행을 시작 했다고 한다.
우린 벌써 4시가 다 되었다. 너무 오래 걸렸다.
하산 했냐는 은계 언니의 전화, 이제 정상이라고 하니 해 지는데 언제 내려오냐고 걱정을 해 주시네?
일단 내려가면 전화를 하기로 했다.

 
정상 표지판 바로 위 명지산 정상석을 겨우 찾았다

 

 

 

 

 
정상의 조망만은 일품이었다

정상석 있는 곳의 조망은 일품이었다.
원래 계획은 다른 능선을 타고 가다 하산을 하려고 하였지만 시간이 늦었다.
우리도 짧은 계곡길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헌데 이놈의 계곡에 가는 길도 경사도 급하고 바위도 많고 계단도 많다.
한계령 고개처럼 구불구불한 정말이지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아래로 내려올 수록 나무보다 기생식물이 더 많아 숲이 아주 지저분 하다.

 
중간 중간 이런 계단이 많다. 걷기 싫은 길이다

 
해가 져 오는데 겨우 만난 계곡길

계곡을 만나면서 길은 많이 순해졌는데 그 순한길도 결코 짧지 않은것 같다. 기운도 빠지고 힘도 들지만 시간이 늦으니 천천히 하산을 할 수도 없다. 그냥 부지런히 걷는 수 밖에 없다.

 
명지폭포

남푠만 대표로 명지폭포를 보고 왔다.
우린 그냥 내 달린다.
하도 안 내려오니 구조대 보내주랴는 은계언니의 걱정어린 문자까지 받았다.
좀 아쉽지만 우리가 너무 늦어 다음에 만나기로 했다.


승천사. 규모는 큰데 참 정 안가게 생긴 절이었다.

드디어 절 나타났다. 이젠 정말 거의 다 온것 같다.
7시도 넘어 겨우 우리가 출발한 장소로 왔다.
정말이지 야간산행까지 조금 했다.

가평군청 옆의 인천집에 들렸다.
맛있는 만두전골, 보리밥, 빈대떡에 가평 잣 막걸리로 하산주를 마시고 집으로~~~
좀 늦었지만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무사히 집으로~~

보통 산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쉬우면 쉬운대로 힘들면 힘든대로 장점이 있다.
헌데 명지산은 힘든데도 멋도 없고 매력을 못 느꼈다. 여름에 왔다면 계곡의 멋을 느꼈을 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명지산 입장에서는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100대 산을 어떤 기준으로 제정했을까 의심이 갔던 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