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 알'- 홍영철(1955~ )
책상 위의 사과 한 알
어디에서 왔을까?
이 잘 익은 사과 한 알은.
사과는 익어서도 말이 없다.
참 많은 먼지들을 밟으며 걸어온 가을 아침
그러나 가을의 얼굴은 깨끗하다.
모든 잠에서 일제히 떨어져나온 꿈들이
싱그러운 공중을 날고 있을 때,
책상 위의 사과 한 알
누가 이 잘 익는 사과 한 알을 말하랴.
누가 오늘밤을 말하며
누가 저것들의 겨울을 말하랴
빨간 홍옥 하나 흰 접시에 놓고 보면 처음엔 예쁘다가 좀 지나면 시디시다가 또 좀 지나면 신기하고 신비하다가 또 좀 지나면 질문이 오지요. 어디서 왔을꼬. 이 빛 이 모양 이 꿈 이 생명. 사과가 걸어온 길 따라가면 하나님도 부처님도 다 있을 것. 칼을 들고 하나님을, 부처님을 깎아서 아삭아삭 먹지요. 가만! 조금만 바라본 다음 칼을 듭시다! <장석남.시인>
두 달동안의 행복(!)했던 스트레스가 일단락이 되었다.
풀 대회를 앞두면 괜히 여기 저기가 아파온다. 특히나 달리기와 관련되어 무릎, 발목, 발바닥, 어깨까지....
왜 이 고생을 사서 할까?
누가 시키면 이짓을 할까?
바람을 가르는것 처럼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마라톤 하이라고?
그런거 느껴보지 못했다. 느낄 새도 없었다.
헌데도 그만둘 생각은 없다.
왜?
비교적 수월하게 하프로 마라톤을 시작했고 처음 치고는 걷지않고 풀을 처음 뛰었다.
올 봄 동아의 참담함이 나에겐 약이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 춘마도 요행을 바라고 연습도 게을리 하다가 완전히 고행의 대회가 되었을테니....
대회날이 가까이 올수록 뭘 입을까, 뭘 먹어야 하나, 훈련을 해야 할텐데 하는 스트레스가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는데 훈련을 쉬면 불안하고 많이 하면 막상 대회날 무릎이 아플까봐 염려가 되고....
헌데 또 한편 생각하면 이렇게 뛸 수 있는 자체가 행복은 아닐까 하는 깨달음.
올 봄 2분만 단축하면 -3를 하는 애주가의 멤버. 훈련양이 너무 많았는지 막상 가을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중지골 피로골절.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기는 피로골절로 춘마, 중마 다 접어야 했다.
그 사람은 기록을 떠나 후미에서라도 뛸 수 있는 우리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사실 달리는 즐거움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은건 선유도까지 뛰어갔다가 오는길에 부족한 거리를 뛰면서이다.
26K 를 뛰면 사실 지칠줄 알았는데 돌아올 때 뛰는 일이 즐거웠다. 속도를 천천히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쁘지 않았다.
거의 매주 대회를 나가는 사람을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이유도 어렴풋이 알것도 같다.
나만 해도 담주 중마에 풀을 뛸 수는 없겠지만 10K 배번이 있다면 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태까지의 나는 내가 신청한 대회도 몇번 못 뛰었고 넘의 배번으로 뛸 생각은 한번도 한 적도 없다. 허나 지금은 여건이 된다면 뛰고 싶기도 하다.
춘마때문에 가을 산행을 못한건 아쉽지만 그렇다고 마라톤 한걸 후회할 정도는 아니다.
가을산이, 단풍이 아름답지만 작년에 봤고 올해 못 보면 내년에 봐도 되고-내년에도 또 뛰어야 하나?-산은 가을 뿐 아니라 사철 어느때 가도 좋으니 말이다.
마라톤은 특별한, 철인, 혹은 별난 사람만 하는건줄 알았다.
헌데 내가 해 보니 꼭 그런건 아니다.
이 말 못 믿는 사람들은 대회날 나와 구경해 보시라...
저런 신체조건으로-보이지 않고, 장애가 있고, 남보다 키도 작고, 배도 많이 나오고, 상체가 유난히 크고, 나이도 많고, 허리도 굽고...-어찌 마라톤 할 생각을 했을까 싶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헌데 이 사람들이 나보다 앞서서 달리고 있다. 앞서서 가니 내가 볼 수 있다.
그럼 신체조건 좋은 사람은 다 내 앞에 있을까?
아니다.
키도 되고 남자고 체격도 뛰기 좋아 보이는 사람들도 어느땐 내가 추월해서 간다.
패션?
아무 상관없다.
길이가 짧을 수록 기록은 좋다지만-빨리 뛰니 땀이 많이 나니 당연히 짧은걸 입겠지만-평상복 같은거 입고 와도 잘 뛰는 사람은 잘만 뛴다.
나도 학교때 800m 오래달리기(헐, 800m도 오래 달리기였네...)도 제대로 못했다.
헌데 하니 되었다.
당장 대회에 나가라는게 아니다.
일단 제일 어려운 구간인 신발장에서 신발 꺼내신고 밖으로 나가 보시라.
그리고 1K만 뛰어 보시라.
뛰는 동안 아주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 1분이 5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나 새삼 깨닫게 되고 1K라는 거리가 이렇게 멀었나 싶기도 하다. 헌데도 천천히 뛰어도 결국 1K는 무한한 거리가 아니고 유한한 거리다. 뛰고 나면 내 자신이 기특하다.
그럼 며칠 있다 조금 더 기특하기 위해 거리를 조금 더 늘려 가는거다.
요즘은 건강달리기 대회라 5K부터 있다.
시작을 하시라.
나이가 어려서 못 뛰게 하는 대회는 봤아도 나이 많다고 못뛰게 하는 대회는 못봤다.
즉, 정년이 없다.
신발은 마라톤 용으로 구입하는게 좋다. 투자를 해야 투자비가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하고 부상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기도 하니까....
옷은 그냥 아무거나 입어도 된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뛰어야 운동 효과가 있고 다음에 뛸때 힘이 덜든것 같다.
그러다 차차 재미가 나면 한번 대회 참석을 생각해 보시라.
일단 대회 신청을 하면 동기유발이 된다. 연습도 빼먹지 않게 하게 되고...
대회날, 뛰고 나면 허리, 허벅지, 종아리, 팔, 목 안 아픈데가 없다.
연습이 부족하면 며칠은 뻗정 다리로 다녀야 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일은 그야말로 고통이다.
헌데도 그 고통의 느낌이 나쁘지 않다.
즐거운 고통의 세계에 입문하기를 권한다.
책상 위의 사과 한 알
어디에서 왔을까?
이 잘 익은 사과 한 알은.
사과는 익어서도 말이 없다.
참 많은 먼지들을 밟으며 걸어온 가을 아침
그러나 가을의 얼굴은 깨끗하다.
모든 잠에서 일제히 떨어져나온 꿈들이
싱그러운 공중을 날고 있을 때,
책상 위의 사과 한 알
누가 이 잘 익는 사과 한 알을 말하랴.
누가 오늘밤을 말하며
누가 저것들의 겨울을 말하랴
빨간 홍옥 하나 흰 접시에 놓고 보면 처음엔 예쁘다가 좀 지나면 시디시다가 또 좀 지나면 신기하고 신비하다가 또 좀 지나면 질문이 오지요. 어디서 왔을꼬. 이 빛 이 모양 이 꿈 이 생명. 사과가 걸어온 길 따라가면 하나님도 부처님도 다 있을 것. 칼을 들고 하나님을, 부처님을 깎아서 아삭아삭 먹지요. 가만! 조금만 바라본 다음 칼을 듭시다! <장석남.시인>
두 달동안의 행복(!)했던 스트레스가 일단락이 되었다.
풀 대회를 앞두면 괜히 여기 저기가 아파온다. 특히나 달리기와 관련되어 무릎, 발목, 발바닥, 어깨까지....
왜 이 고생을 사서 할까?
누가 시키면 이짓을 할까?
바람을 가르는것 처럼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마라톤 하이라고?
그런거 느껴보지 못했다. 느낄 새도 없었다.
헌데도 그만둘 생각은 없다.
왜?
비교적 수월하게 하프로 마라톤을 시작했고 처음 치고는 걷지않고 풀을 처음 뛰었다.
올 봄 동아의 참담함이 나에겐 약이 되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 춘마도 요행을 바라고 연습도 게을리 하다가 완전히 고행의 대회가 되었을테니....
대회날이 가까이 올수록 뭘 입을까, 뭘 먹어야 하나, 훈련을 해야 할텐데 하는 스트레스가 점점 강해진다. 그리고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는데 훈련을 쉬면 불안하고 많이 하면 막상 대회날 무릎이 아플까봐 염려가 되고....
헌데 또 한편 생각하면 이렇게 뛸 수 있는 자체가 행복은 아닐까 하는 깨달음.
올 봄 2분만 단축하면 -3를 하는 애주가의 멤버. 훈련양이 너무 많았는지 막상 가을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중지골 피로골절.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기는 피로골절로 춘마, 중마 다 접어야 했다.
그 사람은 기록을 떠나 후미에서라도 뛸 수 있는 우리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사실 달리는 즐거움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은건 선유도까지 뛰어갔다가 오는길에 부족한 거리를 뛰면서이다.
26K 를 뛰면 사실 지칠줄 알았는데 돌아올 때 뛰는 일이 즐거웠다. 속도를 천천히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쁘지 않았다.
거의 매주 대회를 나가는 사람을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이유도 어렴풋이 알것도 같다.
나만 해도 담주 중마에 풀을 뛸 수는 없겠지만 10K 배번이 있다면 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여태까지의 나는 내가 신청한 대회도 몇번 못 뛰었고 넘의 배번으로 뛸 생각은 한번도 한 적도 없다. 허나 지금은 여건이 된다면 뛰고 싶기도 하다.
춘마때문에 가을 산행을 못한건 아쉽지만 그렇다고 마라톤 한걸 후회할 정도는 아니다.
가을산이, 단풍이 아름답지만 작년에 봤고 올해 못 보면 내년에 봐도 되고-내년에도 또 뛰어야 하나?-산은 가을 뿐 아니라 사철 어느때 가도 좋으니 말이다.
마라톤은 특별한, 철인, 혹은 별난 사람만 하는건줄 알았다.
헌데 내가 해 보니 꼭 그런건 아니다.
이 말 못 믿는 사람들은 대회날 나와 구경해 보시라...
저런 신체조건으로-보이지 않고, 장애가 있고, 남보다 키도 작고, 배도 많이 나오고, 상체가 유난히 크고, 나이도 많고, 허리도 굽고...-어찌 마라톤 할 생각을 했을까 싶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헌데 이 사람들이 나보다 앞서서 달리고 있다. 앞서서 가니 내가 볼 수 있다.
그럼 신체조건 좋은 사람은 다 내 앞에 있을까?
아니다.
키도 되고 남자고 체격도 뛰기 좋아 보이는 사람들도 어느땐 내가 추월해서 간다.
패션?
아무 상관없다.
길이가 짧을 수록 기록은 좋다지만-빨리 뛰니 땀이 많이 나니 당연히 짧은걸 입겠지만-평상복 같은거 입고 와도 잘 뛰는 사람은 잘만 뛴다.
나도 학교때 800m 오래달리기(헐, 800m도 오래 달리기였네...)도 제대로 못했다.
헌데 하니 되었다.
당장 대회에 나가라는게 아니다.
일단 제일 어려운 구간인 신발장에서 신발 꺼내신고 밖으로 나가 보시라.
그리고 1K만 뛰어 보시라.
뛰는 동안 아주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 1분이 5분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나 새삼 깨닫게 되고 1K라는 거리가 이렇게 멀었나 싶기도 하다. 헌데도 천천히 뛰어도 결국 1K는 무한한 거리가 아니고 유한한 거리다. 뛰고 나면 내 자신이 기특하다.
그럼 며칠 있다 조금 더 기특하기 위해 거리를 조금 더 늘려 가는거다.
요즘은 건강달리기 대회라 5K부터 있다.
시작을 하시라.
나이가 어려서 못 뛰게 하는 대회는 봤아도 나이 많다고 못뛰게 하는 대회는 못봤다.
즉, 정년이 없다.
신발은 마라톤 용으로 구입하는게 좋다. 투자를 해야 투자비가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하고 부상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하기도 하니까....
옷은 그냥 아무거나 입어도 된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뛰어야 운동 효과가 있고 다음에 뛸때 힘이 덜든것 같다.
그러다 차차 재미가 나면 한번 대회 참석을 생각해 보시라.
일단 대회 신청을 하면 동기유발이 된다. 연습도 빼먹지 않게 하게 되고...
대회날, 뛰고 나면 허리, 허벅지, 종아리, 팔, 목 안 아픈데가 없다.
연습이 부족하면 며칠은 뻗정 다리로 다녀야 하고 계단을 내려오는 일은 그야말로 고통이다.
헌데도 그 고통의 느낌이 나쁘지 않다.
즐거운 고통의 세계에 입문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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