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4년

꿈길 같던 지리산 종주 2 (8.9~11)

산무수리 2004. 8. 17. 14:37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 원 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 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8월 11일.아침의 대피소의 모습. 널려있는 비옷이 어제의 날씨를 대변해 준다.아침에 벽소령에서 본 지리산<아침일찍 밥을 하러 나가니 이슬비가 벌써 나와있다. 초저녁에 잠을 깨서 아침인줄 알고 깜짝 놀랐었단다. 아침을 해서 먹고 짐을 챙긴다. 산행 내내 마주친 청주에서 온 부자는 아침 해 먹을 시간이 없다며 세석에 가서 아침을 해 먹어야겠다고 짐을 싼다.우린 6:50 산행 시작.산행 준비완료순전히 내 얼굴이 잘 나와 올린 사진. 주최측 농간임.어제 온 비로 길을 더욱 깨끗하고 맑다. 지리산의 오솔을은 진짜 걸어봐야 안다. 장쾌한 경치를 보여주는데 길은 조붓한 오솔길. 그리고 곳곳에 산재해 있는 고사목. 그리고 운해의 장관. 경치 좋은곳 마다 사진을 찍다간 산행 못한다. 왜? 아름다운곳이 너무 많으니까....선비샘에서7:40. 선비샘 도착. 진짜 물맛 너무 시원하다. 벽소령에서 못한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물도 싫컷 마셨다. 이런 우리들을 보고 다들 웃는다. 헌데 진짜 물맛 좋았다.계속 만나게 된 부자팀. 헌데 이 사진 찍고는 못 만났다.선비샘 지나 경치 좋은 곳에서 부자팀을 또 만났다. 이것도 인연인지라 사진을 찍었다. 어려서부터 함께 산에 다녔는데 아들이 요즘을 살이 쪘는지 걷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단다. 그리고 계속 배가 고프네, 어쩌네 하면서 아빠를 못살게(?) 군다.철선봉8:45 칠선봉 도착.운해의 모습영신봉 전 전망 좋은 곳에서봐도 싫증 나지 않는 운해의 모습구름 위에 서다?영신봉9:40 영신봉 도착.이곳에서 본격적인 세석평전이 펼쳐져 있고 멀리 세석대피소가 보인다. 그림같다.세석평전은 휴식년으로 막아 놓았단다. 세석의 철쭉도 예년만 못하단다. 아무튼 장쾌한 경치가 참 좋다.세석 가는 길세석 대피소의 원경세석대피소에 들려 물도 받고 산나리를 기다리는데 영 안온다. 아니, 안 들리고 그냥 지나치네? 부랴부랴 쫓아간다.촛대봉촛대봉에서 본 구름에 쌓인 천왕봉10:30 촛대봉 도착. 촛대봉은 빤히 보이는데 완만한 경사로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곳에서 구름에 가린 천왕봉을 조망할 수 있다. 지나온 세석대피소도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대피소를 지은 이유는 무분별한 야영으로 산에 훼손되는걸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 덕에우리처럼 야영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지리산 종주를 꿈꾸고 실제로 산행을 할 수 있고.연하봉 가는 길삼신봉에서 보는 연하봉 가는길 진짜 아름답다. 그리고 꽃도 구절초가 점점 많이 보인다. 연하봉11:40 연하봉 통과. 장터목 대피소가 점점 가까워 오고 바람도 서늘하고 구름이 몰려왔다 날아가곤 한다. 고사목도 점점 많아진다.장터목 가는 길의 구름과 고사목장터목 산장에 도착하다11:55. 장터목 도착.얼른 샘에서 물을 떠다가 육개장을 끓이고 아침에 싸온 밥을 말아서 점심을 때운다. 좀 부족하다. 헌데 별로 더 먹을게 없다. 너무 알뜰하게 부식을 준비했나보다.대부분 사람들은 이곳 장터목에 배낭을 내려놓고 천왕봉을 올라갔다 도로 내려와 중산리로 하산을 한다고 한다. 이쪽 하산길이 훨씬 짧고.기념사진을 찍고 출발우리도 처음엔 그렇게 하산을 하려고 했는데 날씨도 받쳐주고 시간도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아 좀 욕심을 내 진정한 종주인 대원사로 하산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배낭을 지고 12:30 산행을 한다.1시간이면 갈거라는 천왕봉이 의외로 멀고 길도 험하다. 그리고 사람도 너무 많아 곳곳에 지체를 한다.어제 연하봉에서 만났던 ㅅ여고 관계자들은 세석에서 자고 천왕봉을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인가 보다.제석봉의 황량하면서도 사람을 사로잡는 경치12:50 천왕봉 가기 전 제석봉의 황량한 경치가 장관이다. 파란 하늘과 어울어진 고사목, 그리고 능선들의 모습. 이곳에서 속도를 내서 올라가니 경치 구경도 안하고 사진도 안 찍냐고 이슬비 막 화를 낸다. 천왕봉 가는 길 우측은 구름, 왼쪽은 맑음. 육사 학생들이 계속 내려온다. 지리산엔 유난히 단체 산행팀이 많다.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천왕봉.내려오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좋긴 좋은가보다. 힘든 과정을 거쳐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겠지.통천문 앞에서가는 길에 통천문을 지났다. 높긴 높은가보다. 통천문을 지나고.....구름에 쌓인 천왕봉천왕봉 가는 막바지 오르막.13:30 드디어 천왕봉 도착. 사람이 많아 줄 서서 정상 사진을 찍어야 한다. 헌데 여기선 진짜 꼭 찍어야 한다. 이곳에서 문자 날리느라 배낭 내려놓는것도 잊어버리는 이슬비. 헌데 내 휴대폰은 정상에서도 안 터진다. 엉엉.....천왕봉 정상에서무릎이 아프다고 좀 가까운 길로 하산하면 하는 이슬비, 헌데 중산리쪽 하산길은 매우 가파르다고 한다. 그리고 장터목까지 되돌아 가는 길도 만만치 않고. 그래서 예정대로 좀 길지만 비교적 길이 순한 대원사 길로 가기로 했다.중봉의 모습14:15 중봉 도착. 중간중간 급경사는 있지만 비교적 길이 순한 편이고 경치도 좋다. 지리산 많이 다닌 사람도 중봉에 와 본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가끔씩 올라오는 사람이 보이지만 우리가 올라온 길에 비하면 진짜 너무 호젓하다.내려가는 길의 경치무릎 아프다던 이슬비 생각보다 잘 쫓아온다. 그리고 사진 찍으면서도 앞장 서는 산나리도 대단하고.써리봉 직전에서. 여유만만하다?써리봉15:10 써리봉 도착. 이쪽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경치도 진짜 장관이다. 헌데 중간에 이슬비 잠깐 쉬자고 한다. 왜 그러나 했더니 제석봉에서 만난 ㅅ여고 관계자들에게 담배 2가치 얻었다고 그거 핀단다. 진짜 못 말린다.치밭목 산장드디어 16:00 치밭목 도착. 헌데 그곳 표지판을 본 이슬비, 처밭목이란다. 원 참내.....이곳은 국립공원 직영이 아니라 맥주는 파는데 담배는 없단다. 비싼 맥주를 사서 마시니 서비스로 담배 2가지 얻은 이슬비 너무 행복해 한다.이곳에 한 가족과 젊은이 혼자 라면을 먹고 있다. 이 젊은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서 하산을 한다.치밭목에서 원하는걸 얻은 후 행복한 이슬비치밭목에서 잠시 쉬고 하산을 한다. 17:00 드디어 씻을만한 계곡이 보인다.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 나니 갑자기 허기가 진다. 기운이 하나도 없다.이런 날 본 산나리 왈, 자기가 배가 고픈건 바로 그 상태란다. 즉, 뵈는게 없는 경지(?) 란다.다행히 잊고 있던 초코렛을 찾아 내 먹고 기운을 차린다.간간히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다. 헌데 올라오는데 4시간 정도 걸린단다. 언제 내려가나....새재와 갈림길이 나온다. 새재 갈림길이 좀 짧은데 이쪽은 교통편도 의심스럽다. 그래서 길지만 확실한 대원사로 내려가기로 한다.이곳 갈림길 계곡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냄새가 장난이 아니고 이 시간에 진주에 나가봐야 목욕탕은 이미 문을 닫았을테니. 그리고 계곡에서 씻는 맛은 무엇에 비할까? 누가 본다면? 보는 사람이 민망하지 뭐. 나야 등 돌리고 있는데 뭐.....하산길에 무재치기 폭포가 있다는데 볼 엄두도 못내고 그냥 내려간다. 헌데 다리에 힘이 빠져 자꾸 발목도 꺾이고 미끄러진다. 길도 내려가는 듯 하다 다시 올라가고를 몇 번 반복한다. 시간상 유평마을이 나타날 듯 안 나타난다.산행 끝. 붕대까지 감은 이슬비는 진짜 부상병같다.갑자기 개 소리가 나고 산행 끝지점의 철문이 나나탄다. 그 시간이 19:30. 아무리 긴 산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긴 있구나....다행히 랜턴을 켜지 않아도 되게 하산을 했다. 헌데 이젠 시내 나가는게 문제다. 배도 고프지만.하산지점이 마침 음식점이다.(무릉도원 055-973-9688) 이곳에서 밥을 먹고 전화를 하면 택시를 불러 준단다. 진주까지 5만원. 비싸네.... 헌데 1시간 쯤 걸린단다. 머네.....내 전화는 마을에 오니 비로서 터진다. 까만돌, 죽순, 바람꽃의 축하 문자가 와 있다.헌데 종주의 대가인 까만돌 너무 궁금한가보다. 답사로 산행완료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 와 어디로 올라갔냐, 어디로 하산했냐 꼬치꼬치 캐 묻는다.나, 너 중봉 가 봤냐? 치밭목 산장 가 봤어?까만돌, 안 와봤다며 금방 기 죽어서 자기도 대원사로 꼭 다시 올라갈거란다. 그러더니 진주에 심야우등 없으면 어쩌냐고 염려를 하더니 잠시 후 터미널에 확인하니 1시간 간격으로 있다고 알려준다. 진짜 아는게 많아 먹고 싶은거 많겠네.치밭목에서 본 총각은 다리가 풀렸는지 우리랑 같이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하산을 했다. 그도 일단 진주로 나가야 하나보다. 왜 이쪽으로 왔냐고 하니 광주 누님댁에 왔다 지리산에 왔는데 누가 이쪽 길로 가 보라고 해서 내려왔는데 치밭목에서 자려고 해도 식량을 다른 사람에게 줘 버려 먹을 것도 없어 그냥 하산하는 길이란다.이것도 인연이다. 이슬비 술이 고파 동동주 시키고 복분자도 한병 시켜 마시고 소주도 마시고....그리고 백숙 시킨걸 함께 나누어 먹고 택시도 5명이 끼어서 함께 탔다. 주인 백으로 택시비도 5천원 깎아 준단다. 이 총각이 택시비 자기도 보탠단다. 헌데 그럼 안되지....진주 터미널에 도착해서 심야우등 표를 사고 기다린다. 광주 교통편은 끊겨 함께 택시 타고 온 청춘은 여관에서 하룻밤 자야 한단다. 쯔쯔쯔....23:00 버스를 탔다. 잤다. 3:00 터미널 도착. 착한 산나리 남푠은 1시간 전부터 와서 마눌님 태우러 와서 기다리고 있단다. 좋겠네.....꼬박 2일 간의 결코 만만하지도, 짧지도 않은 산행. 헌데도 진짜 꿈길같은 산행이었다.산행에 보이지 않게 협조 해 준 관계자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부족한 산행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