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창문은 누가 두드리는가, 과일 익는 저녁이여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맨발로 밟으면 풀잎은 음악 소리를 낸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불빛으로 남은 이름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때 어둡지 않으려고 마음과 집들은 함께 모여 있다 어느 별에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벋어 다른 나무를 껴안는다 사람은 마음을 벋어 타인을 껴안는다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공중에도 푸른 하루가 살듯이 내 시에는 사람의 이름이 살고 있다 붉은 옷 한 벌 해지면 떠나갈 꽃들처럼 그렇게는 내게 온 생을 떠나보낼 수 없다 귀빈이여, 생이라는 새 이파리여 네가 있어 삶은 과일처럼 익는다 9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