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4년

비바람과 함께 한 원효능선 (북한산 9월11일)

산무수리 2004. 9. 11. 23:36
내 오지랍 넓은 병 중의 하나는 내가 아는 코스를 못 한 사람을 꼭 시켜주고 싶어 하는것.그래서 지난 주에는 의상능선에 못 간 심심이, 이슬비와 의상능선을 했다.역시나 예상대로 의상능선에 흠뻑 빠져 버렸다.헌데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싶은 이 병. 마주 보이는 원효능선을 마저 하면 더 좋겠다 싶었다.그래서 연 이틀 산행을 강행 하기로 했다.헌데 멤버모집이 안된다. 어쩔가 고민하다 그냥 하기로 했다.헌데 홍연구가 들어와서 봤나보다.염초봉을 해 주기로 약속을 한지라 오늘 염초봉을 해 주겠단다.암벽 장비는 있으면 가져 오란다. 야호~~~드디어 꿈에 그리던 염초봉을 하게 되나보다....헌데 염초봉, 듣도 못한 이슬비. 사부에게 문의하니 겁을 팍 주었나보다.위험하다, 비가 많이 온단다, 그리고 같이 가는 김상우와 수호천사는 암벽 경험도 없다.......허나 다른곳도 아니고 염초인데 공갈 협박에 안 넘어간다.문제는 날씨, 비가 많이 온단다.홍연구 금요일 학교에서 등산할거라 연이틀 힘들지만 다리가 부러지지 않는 한 가이드 해 주기로 했었다.허나 비 앞에서는 속수무책.그래서 비 때문에 염초봉을 포기하고 그냥 워킹으로 원효능선을 가기로 했다.13:00 구파발 역에서 만났다. 수호천사는 비가 온다고 아예 오지도 않았고 김상우도 우산만 달랑 들고 왔다.아마도 내심 오늘 산행이 취소 되길 바란것 같다.괜히 미안하다.두 사람은 밥을 먹지 않아 김밥 한줄씩 먹고 구파발 버스를 타고 산성매표소 다음 정거장인 효자리 파출소에서 하차.이곳에서 조경수 사이를 끼고 걷다보니 원효암, 북문 안내표지가 나온다.휴우, 이 길 맞나보다......비는 진짜 이슬비가 내려 먼지도 안나고 제법 분위기가 좋다.시구문까지 계속 돌로 만든 계단.13:50 시구문 도착.헌데 전엔 일요일만 직원이 지키고 있었는데 오늘은 토요일인데도 있네?매표를 하고 올라간다. 약수터 패션 한 쌍이 올라간다.계속 계단길을 올라가 원효암에 들려 잠깐 절 구경을 하고 도로 나와 뒷쪽으로 돌아서 올라간다.헌데 원효암 전 암릉에 올라서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내 배낭카바와 우산이 이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사람도 날아갈까봐 쇠줄을 꼭 잡고 넘어가는데 스틱도 막 휘날린다.겨우겨우 내려서서 원효암을 향해서 간다.14:35 원효봉에 서니 구름에 낀 의상능선, 염초봉이 우뚝 서있다.오늘따라 염초봉이 눈에 잘 들어오는데 능선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언젠간 꼭 갈 기회가 있겠지......헌데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제법 내린다.산불감시초소에 들어가니 아주 아늑하다.이곳에서 이슬비가 들고 온 교재를 먹는데 날이 추워서 시원한 막걸리가 별로 안 땡긴다.헌데 한 쌍이 올라온다. 들어오라고 하니 얼른 들어온다.교재도 나누어서 공부하고 커피도 서비스했다.이 팀은 산성으로 도로 내려간단다.비가 점점 많이 내려 우리도 그냥 하산 하자고 하니 그럼 산행기 쪽팔려 못쓴다고 위문까지 가잔다.북문을 지나 염초봉을 우회 해 위문을 향해서 간다.헌데 위로 올라갈 수록 비가 점점 굵어진다. 그러니 길에 계곡이 흐린다.고어 신발을 신었으나 흘러 드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젖어 버린다.위문 쪽에서 사람들이 서둘러 하산을 한다. 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위문까지의 길은 역시 지루하고 길~~~다.16:10 겨우 위문에 도착. 헌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시간상으로는 백운대 충분히 올라갈 수 있지만 바람때문에 백운대를 포기.이곳에서 10분 내려가니 백운산장.헌데 젖은 배낭을 벗어놓은 사람들이 많이 앉을 자리도 없다.그래서 내처 인수산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헌데 한 남자가 내려가다 뒤를 휙 돌아본다.박선생님~~~아니, 이게 누구야? 홍연구다.오늘 산에 왜 왔수?등산 준비를 해 가지고 와서 집에 전화를 하니 마눌이 전화도 안 받아서 그냥 산으로 뛰었단다.인수대피소지나 숨은벽, 호랑이굴, 샘을 지나 염초봉을 일구 구간 다녀왔단다.염초봉은 난이도는 세지 않은데 고도감이 있어 무섭게 느껴진단다.아무튼 염초봉은 함께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만나니 너무 반갑다.17:10 인수대피소 도착.대피소에서 싸 가지고 온 간식을 먹었다.다들 비가 내려 물도, 간식도 거의 그대로다.이곳에서 출석부를 찍고 하산하니 17:30.마침 택시가 올라와 타긴 탔는데 옷이 너무 젖어 미안하다.그래도 도선대학(!)에 다니신다는 기사분, 진짜 득도한듯한 말로 우릴 웃긴다.우이동 버스종점에거 옹기골에 갔다.옷이 다 젖어 진짜 미안하다.양말을 벗고 신문을 달라고 해서 깔고 앉앗다.따뜻한 버섯전골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수유역에서 안녕~~~산다는 것은/김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