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4년

버벅3총사, 염초봉 도전기(10/16 북한산)

산무수리 2004. 10. 20. 09:02
1. 때: 2004.10.16(토) 13:00 구파발역
2. 누가: 홍연구, 죽순,이슬비,무수리
3. 어디를: 원효릿지 마지막 구간인 염초봉-백운대-우이동
4. 왜: 염초봉 하도 하고 싶어하는 무수리를 어여삐 여겨서
5. 날씨: 그나마 따뜻한 날씨가 도와주었다

작년 의상능선을 하고 나서부터 부르짖던 원효릿지.
헌데 원효릿지의 마지막 구간이 염초봉이란다.
문제는 이 염초봉이 결코 만만하지 않고 위험해 가끔 인명사고도 나는 곳이란다.

우리 실력으로는 어림 없다는 의견과 걸어서 널널하게 갔다는 또 다른 관계자의 의견.
그러니 더더욱 궁금해 죽겠어라....
작년 추석 독수리들이 해 주기로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취소.
소문은 내고 볼거라 착한 홍연구가 염초를 해 주기로 했다.
헌데 9월 잡은 날짜에 또 비가 와서 취소.
실로 일년이 넘게 벼르던 염초봉이다. 그러니 가 봐야지~~~

구파발 역에 도착하니 다들 와서 인사까지 끝내버렸다.
버스를 타고 북한산성 매표소 통과 해 산행시작.



산성 매표소에서 본 북한산

오늘은 오직 염초봉만을 위한 산행이라 원효봉은 생략한단다.
헌데 산성에서 북문 까지의 어프로치가 너무 길~~단다.
나, 지축역에 가면 절 봉고차 타면 중턱까지 데려다 주는데....
홍연구, 몰랐단다.

헌데 주립대 장학생 이슬비가 막걸리 파는걸 보더니 딱 한잔만.
그래서 딱 2잔 하며 20여분 지체.





갈림길 이정표

올라가다 계곡을 가로질러 상운사 앞쪽으로 가서 북문에 도착.
이곳에서 출석부를 찍고 산행 시작.



북문 앞. 등산로 아님이 오늘 우리가 갈 길



북문 위에서의 출석부

출입금지구역을 넘어서 간다.
도대체 얼마나 무섭냐고 하니 자일을 세번은 꼭 써야 하는데 말바위가 특히 고도감으로 무섭단다.
헌데 이 말바위가 중간에 있어 일단 가면 끝까지 가야 한단다.
진짜 겁나네......



염초를 향하여



본격적으로 기기 시작

버벅 삼총사의 염초봉 도전.
홍연구가 제일 먼저 시범을 보이고 두번째 이슬비, 무수리, 그리고 후미 죽순.
헌데 죽순과 이슬비 신발이 릿지화 치고는 밀리는 거네....
신발 때문에 어쩔수 없이 무수리가 후미로 가게 되었다.



밴드를 끼고 올라가는 길. 자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왜? 무서우니가...

밴드를 끼고 기어 올라가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안된다는데 겁이 나니 자꾸 기어 들어가게 된다. 그럼 배낭, 스틱이 자꾸 닿는다.
버벅대고 올라가 쉬는데 비무장 두명이 올라온다. 헌데 한명은 그나마 운동화다. 경악 그 자체.



버벅대며 올라와 본 비경



무서워도 단풍은 보이더라...



장비를 착용하며 되돌아 본 원효능선



우리가 올라온 슬랩

이 장비가 무거워 미리 착용하는 우릴 보더니 연습하러 왔나고 한다.
그러더니 휘리릭 올라간다. 진짜 기도 안찬다.



첫번째 봉우리를 안전을 위해 확보를 하고 올라가는 모습



죽순 올라오고... 이때까진 후미 죽순이 봤다





염초1봉에서 보이는 경치

버벅대며 염초봉 첫번째 봉우리에 올라가니 이 무식한 사람들이 우릴 기다린다.
7m를 내려가야 하는 곳인데 자일을 꼭 써야 하는 곳이 나와 우리 자일을 빌려 쓰려고 기다리고 있는거다.



홍연구의 시범

착한 홍연구 먼저 시범을 보이려고 내려갔다 올라오더니 자일로 확보를 봐 준다.
생각보다 이 무식한 사람들 잘 내려간다.
더 기죽는 건 염초에서 우리와 반대로 내려오는 인간들도 안정장비 한 인간들 하나도 없다.
그냥 새처럼, 토끼처럼 사뿐사뿐 날아다니나 보다....



지직 거리며 이슬비에 이어 죽순 내려가는 모습



버벅대며 내려오는 무수리

이젠 우리가 내려갈 차례인데 진짜 셋 다 버벅거리며 지직거리며 내려갔다.
민망하여라.....



홍연구가 산뜻하게 내려오는 모습

일단 기가 죽으니 자일 안 써도 되는데까지 다 확보를 하고 가려니 시간이 점점 늘어진다.
죽순, 아예 암벽화로 갈아신는다. 암벽화로만 해 봐서 릿지화가 적응이 안된단다.
이슬비는 경력이 일천해서, 죽순과 무수리는 너무 오랫만에 릿지를 해 봐서 버벅댄다.



단풍의 자태



잠시 쉬면서 배낭 비우기

이곳에서 구멍을 통과하는 길이 더 위험하다고 해서 크랙으로 올라간 곳이 염초봉 정상이란다.
이 정상에서 자일로 확보를 하고 내려오는데 경사에 비해서는 크랙이 어렵지 않았다.



염초봉 정상에서 내려오는 곳



죽순이 내려오는 모습



말바위 가기 전의 단풍

해가 졌다.
말바위를 가야 한단다.
홍연구가 시범을 보이더니 없어졌다. 한참만에 바위 위에서 자일로 확보를 해 준다.
헌데 우리는 1차 기어 올라가 우회를 하기엔 고도감이 심해 그냥 위로 올라오란다.
멀리서 볼때는 크랙도 있어 쉬워 보이는데 막상 올라가려니 영 위로 발이 안 올라가진다.
결국은 끌어 올리다 시피 해서 세명이 백운대 1봉에 올라갔다.
진짜 민망해서 죽겄다.



말바위 가는 길



말바위를 향해서 가는 홍연구



이 바위 우측 우회로. 헌데 더 무섭단다



백운대에 있는 사람들이 왜 그리 부러웠는지....



숨은벽쪽의 단풍



인수릿지의 모습



석양의 자태



석양에 서다



일몰

이제 해는 꼴딱 졌다.
랜턴을 켜고 추워 잠바도 입고 태극기 휘날리는 백운대를 향해서 간다.
그래도 버벅대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 지는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마지막 하강 하기 전 이슬비 랜턴이 빠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죽순 헤드랜턴은 다 방전되어 불이 안 들어온다.



버벅대며 내려가다 랜턴 잃어버리다...

두번째 봉에서 하강.
홍연구가 피톤에 자일을 걸고 죽순 하강, 무수리 하강, 마지막 이슬비 하강.
이 와중에 이슬비 자기 사진 찍어 달라며 디카 맡긴다. 진짜 못 말리네....



하강하는 이슬비

버벅대며 하강을 마치고 왼쪽 개구멍 바위를 가야 하는데 이곳이 위험하다고 오른쪽으로 우회를 했다.
백운대에서는 태극기가 어둠에 휘날린다.
버벅대면서 드디어 줄 밖에서 줄 안 백운대로 올라갔다.
새삼스럽게 이렇게 백운대를 올라가는거냐며 죽순 놀란다.



백운대 정상에서의 출석부

이슬비, 백운대 처음 오는 거란다.
백운대를 처음 올라가며 염초로 해서 올라가는 사람 없을거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두사람이 올라와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출석부를 찍을 수 있었다.
바람? 장난이 아니다.



위문에서

랜턴이 두개 밖에 없으니 두명씩 내려간다.
무조건 쇠난간에 의지해서 최대한 빨리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
위문에 내려오니 좀 안심이 된다.
위문에서도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해서 또 찍고 백운산장으로 내려왔다.(20:00)

이곳에서 오늘 싸 가지고 갔다 먹을 엄두도 못 내던 동동주를 마시고 다시 하산.
백운산장에서 인수산장으로 내려가는 길도 미끄럽기가 만만치 않다.
인수산장까지 오니 이제 거의 다 온것 같다.
인수산장 앞에서 염라대왕 앞에까지 다녀왔다 무사히 와서 담배맛이 꿀맛이라고 하다 혼났다.
야간산행에 흡연까지 벌금으로 치면 100만원 짜리란다....
민망해 얼른 하산을 했다.

21:10 도선사 주차장이다.
헌데 오늘은 절 버스가 늦게까지 운행을 한다.
내일 행사가 있어서 그런단다.
절 버스를 타고 내려와 주차장 앞 두부집에서 김치 두루치기로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가니 밤 11시가 넘었어라.

이렇게 어려운 코스였으면 부탁도 하지 않았을텐데 착한 홍연구 덕에 무식한 무수리 땜시 염초를 다녀왔다.
거의 두레박질로 올라간 죽순과 나, 우리 염초 했다고 할 수 있냐? 진짜 민망하다....
그래도 이덕 저덕 홍연구 덕분에 숙원사업을 성취해서 무지 미안하면서도 고맙다.
아직 간 부기가 덜 빠진 무수리, 혹시 만경대 릿지 할 기회 있으면 불러달라고 또 무리한 청탁을 하고.
진짜 내가 봐도 못말린다, 못말려.....

심심이, 산나리, 마님이 공사다망해 빠져 그나마 이 시간에 내려올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추가될 때 마다 한시간씩 늦어진단다.
다음에 또 간다면 좀 덜 버벅대며 하고 싶다는 죽순과 나의 소망.
그러려면 실내 암장에 가서 운동 해 살도 빼야 하고 팔뚝, 다리 힘도 키워야 겠단다.
헌데 진짜 문제는 이 버벅거림이 나의 현주소다. 별로 발전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아무튼 이날은 등산학교 졸업생보다는 홍연구의 검정고시 실전파가 나았다.
좋은 학교를 나와도 본인이 예습 복습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교훈이다.
실력은 학교보다는 본인의 노력이 더 중요한가보다.
여러분, 열심히 공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