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4년

이산가족 될 뻔한 가을 북한산(10/24)

산무수리 2004. 10. 25. 15:53
1. 때: 2004. 10.24(일) 10:00 우이동
2. 누가: 마님, 심심이, 제비꽃당신, 세일러마, 무수리, 이슬비네 패밀리(헵번, 현우, 학생12명), 방선배님 부부, 고선배=23명
3. 어디: 소귀천-북한산장대피소-행궁지-남장대지-청수동암문-대남문-구기동
4. 왜: 이슬비 담임반 학생 산행에 힘을 실어 주고자? 헌데 힘을 뺐네...
5. 날씨: 날씨, 단풍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6. 뒷풀이: 구기동 파출소 앞 구산가든

어제의 관악산 단풍으로 너무 행복했던 우리들.
오늘 북한산은 이슬비가 학생들에게 북한산 단풍의 진수를 보여주겠노라 장담을 했단다.
토요산행이 어려운 마님, 제비꽃, 세일러마도 오늘 산행은 가능하다고 한다.
심심이와 난 도우미 차원에서 연 이틀 산행에 참석을 하기로 했다.

9시에 1차 볼 일이 봐야 해 심심이와 난 만났다.
붕어빵에 커피를 마시고 1차 볼 일을 끝내고 남은 시간에 도선사 절버스 대합실에서 앉아 노는데 별별 인간 군상들이 다 모였다.
적어도 바위꾼들은 전문가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약수터 패션들도 바위를 하나보다.
한 팀이 우리 옆에서 떠드는데 남자들의 엽기패션은 그렇다고 치고 오동통한 예쁜 아줌마도 헬멧을 가방에 달았고 할머니뻘로 보이는 왕언니도 헬멧을 달고 있네?
바위하세요? 인수간단다.
진짜 기 죽는다.
우리도 희망이 있는건지, 넘의 눈에 우리도 저들처럼 엽기로 보일런지 진짜 모르겠어라....

9:50 이슬비 패밀리 다 도착.
헵번과 이슬비를 절묘하게 닮은 예쁜 공주님은 이슬비 반 학생 몇명이 따님 안 오면 안 온다고 해서 반 강제로 끌고 왔단다.
헌데 날씬한 엄마 옷이 다 잘 맞는다.
문제는 어른들이 시간 약속을 안 지킨다.
마지막으로 마님, 방선배 패밀리가 20여분 넘어 도착.
화장실 들리고 소귀천 매표소에서 산행 시작 시간이 10:50.

한가하던 이 매표소도 오늘은 ㄱ고 동창산행으로 바글거린다.
우리도 멤버가 많아 명수 세 가면서 입장하고 산행시작.
학생들은 질서있게 잘 하는데 어른들이 문제다.
더구나 사전에 산행코스를 미리 알려주고 1, 2차 집결지를 알려줬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왜? 알고 있는 줄 알고. 공지를 했으니까.

두번째 약수터 지나 무수리가 선두로 서고 마님, 방선배님 패밀리와 학생들을 데리고 선두로 섰다.
대동문 갈림길에서 기다릴까 하다 우리가 가는 직진길, 한두 번 간 것도 아니라 안 기다린게 패착.
세번째 약수터에서 후미가 오질 않는다.
한참 있다 이슬비 현우 있냐고 찾는다. 엥?
알고보니 현우, 심심이, 세일러마, 제비꽃이 대동문쪽으로 올라간거다.
다행히 전화통화가 되어 도로 내려오라고 했는데도 영 오질 않는다.

무수리와 마님이 도로 갈림길까지 가서 올라가 봤는데도 시간상 와야 하는데 오질 않아 도로 올라가는데 이슬비 내려와 통화 다시 해 그 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했단다.
미치네.....



북한산장 가는 길에 인수와 만경대가 잘 보이는 곳

심심이와 겨우 통화를 해서 북한산장 대피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호젓하게 갈 길을 식구가 찟어진지라 거의 한시간을 우왕좌왕 하는 바람에 단풍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경사가 급한 이 길을 급히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오늘 게스트들 힘드셨을거다.

북한산장이 가까워 오니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팍 올라온다.
내려서니 진짜 인산인해다.
겨우 밥 먹을 자리를 찾고 휴대폰을 보지만 안 터진다.
문자라도 보내려고 샘터 앞으로 나갔는데 우리 일행이 보인다.
휴우, 진짜 다행이다.



겨우 만나서 먹는 점심



담임반 학생들과



우리들 출석부. 심심이 이 사진 남기고 단풍과 함께 사라지다...



이슬비 패밀리

알고보니 현우는 앞서서 올라가지, 뒤에서 세일러마는 못 올라오지, 가운에 있는 심재가 똥줄이 탔었나보다.
그래도 이렇게 만나니 걱정끝, 행복시작이다.
이제야 단풍이 눈에 보인다.
점심을 펼치는데 헵번네 전, 나물, 김치는 물론이고 세일러마가 만두를 한판 쪄서 양념장까지 싸 가지고 왔다.
서로 만두 차지하느라 바쁘다, 바빠.
마음이 놓여 행복하게 점심을 먹었다.

연일 등산에 거창한 파리 덕분에 오늘 컨디션도 안 좋았는데 맘까지 졸인 심심이, 남푠 등산 장비를 사야 한다고 도선사로 먼저 하산한단다.
화요일 산나리랑 산행 약속도 되 있는걸 아는지라 붙잡지 못했다.
우린 철녀가 아니니까......

북한산장 대피소에서는 ㄱ고 들이 애국가까지 부르며 기념식을 한다.
13:30 우린 행궁지를 향해서 출발.
이산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 선두, 중간, 후미 연일 신경쓰며 산행 시작.



모처럼 얼굴 오동통하게 나온 헵번



오늘의 공주님



단풍에 빠지다....




불타는 북한산

헌데 행궁지 내려가는 쪽의 단풍이 우릴 취하게 만든다.
단풍때문에 우리 얼굴까지 빨갛게 물이 들었다.
다들 감동을 어쩔 줄 몰라한다. 단풍이 내려갈 수록 점점 더 붉어진다.
주황, 빨강이 섞인 단풍도 진짜 아름다워라~~~



가을 여인들

태고사를 지나 행궁지쪽으로 길을 잡았는데 호젓하던 이곳도 오늘은 사람이 제법 많다.
다들 좋은 곳은 알아가지고....
행궁지에서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고 다시 남장대지를 향해 올라간다.
헌데 씩씩하던 세일러마가 오늘은 영 컨디션이 말이 아닌가보다.
얼굴이 노랗게 변한다. 걱정이네....
자기도 심심이 따라 내려갈걸 잘못했단다.



남장대지 지나서 이슬비 관계자들





남장대지 능선에서 보이는 경치

천천히 계속 오르막을 올라간다.
이곳 경치야 말이 필요없는 경치.
제비꽃은 계속 감탄사를 연발하며 단풍 이렇게 고운건 태어나 처음 본단다.
북한산을 수십번 와 봤어도 늘 비봉, 대남문 코스만 다니던 방선배님도 북한산에 이런 곳이 있는줄 예전에 미처 모르셨노라.....
사모님은 선배님보다 등산 너무 잘하신다. 인상도 두분이 닮아 보기에 참 좋으시다.



ㅅ고 학생들

남장대지 전망 트인 곳에서 잠시 앉아서 쉬는데 방선배님 가을에 취하셨나보다.
이슬비가 한시를 청하니 기꺼이 해 주신다.
가을은 이래서 좋은가보다. 그래서 단풍놀이를 하나보다~~



한시를 읇으시다



의상능선의 사람들

원래는 의상능선을 타다 부왕동암문으로 해서 하산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도 부족하고 일행은 너무 많고 힘들어 하는 백성도 있는지라 대남문에서 하산을 하기로 결정.
청수동암문에서 성곽을 끼고 올라가니 문수봉이 아주 잘 보인다.
이곳에서 잠시 조망을 하고 대남문에서 하산시작(16:50)



문수봉과 문수사가 잘 보이는 곳에서



문수봉

힘들어하던 세일러마가 하산에서는 잘 쫓아온다. 다행이다.
학생들도 하산길에 먼저 내려보내니 날아서 내려간다.
아무튼 17:00 무사히 해 있을때 하산완료.



대남문 위에서 이슬비 패밀리 총집합

도선사로 하산한 심재도 단풍 끝내주게 좋은 경치 감상하고 하산 잘 했단다.
단풍 때문에 황홀해 할 마님이 눈에 선하단다~~~



하산길에 마님표 코코아를 마시다

구기파출소 앞 구산회산에서 삼겹살, 돼지갈비를 푸짐하게 먹었다.
방선배님, 마눌님 옆에 계신데 마님께 누님이시라며 토요일 남한산성 산행하고 광주로 내려오시란다.
그럼 작업을 함 해 보신단다. ㅎㅎㅎ
현우는 힘이 들었는지 밥을 먹고 앉아서 존다.
오늘은 이슬비가 다 쏴서 우리도 몸만 가서 얻어먹었다.
담임으로 사제동행한 이슬비에게 감사를.
함께 내조 잘 해 준 헵번에게 찬사를.

오늘의 교훈.
1. 공적 조직과 사적 조직은 함께 부르면 안되겠다.
2. 인원이 많을 때는 확실하게 집결지를 미리 알려주고 중간에 헤어지더라도 그곳에서 만나야 겠다.
3. 선두, 중간, 후미를 확실하게 정해서 업무분담을 해야겠다.
4. 우린 영원히 아마추어로 남아야지 감히 안내, 가이드는 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