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4년

룰루랄라의 웰빙산행(검단산~용마산 11/21)

산무수리 2004. 11. 22. 15:07
고은(1933~) '차령산맥'

먼 산들을 좋아하지 말자
먼 산에는 거짓이 많다

시인이여
이제는 먼 산들을 좋아하지 말자
우리나라의 씨짐승인 시인이여
좀 더 가까운 볏단 걷은 들로
커다란 땅거미 속으로
우리에게 막아야 할 재난이 또 오고 있다.
이제까지의 오랜 오욕으로
어리석음으로 기뻐한 것들이
먼 산들이 되어 저물고 있다
태백산백의 오대산에서
치악 백운 서운산으로
천안의 작성 흑성산으로 저물고 있다



1. 때: 2004.11.21(일) 9:30 하남 애니매이션 고등학교 앞
2. 누가: 송죽, 죽순, 제비꽃당신, 무수리, 이슬비,헵번,지남철,방선배,고선배(9명)
3. 어디를: 검단산~용마산
4. 날씨: 춥지 않았던 화창한 가을같은 겨울
5. 뒷풀이: 광주의 수제비매운탕집

매주 어딜 갈까 정하는 일도 진짜 힘들다.
산행실력도 없지만 아는 산도 뻔하고 가 본 곳은 더 뻔하고....
그나마 검단~용마는 올 2월 산나리, 바람꽃과 버벅대며 찾아간 곳이다.
우리 아작산 멤버 중 검단산을 못 간 친구들이 몇명 있는지라 함 가기로 했다.
헌데 점점 아작산 멤버보다 이슬비 관계자가 늘어가는 경향이 있네.....

평촌팀은 차 한대로 애니매이션 앞에 도착하니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장사꾼도 많고. 그야말로 시골 장날같다.
막간을 이용해 호떡에 오뎅을 하나씩 먹고 있으니 쌍죽과 제비꽃 도착.
방선배님이 조금 늦게 도착 하셔서 산행 시작한 시간이 9:50.



산행시작지점의 널널한 등산로


작은 배낭 들고오신 방선배님, 초장부터 배낭 무겁다며 가지고 오신 과일을 연약한 헵번과 제비꽃 배낭으로 이사를 시키신다.
어제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셨노라며....
초장 유길준묘로 올라가는 널널한 산책길을 보더니 제비꽃 너무 좋아한다. 이런길은 얼마든지 간단다.
허나 경사가 없으면 산이 아닌걸?



유길준 묘 앞에서

서서히 경사가 급해져간다. 이 산도 역시나 사람 많다.
유길준 묘 앞에서 키위, 감 등을 먹고 계속 올라간다.
컨디션 안 좋다는 지남철 오늘도 거의 선두다. 거기에 방선배님, 고선배님도 함께 앞으로 가 버리고 뒤에 찍사들은 사진 찍느라 하세월.
무수리 골동품 디카는 꺼내기도 민망하여라.....
그냥 넘들 놀때만 틈새를 노려야 한다.



죽을 뻔(?)한 지남철. 미끄럼 조심합시다요~



넘들은 다들 잘 가는구만....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한강이 보이시나요?

1시간 정도 난 코스 통과하고 올라가니 팔당, 미사리가 한눈에 보인다.
역시나 모든걸 긍정적으로 보는 죽순이 소나무가 너무 예쁘다고 감탄을 한다.



조망 진짜 좋지?

죽순과 새로운 산을 올때는 오늘은 무슨말로 감탄을 할까 기대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그 동네도 월 1회 게으른 산행을 한단다. 그래서 코스 등을 유심히 잘 본다. 학구파다.
나도 아는 만큼 알려주는데 문제는 아는게 없는게 애로사항이지만....



올라가는 길에서

12:00 정상.
역시나 운동장만한 정상에 사람도 빼곡하다.
근처 밥 먹을만한 곳에 자리를 찾아 둘러 앉는다.
밥 안 싸온 사람이 두사람 있지만 다들 손이 큰지라 모자라지 않게 풍족하게 점심을 먹는다.
특히나 효자 아들이 보내준 죽순네 과메기는 과연 인기짱이었다.



즐거운 점심

오늘도 교과서 너무 다양하다.
장학생용, 모범생용, 청강생용까지.....
지난번 영남알프스에서 보여준 천하장사의 굵기싸움.
역시나 지남철네는 천하장사 뿐이 아니라 사과, 심지어는 김밥까지 굵어서 다들 항복.
장조림도 메추리 알이 아니라 오리알로 한다나, 어쩐다나......

12:55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용마산을 향해서 간다.
전에 올때는 아무 표시 없었는데 내려가다 보니 윗배알미란 표지판이 보인다.
이 표지판을 따라 가면 용마산이다. 가는 길은 오른쪽 간간히 보이는 하산길만 피하면 용마산 정상까지 갈 수 있다.

벅적대던 사람들이 용마산에 들어서니 진짜 호젓해졌다.
그래서 인지 낙엽이 깔린 오솔길의 정취가 보인다. 나무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무도 정겹게 보인다.
요즘은 종주가 유행인지라 간간히 넘어오고 넘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우리들도 하하, 호호 해 가면서 즐거운 산행을 한다.



잠시 쉬면서



조망을 보시라



정상에서의 출석부

오늘의 주인공인 방진규(영화배우 김진규와 목소리는 물론 얼굴이 닮아서)와 헵번양.
스타는 영원히 군과 양으로 남는거라는 방선배님, 아니 방진규군의 말씀.
진짜 덕분에 우리 모두 뒤집어지다 못해 넘어간다, 넘어가.



가을동화



가지 않은 길?

오늘 새 디카 장만한 이슬비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번 새로 산 쌍죽네 디카도 이슬비네 디카 앞에서는 너무 크~네....
쌓여있는 낙엽에서 뒹굴고 싶다는 송죽.





나목?

뒹굴지는 못하고 낙엽을 날리며 가을소년가 되 본다.
이런 우리들을 선배님들이 어찌 보셨을라나.....
순수한건가, 철이 없는건가.



용마산 정상에서

15:00 널널하게 그러면서 쉬지도 않고 가니 어느덧 용마산 정상.
이 정상 조망도 좋다.



용마산 정상의 조망





소녀와 낙엽?

잠시 쉬면서 방선배님의 터진 홍시를 숟가락으로 떠 먹는다. 맛이 환상이다.
이젠 하산이다.
내려가다 보니 하산길과 왼쪽 올라가는 길이 있다. 이 길로 올라가면 은고개가 나오고 이곳을 지나면 남한산성으로 넘어간단다.





하산길

겨울방학이 오면 남한산성까지 종주를 하기로 하고 오늘은 하산.
하산길로 접어들면 바위 밑 약수가 있다. 맛 진짜 시원하다.
15:20. 순식간에 하산을 한다. 의외로 짧고 호젓하다.
잠시 아쉬워서 낙엽위에 누워 보는데 밤송이가 많아 너무 따갑다.



중동인들

하산을 하고 큰길로 내려가니 은고개와 산곡 초등학교 사이인 산곡 휴게소 앞.
방선배님이 식당차를 전화로 불러서 차를 타고 이슬비네 차 세워놓은 곳에 가서 차를 가지고 함께 식당으로.
꿩 샤브샤브에 노루고기, 그리고 메기매운탕 수제비에 밥까지 비벼서 마무리.

헵번의 요정놀이로 배꼽에 주름이 두개나 늘었다.
거기다 방선배님의 쟈니기타까지.....
진짜 뒤집어 진다, 뒤집어 져.
오늘 산행 힘도 안들고 너무 좋았다는 제비꽃. 올해처럼 이렇게 많이 웃은 해도 없단다. 다 헵번 때문이란다.

서울팀은 택시로 함께 양재로. 우리들은 평촌으로.
헌데 지남철, 술 마신 뒤에 속이 헛헛하단다. 그래서 맥주로 마무리하면 좋겠단다.
무수리 집 앞 동키치킨에서 아비규환까지 불러 2차 생맥주까지 마셨다.
진짜 지남철이 살이 안 빠지는 이유를 알것 같다.
여기서 이슬비 인대 나갔다고 말했다 완전히 항복.
지남철의 심상치 않은 산행경력은 물론 부상경력까지 몇수 위다. 진짜 깨갱이었다.

운전하느라 수고한 이슬비 패밀리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늘 일용할 양식을 채금져 주시는 방선배님, 이 웬수 어찌 값나요?
늘 재미난 말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헵번. 진짜 살림만 하긴 너무 아깝네.....
우리 오래오래 함께 즐거운, 신나는, 안전한 웰빙산행을 하자고요~~~~


<동키치킨 이후의 후일담을 혼자 보기 아까워 본인 동의도 없어 올립니다.>

산행 뒷풀이로 꿩고기 등 흔치않은 안주에 거나하게 한잔했다
햅번의 배려로 그린벨트 외진동네주택에 사는 나를 집앞까지
태워다 준 게 눈물바다가 될 줄 이야...
집에 들어서자 마자 어머니께서 오늘하신 김장김치 한통 실어보내지 그랬냐신다
이슬비 전화하니 차 돌려 오겠단다
김치통 들고 어머니와 난 대문앞에 나가 기다렸다. 차는 왔는데 이슬비 내리질 않는다

그는 얼굴을 파뭍고 쭈그려 흐느끼고 있었다.
우리어머니와 동갑이신 얼마전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가슴에 얼굴을 파뭍고
그는 통곡하고 있었다
잠시후 그는 내렸고 모두의 눈물샘이 터졌다

햅번은 아이처럼 잉잉 울었다

오늘 아침.
어젯 밤의 흐느낌이 흩어졌던 그 들녁엔 무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아침 운동을 다녀오다 그의 흐느낌을 떠올리며 왈칵 눈물이 솟는다
운전을 할 수가 없다
무엇이 이리 서러운지 ... 왜 서러운지....가슴에 뜨거운것이 녹아 내린다

남자는.
중년의 남자는
흐느끼지 않는다 통곡할 뿐이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남편이라는 이름으로는 울지 못한다
우리는 어떤 이름으로도 울수 없었고 울어보지도 못했다
기대어 울 곳이 없었다

이슬비는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 기대어 울 곳이 그곳이었다

나는 집으로 오며 밭에 나와 계신 어머니를 보고 멀리서부터
벌겋게 된 눈과 눈물자욱을 감춘다
살아계신 나의 어머니 앞에선 울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그의 흐느낌이 통곡인지를 안다

2004/11/22 12:48 [ 지남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