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4년

밀린 숙제, 도봉산 포대능선을 가다 (11/20)

산무수리 2004. 11. 22. 15:26
이면우(1951~ ) '작은 완성을 위한 고백'


술, 담배를 끊고 세상이 확 넓어졌다
그만큼 내가 작아진 게다

다른 세상과 통하는 쪽문을 닫고
눈에 띄게 하루가 길어졌다
이게 바로 고독의 힘일 게다

함께 껄껄대던 날들도 좋았다
그 때는 섞이지 못하면 뒤꼭지가 가려웠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훌륭한 사람으로 글러먹은 거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슬픔이 찾아왔다
내 어깨를 툭 치고 빙긋이 웃는다
그렇다 슬픔의 힘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제는 내가 꼭 해야 할 일만을 하기로 했다

노동과 목욕, 가끔 설겆이, 우는 애 얼르기,
좋은 책 쓰기, 쓰레기 적게 만들기, 사는 속도 줄이기, 작은 적선,
지금 나는 유산상속을 받은 듯 장래가 넉넉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작아져도 괜찮다
여름 황혼 하루살이보다 더 작아져도 괜찮다
그리되면 그 작은 에너지로도
언젠가 우주의 중심에 가 닿을 수 있지 않겠는가.



밀린 숙제, 도봉산 포대능선을 가다(11/20)

사실은 자전거를 배워보기로 한 날.
헌데 지리산 산행 실망감으로 더불어 벗하고 싶지 않아졌다.
배우는 주제에 따지는 처지는 아니지만 자전거 못 탄다고 사는데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그래서 배우기를 포기하고 밀린 숙제를 하기로 했다.
끝나고 부지런히 도봉산역으로 갔다.
매표소를 지나 녹야원쪽으로 접어든다.



녹야원 앞에서

헌데 여름과 달리 계곡이 그저 그렇다. 그 건너 다락능선으로 가는게 나을것 같아. 계곡을 건너 다락능선으로 접어들었다.
역시나 다락능선이 탁월한 선택인것 같다.
올라가다 잠시 쉬면서 선인봉, 자운봉, 만장봉 조망을 한다.
도봉산도 늦가을의 정취가 아주 좋다.

능선을 올라가는데 우회로가 보인다. 헌데 우회하지 않고 함 붙어 보기로 했다.
다행히 길지 않고 잡을 곳도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갔다.



망월사

망월사가 보이고 좀 더 올라가다 보니 포대를 중간에서 올라가는 길과 만난다.
몇년전 초등동창 셋이 이 길로 올라간 기억이 난다. 그때는 얼음도 얼고 날씨도 쌀쌀했다.
아무튼 버벅거리고 올라가다 포기하고 도중하산한 기억이 있다.



호젓한 등산로



주능선에 올라서서

포대능선을 제대로 타는 방법은 망월사에서 올라가 신선대까지의 주능선을 타는 길이다.
오늘은 시간이 짧은지라 다락능선에서 중간부터 올라가는 길로 간다.



도봉 주능선의 모습



본격적인 포대 능선 직전에

헌데 이 중간길 쇠줄 매 놓은 곳이 의외로 경사가 가파르고 만만치 않다.
겨울에만 그런줄 알았는데 얼음이 없어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아줌마 팔뚝 힘으로 올라간다.
본격적인 포대의 하이라이트인 V자 협곡을 무사히 넘어갔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오면 올 수록 왜 힘이 드는 걸까?







포대를 넘어서서

포대를 무사히 넘어서 하산을 한다.
다행이 해가 지기 전에 헤드랜턴 안쓰고 무사히 하산을 했다.
이럴때 제일 기쁘다.
문제는 신선대 바로 아래에서 하산하다 넘어지고 하산길에 발목이 또 꺾인다.
좀 방심만 하면 여지없이 속을 썩이는 나의 발목.

산에서 만난 사람이 김밥을 줘서 얻어먹으니 배도 별로 안 고프다.
청국장으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