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8년 일기장

남도 여행-홍도 (1/29)

산무수리 2008. 1. 31. 16:15
‘조행(早行)’-권벽(1520~93)

시골 여관 닭 울음에 일어나
촌길을 말 따라 타고 가는데
북두칠성도 그믐달 따라 지고
은하수는 새벽 구름과 함께 걸렸네
들길은 서리가 내려 미끄럽고
소나무 다리는 물에 쓸려 기울었네
힘겹게 십리 길 지나니 앞길이 점점 훤해지네


옛 선비가 새벽길을 나서고 있군요. 그믐이라 어둠 속에서 돌길에 미끄러지네요. 소나무 다리에 부딪치는 물소리를 들으며 위태위태하게 앞으로 나아가는군요. 얼마나 물소리가 두렵고 크게 들렸을까요. 그래도 힘겹게 새벽길을 걷다 보니 동이 트네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삶의 걸음걸이는 늘 험난하지만 자기의 의지를 꺾지 않으면 앞길은 차츰 환해집니다. <박형준·시인>


 

 

 

 

 

 

 

 

 

 

 

 

 

 

 

 

 

 



아침 7시 기상.
씻고 냉동실에 얼려 놓았던 찰밥과 된장찌개로 아침을 먹고 비금중 관계자가 배타는 곳 까지 태워다 주어 홍도 가는 배를 탔다.
오늘 배는 도초도에서 선다.
비금도까지는 앞바다고 홍도는 먼바다라 바다가 잔잔하지 않아 멀미를 할거라면서 멀미약을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 한병 마셨다.
1시간 반을 달려 홍도에 도착.
멀미약 탓인지 약간 멍하긴 하지만 멀미는 하지 않았고 배 안에서 비몽사몽.

배에서 내리니 사람들이 쫓아 나온다. 단체 아니냐고 하면서...
식당에서 나온 사람들이다.
우리도 광주식당에 들어가 배낭을 맡겨놓고 섬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홍도는 길이 좁아 차는 못 다니고 삼륜 오토바이가 운송수단인것 같다. 한려 해상공원이라고 입장료를 천원씩 받는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이 많이 보인다.
12;30 출발하는 유람선 표를 끊었다.

오른쪽 언덕에 보이는 조망대. 그 아래 분교.
조망대에 올라서니 몽돌 해수욕장이 보였다.
도로 내려와 야생란 전시장이라는 코딱지 막한 전시실을 보고 바로 뒤에 있는 동백숲. 이것도 역시나 작았다.
섬이 작아 뛰어봐야 벼룩이라 여기 저기에서 사람들이 보인다.
성당 공소도 잠시 올라가 보았다. 교회는 2개가 보였다.
대부분 식당과 여관들은 문을 닫은 상태이고 몇곳만 가끔 들어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나 보다.
식당 주인 말에 의하면 겨울엔 대처 자식들한테 대부분 가 있다고 한다. 이 섬의 제일 문제는 교육문제라고 한다.

매운탕을 먹고 기다렸다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은 멀미를 하지 않는단다.
쾌속선은 속도가 빨리 나라고 배 바닥 가운데가 뚫려 있고 밖으로 나갈 수 없어 멀미를 더 하는 거라는 유람선 안내인.
나름대로 사명감으로 이 일을 수십년 째 하시나보다.
아무튼 단체 한팀이 늦게 내려와 조금 늦게 출발.

이런 저런 이름을 붙인 바위들. 멀리서 보는 거에 비해 가까이 보니 바위가 살아있는 느낌은 있지만 그렇다고 감탄사가 절로 날 정도는 아니다.
소나무는 정말이지 영지버섯처럼 생긴게 그 절벽에서 저리 꿋꿋하게 자라니 대단하다 싶다.
설명 하는 분의 열정에 감탄할 정도?
아무튼 밖에 나가 구경하다 날이 점점 추워져오니 자연 들락 거리게 되었다.
시간도 2시간 걸린다는데 어거지로 2시간을 채운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어선이 한척 서더니 즉석에서 회를 파니 단체 팀들은 회에 소주를 마시나 보다.
우린 아무 생각 없다.
유람선 타는데 멀미약을 먹은 청춘은 내내 선실에서 병든 닭처럼 졸고 있다.
버프를 뒤집어 쓴 날 본 가이드는 그래가지고 뭐가 보이냐고 자꾸 놀린다.
바닷가에서 얼굴 잘못 타면 그야말로 얼마나 치명적인데...

홍도는 90년대 전기가 들어오면서 그나마 살만하다고 한다. 이제는 담수시설로 물부족도 어느정도 해소가 되었지만 육지에 비해 전기, 수도료 등 모든 물가가 많이 비싸다고 한다.
그래도 한여름에는 하루에 2000명까지 들어온단다.
파도 때문에 제일 오래 갇혀 있던 사람이 열흘까지 갇혀 있었 다던가?
아무튼 예전엔 홍도 간다는 사람들이 많았던것 같은데 요즘은 유행 지난 관광지란 느낌이 든다.

배에서 내려 목포 나가는 배가 들어올때 까지 시간이 50분 정도 남는데 배에서 추위에 떨고 날씨가 흐려서인지 춥다.
마땅히 가 있을 찻집도 없고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점심 먹던 식당에 도로 들어가 있다 배가 들어와서 겨우 탔다.
멀미약을 하나 더 먹었다.
6시 정도 목포에 도착.
선화공주 차를 여객터미널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댔다고 한다. 광주에 볼 일이 있다고 광주까지 태워다 준단다.
광주에서 만나기로 한 행금언니는 수원에서 광주로 내려오고 있다고 8시경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저녁 먹을 시간이 안되는것 같다.
어제 산 빵, 우유를 간식으로 먹고 광주를 향해 달렸다.

8시 경 도청 앞에서 행금언니에게 인계된 나.
선화공주는 목욜 중국여행을 가게되어 바빠 함께 못 논다고....
행금언니가 바쁜것 같아 조용히 다녀가려 했는데 결국 민폐를 끼치게 되었다.

좀 늦었지만 집에 가서 저녁을 먹자는 행금언니.
화순 사택에 도착 해 부랴부랴 저녁밥을 해 상을 차려 주신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씻고 연속극 보고 편한 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