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외.../2008년 일기장

남도 여행-화순 운주사, 무등산 맛보기 (1/30)

산무수리 2008. 1. 31. 17:09
‘오늘이 가기 전에’ - 추은희(1931~ )

그대에게 줄 미소 하나

그대에게 줄 햇살 한줌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있다면

오늘 이 시간이 가기 전에

온 생애를 다지고 다졌던

한 방울의 피 같은 그 한마디

오늘 너에게 다 부어주고 싶어

시간이라고 발음하는 그 시간에도 시간은 흐르는 것이어서 도저히 하지 않고는 죽을 수 없는 말이 그대에게나 나에게 있다면 무엇을 주저하겠는가. 남은 시간이 겨울 해처럼 짧아 사라지는 이 막막한 겨울, 단 한 개 남은 성냥개비를 탁 아낌없이 켜듯 그렇게 생생히 말하고 싶어. 말하고 죽고 싶어. <신달자·시인>

-화순 운주사 가기

 

 

 

 

 

 

 

 

 

 

 

 

이번 여행에서 제일 가보고 싶던 화순 운주사.
산계에서 여행 갈때 어디 가고 싶냐고 하면 제일 먼저 화순 운주사에 가자고 하면 너무 멀다고, 그리고 나만 안 가봤기에 여행지에서 번번히 제외되었던 곳.
드림팀에게 가자 하니 운주사는 광주를 베이스캠프 할때 가야 한다고 또 제외 되었던 곳.

이번 연수에서 만난 행금언니가 화순에 사신다며 놀러오라는 말 한 마디에 필이 꽂혀 남도여행 길을 떠나게 되었던 곳.
홀로서기를 해 보기로 하고 출발한 여행이었는데 재워주고 먹여주고 현지 가이드 까지 해 주신 행금언니.
알고보니 부친이 초등 선생님으로 나의 모교인 은로 초등학교에도 계셨다고...
행금언니도 4학년때 까지는 은로 초등학교에 다니셨단다.
아니 그럼 선배님이네?
세상은 참 넓고도 좁음을 실감하게 된다.

행금언니의 부친은 김신조 사건이 나고 난 후 고향으로 내려오라는 성화로 목포로 내려가셨는데 홍도분교 교장으로 근무한 시절이 있으셨단다.
그때 여고생이었는데 친구와 함께 홍도 구경을 갔는데 아무데도 못 나가게 해 집에 같혀 있다 오셨단다. 섬은 홍도처럼 다 작은 줄  알았다는 행금언니 왈, 차 다니는 비금도는 섬도 아니라고 해 한참 웃었다. ㅎㅎ

밤에도 역시나 잘 자고 일어나니 떡국을 끓여 주셔서 한그릇 다 먹었다.
교육 관계자이신 사부님은 새벽녘에 들어오셔서 일어나 인사를 드렸다.
아침을 먹고 화순 운주사를 향해 가는데 이야기 하느라 길을 두번이나 놓친 행금언니.
아무래도 오늘 무등산 산행은 짧게 하라는 계시 같다.

예전 소박하던 운주사를 기억하는 분들은 지금 정비된 운주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 본 내 눈에는 참으로 좋았다.
사진보다는 역시 직접 눈으로 보는게 좋았고 많이 없어졌다는데도 부처님과 탑이 생각보다 많았다.
세세하게 둘러보지도 않았고 설명도 제대로 읽은건 없지만 그냥 처음 전해오는 느낌 그 자체로만 기억하고 싶었다.
물론 다녀오고 나서 본 마로님, 물소리님 사진을 보고 나니 역쉬나 표현의 한계에 절망감이 들긴 했다.
그래도 어쩌랴, 내 수준에 맞게 살아야지....


-화순에서 무등산 올라가기

 

 

 

 

 

 





코스개관: 화순 너와나 목장-장불재-용추삼거리-중머리재-너와나 목장
날씨: 개었다 흐렸다 눈 내렸다 바람불다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날씨

운주사를 둘러보고 집에 오니 점심 먹기엔 이르다.
빵과 커피로 간식을 먹고 짧게 무등산자락을 밟아 보기로 했다.
겨울 산, 특히나 아이젠 하고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행금언니.
그래도 무등산인데, 1000m 가 넘는데 혹시나 싶어 아이젠과 스틱, 지도 등을 챙겼다.

차로 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초장의 길은 길을 넓혀 놓았는데 막판의 길은 좁고 험했다.
전엔 흑염소 목장으로 회식을 이곳으로 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목장을 하지 않고 비어 있었다.
아무튼 이 목장 바로 뒤 등산로로 올라가니 초장엔 완경사인데 중반 이상부터는 급경사이고 눈도 제법 쌓여 있어 아이젠을 착용하고 장불재까지 올라가니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장불재에서 입석대가 올려다 보이는데 상고대가 피어 있었는데 날이 흐리고 눈도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입석대까지라도 올라가 보자는 행금언니.
허나 어차피 무등산 종주를 못 할텐데 다음에 제대로 와서 길게 하기로 하고 오늘은 하산하기로 했다.
올라왔던 길은 너무 급경사로 중머리재까지 가서 화순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는데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중머리재에 도착하니 눈보라가 피크었다. 도중에서 내려오길 정말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중머리재에서 목장까지 내려오는 길은 순하고 날도 차츰 개어 즐거운 하산 길이었다.

겨울 산행이 처음이라는 행금언니.
덕분에 눈 쌓인 산을 올라와 본단다.
하산해 내려오니 2시간반이 채 걸리지 않았다. 눈보라가 쳐 허겁지겁 내려와서 더 빨리 내려왔단다. ㅎㅎ
늦은 점심을 담양에 가서 먹자 하신다. 너무 멀리 돌아가는거 아니냐고 하니 별로 멀지 않다 하신다.

담양의 산채정식 '들풀' (061-381-7370)에서 깔끔하면서도 풍성한 식사를 하니 배가 터질것 같다.
광주 종합 터미널에서 행금언니와 작별.
친정 언니처럼 떡, 콩, 사과, 배 까지 싸 주셨다.
정말 못 말린다.
종합 터미널인지라 고속버스 뿐 아니라 시외버스도 있었다. 안양행을 조금 기다렸다 타는게 나을것 같다.
5시40분 차를 타니 9시 평촌 도착.
늦은 점심을 너무 잘 먹어 집에 와 저녁은 생략.

이쪽에 오면 연락을 해 주면 시간 되면 함께 산행도 하고 여행도 하자 하신다.
여행 스케줄 잡히면 미리미리 신고하고 가기로 했다.
두분 선생님 덕분에 3일 동안 편안한 남도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합니다.
담에 뵐 때까지 건강 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