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2008년

찜통 더위 속에 모락산 가기 (7/4)

산무수리 2008. 7. 6. 20:23
‘공휴일’ - 김사인(1955~ )

중랑교 난간에 비슬막히 식구들 세워놓고

사내 하나 사진을 찍는다

햇볕에 절어 얼굴 검고

히쭉비쭉 신바람 나 가족사진 찍는데

아이 들쳐업은 촌스러운 여편네는

생전 처음 일이 쑥스럽고 좋아서

발그란 얼굴을 어쩔 줄 모르는데

큰애는 엄마 곁에 붙어서

학교에서 배운 대로 차렷을 하고

눈만 때굴때굴 숨죽이고 섰는데

그 곁 난간 틈으로는

웬 코스모스도 하나 고개 뽑고 내다보는데

짐을 맡아들고 장모인지 시어미인지

오가는 사람들 저리 좀 비키라고

부산도 한데


사내는 햇볕에 절어 얼굴이 검고 아이 들쳐업은 여편네는 촌스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큰 아이는 엄마 곁에 붙어서 눈을 때굴때굴 굴리고 섰다. 멋진 바닷가도 해외 여행지도 아닌 기껏 중랑교 난간 위. 그러나 사내는 신바람이 나서 사진을 찍는다. 가족사진을 찍는다. 그렇다. 가족을 찍는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그 난간 틈으로 코스모스 하나 웬일이야? 고개를 뽑아 내다보고 짐을 맡아든 장모인지 시어미인지는 오가는 사람들 저리 좀 비키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렇다. 사진을 찍는다. 가족사진을 찍는다. 저 가족의 틈에 끼고 싶다. 아무 말 없이 볕 좋은 풍광 아래에 서서 촌스러움과 때굴때굴 굴리는 눈과 손사래치는 부산스러움에 감염되고 싶다. 사진을 찍느라 질끈 한 눈을 감으며 이를 가득 드러낸 사내의 신바람 속에 슬그머니 스며들고 싶다. 저 명화. <박주택·시인>


만나는곳: 2008.7.4 (금) 14:00 범계역 4번 출구
코스개관: 고천 선병원 뒤-정상-절터약수터-명상의숲-조각공원
날씨: 끈적끈적한 날씨. 물것도 많았고...



 



 

 



 

 

 

 

 

 

 

 



 



4명이 온다더니 이런 저런 사정으로 둘이 가게 된 산행.
어디 코스로 가나....
하산만 했던 고천으로 가기로 하고 10번 버스를 탔다. 헌데 기사가 안 내리냐고...
종점 지났단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아파트, 상가가 들어서 동네가 바뀌는 바람에 선병원 뒷쪽으로 물어물어 겨우 등산로 초입을 찾았다.

이쪽에서 올라가는 모락산 코스는 완만해서 좋다. 헌데도 오늘 날씨가 어찌나 더운지 땀이 나 끈적거린다. 물것도 날아다녀 물리기까지 하고 날파리도 눈앞에 어른거린다.
능선과 달리 나무 우거진 그늘은 이게 또 문제네..
미모를 지키자니 벌레가 달려들고 벌레를 피하자니 햇살에 노출되고...

쉬엄쉬엄 웰빙모드로 진행하며 오랫만에 만난 박과일과 이바구.
피차 바쁜 백수기간일것 같다.


그래도 서운해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데 새로 신은 등산화가 영 적응이 안되고 발목이 짧아서인지 헐떡거린다. 이럴땐 온몸의 진수 답게 온몸으로 기어 내려오면 되지 뭔 걱정.
다리 굵지 팔도 굵지 밥도 많이 먹지 힘도 세지 배낭은 가볍지....

절터약수터에 와 한참 쉬었다. 이곳에서 아랫쪽으로 내려섰다 명상의 숲으로 해서 모락산터널위에 모처럼 섰다.
가끔 터널을 뛰긴 하는데 터널 위 정자에 서니 백운호수도 내려다 보이고 바람도 잘 부는게 아주 좋다.
터널 건너 하산하다 모처럼 보리밥을 먹어 보기로...

일출보리밥 옆에 새로 지은 건물. 1년 되었다는데 참 오랫만에 여기도 와 보나보다. 한정식집 하려고 지은건데 아직 영업은 하지 않나보다.
보리밥집 노랑머리 언니도 전에는 아가씨로 보이더니 오늘 보니 아줌마가 되 버렸다. 얼굴에 살이 빠져 그런것 같다. 뒷모습은 영락없는 20대 인데 세월은 역시 비껴 갈 수 없나보다.

보리밥 먹고 계대 캠퍼스 가로질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