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락당(獨樂堂)’- 조정권(1949 ~ )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
윤선도가 유배지에서 작은 집을 짓고 나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맞아들이지 않아도 청산이 문 안으로 들어오고 온 산에 핀 꽃들이 단장하고 찾아오네. 앞 물소리가 시끄러워도 꺼리지 않으리라. 시끄러운 세상 소식을 들리지 않게 해줄 테니까.”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목숨을 걸고 상소하여 권세에 도전한 그는 불굴의 기개로 조선의 정신을 대표하였다. ‘독락당(獨樂堂)’이 그런 시다. 이 시는 깎아지를 듯한 벼랑의 고절(孤節)을 날 세우며 수직적인 정신성을 드러낸다. 자연과 감응하며 세사에 휩쓸리지 않는 정신은 청정한 별경(別景)을 마음 끝에 세운다.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길이 아닌 길을 찾는 자에게 벼랑 꼭대기는 매운 도(道)의 고처(高處)이자 치열한 사투 끝에 지은 마음의 누각(樓閣)이다. 그런데 누굴까, 그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 그곳에서 끝끝내 의(義)로써 생을 멸각(滅却)하는 이. <박주택·시인>
7.29 (화)
오늘부터 본격적 산행을 하기로 한 날인데 새벽무렵 비가 내린다. 원래 일찍 일어나 아침과 점심에 먹을 김밥까지 싸기로 했었는데 허사가 되 버려 다들 도로 잠을 청하는것 같다.
다행히 6:30 무렵 비가 그쳤다. 점심을 쌀 시간은 안되도 아침은 먹어야 하니 황샘 부지런히 밥을 하고 국을 끓여 아침을 준비.
비가 내려 걱정했는데 아침이 되니 화창한 날씨가 되어 몽블랑이 잘 보였다
부지런히 밥 먹고 산행 준비하고 출발하니 8:40.
아래는 여름인데 위는 눈이 있으니 복장을 어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가벼운 여름옷에 큰 배낭에 이중화, 아이젠, 고아잠바, 오버복, 장갑 등을 나름대로 챙긴다.
난 이중화가 없어 처음부터 비블암을 신고 나서니 짐이 좀 가볍다.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타는 곳
헌데 이곳 사람들은 비가 그칠줄 안것 같다. 벌써 사람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아예 아래에서부터 오버복에 하네스, 헬멧까지 쓴 사람도 보인다. 내심 너무 유난 떠는거 아닌가 생각했다.
케이블카에서 보이는 경치.
케이블카는 중간에 한번 갈아타고 표는 대부분 왕복권 (리턴 티켓)으로 끊는다. 편도는 싱글 티켓이라 한다.
케이블카가 어찌나 빨리 올라가는지 무섭다. 중간 케이블카 유지하는 철 구조물에 가까워지면 덜컹거리기까지 해 서울랜드에서 기구 타는것 같다.
중간에 내려 한번 더 올라가니 에귀디미디. 바늘이란 뜻이라는데 내리자마자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다.
다들 깜짝 놀라 고어잠바에 오버복에 바리바리 껴 입느라 바쁘다.
나이프릿지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고 기죽고...
헌데 여기 저기 산행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한쪽에 칼날같은 능선에 사람들이 줄지어 올라가고 내려간다.
설마 우리 저기 가는거 아니겠지? 아니줄 알았다. 헌데 우리가 갈 곳이 바로 저기란다.
문제는 다른 팀들은 하네스, 자일, 피켈 등을 준비하고 안자일렌 해서 연등을 하는데 우린 오늘 고소적응만 하는줄 알고 기껏해야 12발 아이젠과 스틱이 전부다. 피켈은 들고 오긴 했다. 그나마 대장님은 6발 아이젠만 준비하셨다.
어째야 하나....
산행 준비를 마치고...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안 갈 수도 없고 그냥 무대뽀 정신으로 버텨 보기로 했다.
대장님은 아무래도 안되게셨나 보다. 중간까지 간다던 계획도 포기하고 여기서 혼자 놀고 있을테니 우리들만 다녀오란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려다 볼때 날등이 막상 내려서니 조금 넓어 보인다는것. 원래 양쪽에서 교행할 때 피켈로 찍고 거기에 의지해 확보를 해야 하는데 우린 피켈도 놓고 왔으니 그냥 나의 신체 감각과 쌍스틱에 의지해 그야말로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심정으로 살살 내려섰다.
선두에 따라붙어 내려오는데 중간부터 내려오지 않는다. 아이젠이 벗겨져 다시 신느라 지체했단다.
우리가 상상하던 알프스는 설산만 있는게 아니라 여기저기 케이블카와 전선줄이 가득한 곳이었다...
가느다른 실같은 자국이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 우리도 그 길 중 한곳을 따라 내려가야 하고...
10:30 우리도 조심스럽게 나이프 리지를 따라 내려가니 비로서 안심이 되고...
문제는 오늘 날씨가 어찌나 화창한지 더워서 산행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대부분 잠바를 벗어 치웠다. 장갑도 얇은것만 끼어도 전혀 손도 시리지 않았다.
더구나 무차별로 하늘에서 눈에서 반사되는 햇볕으로 미모 지키는건 포기해야 할것 같다.
산행 후 보니 남자들은 얼굴은 그나마 선크림을 발랐는데 바르지 않는 귀가 타버려 가려워 껍질이 벗겨졌다.
버프를 쓰자니 더워 미치겠고 벗자니 얼굴이 시커먼스가 되 버리고...
고글은 그야말로 절대 필수 품목이다.
나이프 릿지를 내려서서 한숨 돌리며...
이번 산행을 위해 6개월간 마라톤을 했다는 류선생, 6개월간 산행 열심히 했다는 박교감. 그래서인지 오늘 선두에서 정말 잘 간다.
고소와 설산에서 12발 아이젠 적응 훈련이니 천천히 진행을 한다. 조심스럽게 내려섰다 올라선다.
오늘 목표는 뒤떼. (4248m) 케이블카 내린 에귀디미디가 3842m 란다.
홍샘은 후미에서 처져 천천히 올라와 내심 즐기는 산행을 하고 있는줄 알았단다. 나중에 본인 말로는 여행 기간이 길어지며 체력이 떨어져 기운이 딸려 힘겹게 올라간거라고 한다.
어디를 봐도 경치는 기가 막히고...
중간에 올라가다 산장 한곳이 보인다. 이곳에서 편하게 자고 산행을 할 수도 있단다. 물론 가격인 장난이 아니란다. 몇곳에는 눈밭에 텐트치고 야영하는 팀도 보였다. 우린 그냥 훈련 산행 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에서 몽블랑을 오를 수도 있는데 이 코스가 좀 힘들어 당일로는 안되고 1박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올라가다 배가 고픈데 김밥을 못 쌌으니 아침에 온 빵차에서 산 바게뜨와 치즈, 생고기 같은 소시지로 점심을 먹으려니 영 넘어가지 않는다. 참고로 샤모니 야영장에는 8시 무렵 빵차가 야영장을 돌면서 빵을 사는데 '빵~' 클랙션 소리를 내면서 나타난다. 가게에서 산 빵 보다는 빵차의 빵이 좀 더 부드럽단다.
점심을 먹는데 까마귀들이 와서 나누어 달라고 기다리고 있다.
뒤떼까지 가려는데 길은 점점 급경사가 되 간다. 올라가는건 어찌어찌 올라가겠는데 내려가는데 영 자신이 없다.
더구나 이중화때문에 발 뒤꿈치가 아파오는 황샘은 이러다 발 망가져 정작 몽블랑을 못가게 될까봐 이곳에서 하산을 한다고 한다. 신샘도 컨디션 조절을 위해 같이 하산한단다.
나도 조금 쫓아 올라가 봤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셋이 먼저 하산하기로 했다.
넘들인 안자일렌 해서 연등을 하는데 우리들은 여자 둘이 무식하고 용감하게 간다. 무대뽀로 보였을거다...
박교감은 우리들도 저렇게 눈밭에서 야영하는 줄 알았다고...
황샘이 발이 아파 뒤에 쳐지고 신샘이 앞서서 올라가고 내가 그 뒤를 쫓아 올라갔다. 내려올때 얼마 안 내려온것 같더니 새삼 그길을 뒤집어 가려는데 정말이지 멀었다. 일찍 하산하길 정말 잘한것 같았다.
무사히 에귀디미디에 올라서서
관광객들은 이곳까지 와서 사진찍고 눈 구경 하다 간다. 심지어 반팔, 반바지 입고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 눈에는 우리가 대단해 보였을것 같다. 그냥 관광모드가 아니라 산행 모드는 복장과 배낭 크기가 다르다. 우리가 실제로 해 보고나서 물론 깨달은 사실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가 또 한번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보다 좀 쳐져 황샘이 올라섰다. 부지런히 장비 챙기고 대장님을 찾아 나섰는데 어디에도 안 계시다. 여기도 전망대도 있고 카페도 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케이블카를 또 타고 이태리 국경지대도 다녀오셨고 엘리베이터 타고 전망대 꼭대기도 다녀 오셨다고....
찾다 안 계셔서 하산하신 줄 알고 케이블카 타고 되집어 내려오는데 한국인 관광객 한팀을 만났다. 그중 한 사람이 황샘과 신샘 복장을 보더니 반색을 하며 전문 등반 하는 사람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자고 한다. ㅎㅎ
케이블카 갈아 타는 곳
케이블카 타고 올라갈 때는 미쳐 못 봤는데 내려오다 보니 중간 갈아타는 곳에도 휴게소도 있고 트레킹 하는 길도 보이고 사람들도 보이고 이곳엔 꽃도 피어 있었다.
이쪽은 스위스 국경인지 휴게소 깃발은 스위스 국기다.
잠시 사진 찍고 아랫쪽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는데 대장님이 안 계시다.
어디 계실까....
트레킹 코스
내려와 두꺼운 옷 갈아입고 아이젠 말리고 있는데 대장님이 그제서야 내려오신다. 카페 밖에 계셨다는데 미처 못 만났나 보다.
우리팀이 언제 내려올지 몰라 황샘이 기다리도록 하고 막간을 이용해 장을 보자시는 대장님.
가다 장비점에 들렸다 가자 하니 혼자 고기 사러 가신다는 대장님. 고기를 2K나 사 오셨단다. 연일 고기라 질리는데 누가 다 먹나...
빙하 녹은 물에 래프팅도 하고 있었다. 경사는 완만하지만 물살이 아주 빠르다...
17:30 우리팀이 드디어 하산하고...
우리 팀도 뒤떼 정상까지는 못 갔고 거의 2/3 까지 갔단다. 우리가 하산한 지점이 1/3 정도라고 한다.
초장 선두에 섰던 박교감이 담배 한대 피우고 바로 고소가 와 하산에는 고생깨나 한것 같다. 류샘 말리지 않았다면 뒤떼 정상까지 갔을거란다. 류샘은 내심 말려줄걸 기대했다나 뭐라나...
정자에 쉬면서 허리아픈 백성 눌러주는 오샘
숙소로 돌아와 오늘도 바베큐 등심에 와인을 곁들이고...
앞집 개가 고기 달라고 와서 젊잖게 기다리고....
내일은 몽블랑에 도전하는 날.
중간에 구떼 산장에서 1박을 하는지라 구떼까지는 4시간 정도면 된다고 나와있으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출발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실수였다)
내일 산행에 날씨도 알아보고 오늘 산행에서 이중화 신은 류샘과 홍샘은 아이젠에 눈이 달라붙어 산행에 많다고 오전에 나가 빨래판을 사 가지고 온단다. 그리고 박교감 잃어버린 배낭을 내일 점심에 가져다 준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일부는 장비 사러 나가고 일부는 텐트 걷고 캠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미모정상에게 빌린 내 아이젠은 빨래판이 있어 홍샘이 빌려쓴다고 자기 신발 크기에 맞춰 조절해 놓았다. 내 신발이 이중화가 아니라 미모정상의 아이젠은 쓸 수가 없어 홍샘걸 빌려쓰는데 요즘은 당대에서 복을 받는다더니 바로 바로 덕을 쌓고 갚나보다.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
윤선도가 유배지에서 작은 집을 짓고 나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맞아들이지 않아도 청산이 문 안으로 들어오고 온 산에 핀 꽃들이 단장하고 찾아오네. 앞 물소리가 시끄러워도 꺼리지 않으리라. 시끄러운 세상 소식을 들리지 않게 해줄 테니까.” 나라가 어지러울 때마다 목숨을 걸고 상소하여 권세에 도전한 그는 불굴의 기개로 조선의 정신을 대표하였다. ‘독락당(獨樂堂)’이 그런 시다. 이 시는 깎아지를 듯한 벼랑의 고절(孤節)을 날 세우며 수직적인 정신성을 드러낸다. 자연과 감응하며 세사에 휩쓸리지 않는 정신은 청정한 별경(別景)을 마음 끝에 세운다.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길이 아닌 길을 찾는 자에게 벼랑 꼭대기는 매운 도(道)의 고처(高處)이자 치열한 사투 끝에 지은 마음의 누각(樓閣)이다. 그런데 누굴까, 그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 그곳에서 끝끝내 의(義)로써 생을 멸각(滅却)하는 이. <박주택·시인>
7.29 (화)
오늘부터 본격적 산행을 하기로 한 날인데 새벽무렵 비가 내린다. 원래 일찍 일어나 아침과 점심에 먹을 김밥까지 싸기로 했었는데 허사가 되 버려 다들 도로 잠을 청하는것 같다.
다행히 6:30 무렵 비가 그쳤다. 점심을 쌀 시간은 안되도 아침은 먹어야 하니 황샘 부지런히 밥을 하고 국을 끓여 아침을 준비.
비가 내려 걱정했는데 아침이 되니 화창한 날씨가 되어 몽블랑이 잘 보였다
부지런히 밥 먹고 산행 준비하고 출발하니 8:40.
아래는 여름인데 위는 눈이 있으니 복장을 어찌 준비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는다. 가벼운 여름옷에 큰 배낭에 이중화, 아이젠, 고아잠바, 오버복, 장갑 등을 나름대로 챙긴다.
난 이중화가 없어 처음부터 비블암을 신고 나서니 짐이 좀 가볍다.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타는 곳
헌데 이곳 사람들은 비가 그칠줄 안것 같다. 벌써 사람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대부분 현지인들은 아예 아래에서부터 오버복에 하네스, 헬멧까지 쓴 사람도 보인다. 내심 너무 유난 떠는거 아닌가 생각했다.
케이블카에서 보이는 경치.
케이블카는 중간에 한번 갈아타고 표는 대부분 왕복권 (리턴 티켓)으로 끊는다. 편도는 싱글 티켓이라 한다.
케이블카가 어찌나 빨리 올라가는지 무섭다. 중간 케이블카 유지하는 철 구조물에 가까워지면 덜컹거리기까지 해 서울랜드에서 기구 타는것 같다.
중간에 내려 한번 더 올라가니 에귀디미디. 바늘이란 뜻이라는데 내리자마자 찬바람이 불고 겨울이다.
다들 깜짝 놀라 고어잠바에 오버복에 바리바리 껴 입느라 바쁘다.
나이프릿지를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보고 기죽고...
헌데 여기 저기 산행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한쪽에 칼날같은 능선에 사람들이 줄지어 올라가고 내려간다.
설마 우리 저기 가는거 아니겠지? 아니줄 알았다. 헌데 우리가 갈 곳이 바로 저기란다.
문제는 다른 팀들은 하네스, 자일, 피켈 등을 준비하고 안자일렌 해서 연등을 하는데 우린 오늘 고소적응만 하는줄 알고 기껏해야 12발 아이젠과 스틱이 전부다. 피켈은 들고 오긴 했다. 그나마 대장님은 6발 아이젠만 준비하셨다.
어째야 하나....
산행 준비를 마치고...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안 갈 수도 없고 그냥 무대뽀 정신으로 버텨 보기로 했다.
대장님은 아무래도 안되게셨나 보다. 중간까지 간다던 계획도 포기하고 여기서 혼자 놀고 있을테니 우리들만 다녀오란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려다 볼때 날등이 막상 내려서니 조금 넓어 보인다는것. 원래 양쪽에서 교행할 때 피켈로 찍고 거기에 의지해 확보를 해야 하는데 우린 피켈도 놓고 왔으니 그냥 나의 신체 감각과 쌍스틱에 의지해 그야말로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심정으로 살살 내려섰다.
선두에 따라붙어 내려오는데 중간부터 내려오지 않는다. 아이젠이 벗겨져 다시 신느라 지체했단다.
우리가 상상하던 알프스는 설산만 있는게 아니라 여기저기 케이블카와 전선줄이 가득한 곳이었다...
가느다른 실같은 자국이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 우리도 그 길 중 한곳을 따라 내려가야 하고...
10:30 우리도 조심스럽게 나이프 리지를 따라 내려가니 비로서 안심이 되고...
문제는 오늘 날씨가 어찌나 화창한지 더워서 산행을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대부분 잠바를 벗어 치웠다. 장갑도 얇은것만 끼어도 전혀 손도 시리지 않았다.
더구나 무차별로 하늘에서 눈에서 반사되는 햇볕으로 미모 지키는건 포기해야 할것 같다.
산행 후 보니 남자들은 얼굴은 그나마 선크림을 발랐는데 바르지 않는 귀가 타버려 가려워 껍질이 벗겨졌다.
버프를 쓰자니 더워 미치겠고 벗자니 얼굴이 시커먼스가 되 버리고...
고글은 그야말로 절대 필수 품목이다.
나이프 릿지를 내려서서 한숨 돌리며...
이번 산행을 위해 6개월간 마라톤을 했다는 류선생, 6개월간 산행 열심히 했다는 박교감. 그래서인지 오늘 선두에서 정말 잘 간다.
고소와 설산에서 12발 아이젠 적응 훈련이니 천천히 진행을 한다. 조심스럽게 내려섰다 올라선다.
오늘 목표는 뒤떼. (4248m) 케이블카 내린 에귀디미디가 3842m 란다.
홍샘은 후미에서 처져 천천히 올라와 내심 즐기는 산행을 하고 있는줄 알았단다. 나중에 본인 말로는 여행 기간이 길어지며 체력이 떨어져 기운이 딸려 힘겹게 올라간거라고 한다.
어디를 봐도 경치는 기가 막히고...
중간에 올라가다 산장 한곳이 보인다. 이곳에서 편하게 자고 산행을 할 수도 있단다. 물론 가격인 장난이 아니란다. 몇곳에는 눈밭에 텐트치고 야영하는 팀도 보였다. 우린 그냥 훈련 산행 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에서 몽블랑을 오를 수도 있는데 이 코스가 좀 힘들어 당일로는 안되고 1박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올라가다 배가 고픈데 김밥을 못 쌌으니 아침에 온 빵차에서 산 바게뜨와 치즈, 생고기 같은 소시지로 점심을 먹으려니 영 넘어가지 않는다. 참고로 샤모니 야영장에는 8시 무렵 빵차가 야영장을 돌면서 빵을 사는데 '빵~' 클랙션 소리를 내면서 나타난다. 가게에서 산 빵 보다는 빵차의 빵이 좀 더 부드럽단다.
점심을 먹는데 까마귀들이 와서 나누어 달라고 기다리고 있다.
뒤떼까지 가려는데 길은 점점 급경사가 되 간다. 올라가는건 어찌어찌 올라가겠는데 내려가는데 영 자신이 없다.
더구나 이중화때문에 발 뒤꿈치가 아파오는 황샘은 이러다 발 망가져 정작 몽블랑을 못가게 될까봐 이곳에서 하산을 한다고 한다. 신샘도 컨디션 조절을 위해 같이 하산한단다.
나도 조금 쫓아 올라가 봤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셋이 먼저 하산하기로 했다.
넘들인 안자일렌 해서 연등을 하는데 우리들은 여자 둘이 무식하고 용감하게 간다. 무대뽀로 보였을거다...
박교감은 우리들도 저렇게 눈밭에서 야영하는 줄 알았다고...
황샘이 발이 아파 뒤에 쳐지고 신샘이 앞서서 올라가고 내가 그 뒤를 쫓아 올라갔다. 내려올때 얼마 안 내려온것 같더니 새삼 그길을 뒤집어 가려는데 정말이지 멀었다. 일찍 하산하길 정말 잘한것 같았다.
무사히 에귀디미디에 올라서서
관광객들은 이곳까지 와서 사진찍고 눈 구경 하다 간다. 심지어 반팔, 반바지 입고 올라오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 눈에는 우리가 대단해 보였을것 같다. 그냥 관광모드가 아니라 산행 모드는 복장과 배낭 크기가 다르다. 우리가 실제로 해 보고나서 물론 깨달은 사실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리가 또 한번 몸으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보다 좀 쳐져 황샘이 올라섰다. 부지런히 장비 챙기고 대장님을 찾아 나섰는데 어디에도 안 계시다. 여기도 전망대도 있고 카페도 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케이블카를 또 타고 이태리 국경지대도 다녀오셨고 엘리베이터 타고 전망대 꼭대기도 다녀 오셨다고....
찾다 안 계셔서 하산하신 줄 알고 케이블카 타고 되집어 내려오는데 한국인 관광객 한팀을 만났다. 그중 한 사람이 황샘과 신샘 복장을 보더니 반색을 하며 전문 등반 하는 사람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자고 한다. ㅎㅎ
케이블카 갈아 타는 곳
케이블카 타고 올라갈 때는 미쳐 못 봤는데 내려오다 보니 중간 갈아타는 곳에도 휴게소도 있고 트레킹 하는 길도 보이고 사람들도 보이고 이곳엔 꽃도 피어 있었다.
이쪽은 스위스 국경인지 휴게소 깃발은 스위스 국기다.
잠시 사진 찍고 아랫쪽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는데 대장님이 안 계시다.
어디 계실까....
트레킹 코스
내려와 두꺼운 옷 갈아입고 아이젠 말리고 있는데 대장님이 그제서야 내려오신다. 카페 밖에 계셨다는데 미처 못 만났나 보다.
우리팀이 언제 내려올지 몰라 황샘이 기다리도록 하고 막간을 이용해 장을 보자시는 대장님.
가다 장비점에 들렸다 가자 하니 혼자 고기 사러 가신다는 대장님. 고기를 2K나 사 오셨단다. 연일 고기라 질리는데 누가 다 먹나...
빙하 녹은 물에 래프팅도 하고 있었다. 경사는 완만하지만 물살이 아주 빠르다...
17:30 우리팀이 드디어 하산하고...
우리 팀도 뒤떼 정상까지는 못 갔고 거의 2/3 까지 갔단다. 우리가 하산한 지점이 1/3 정도라고 한다.
초장 선두에 섰던 박교감이 담배 한대 피우고 바로 고소가 와 하산에는 고생깨나 한것 같다. 류샘 말리지 않았다면 뒤떼 정상까지 갔을거란다. 류샘은 내심 말려줄걸 기대했다나 뭐라나...
정자에 쉬면서 허리아픈 백성 눌러주는 오샘
숙소로 돌아와 오늘도 바베큐 등심에 와인을 곁들이고...
앞집 개가 고기 달라고 와서 젊잖게 기다리고....
내일은 몽블랑에 도전하는 날.
중간에 구떼 산장에서 1박을 하는지라 구떼까지는 4시간 정도면 된다고 나와있으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출발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엄청난 실수였다)
내일 산행에 날씨도 알아보고 오늘 산행에서 이중화 신은 류샘과 홍샘은 아이젠에 눈이 달라붙어 산행에 많다고 오전에 나가 빨래판을 사 가지고 온단다. 그리고 박교감 잃어버린 배낭을 내일 점심에 가져다 준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일부는 장비 사러 나가고 일부는 텐트 걷고 캠프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미모정상에게 빌린 내 아이젠은 빨래판이 있어 홍샘이 빌려쓴다고 자기 신발 크기에 맞춰 조절해 놓았다. 내 신발이 이중화가 아니라 미모정상의 아이젠은 쓸 수가 없어 홍샘걸 빌려쓰는데 요즘은 당대에서 복을 받는다더니 바로 바로 덕을 쌓고 갚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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