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울’- 이경교(1958~ )
이곳에 물은 얼마나 많은 알을 깐 걸까
질펀한 저 밑바닥까지 따뜻하다
어지러운 파문을 만들어 깊은 숨을 내쉬는
물의 어느 빛나던 과거
물굽이 눈부신 한나절, 물이끼 속으로 스며들면
무거운 잠의 수면 아래, 몸이 불어버린
물이 알을 슨다
이따금 꽃잎총을 쏘는 별빛과 눈이 맞아
연초록 산 하나 배고 싶었던 걸까
물은 또 배가 무거워 알을 낳고 싶은지
몸을 낮춘다
내가 저 흘러간 날들의 물거울에
추운 얼굴 비출 때
고구려 건국 신화에는 유화부인이 웅심연(熊心淵-물) 출신으로 나와 있다. 이는 신라 박혁거세의 비(妃)인 알영이 알영정(閼英井-물) 출신이라는 것과 같다. 유화와 알영은 하늘의 남신이었던 해모수와 박혁거세의 여성이 됨으로써 풍요와 생명이라는 신화적 상상력을 지닌다. 물은 죽은 사람을 되살아나게도 하는데 바리데기 신화에서 공주가 죽은 부모를 구하기 위해 서천서역국(西天西域國)에서 생명수를 가져오는 것이 그 한 예. 목욕재계나 정화수 역시 성심(誠心)이 비치기를 기원하는 믿음이 서려 있는데 이는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에서처럼 자기 성찰적 시선을 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 ‘물이 알을 까고’ ‘별빛과 눈이 맞아’ ‘산(山) 하나를 배고 싶었던’ 물은, 화려했던 그 옛날 ‘어느 빛나던 과거’. 그러나 지금은 ‘추운 얼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은 또 배가 무거워 알을 낳고 싶은지 몸을 낮춘다”. 물을 통해 자기 자신과 만나 더 깊은 곳에 이르려는 일상의 신화적 재생 의식! <박주택·시인>
8.4 (월)
아침이다. 날이 좋다. 텐트 밖을 내다보니 오늘도 황샘 아침밥 하느라 부산하다. 난 마음껏 게으름을 피웠다.
여기를 보세요~
얼굴은 퉁퉁 부었지만 기분은 짱~
늦은 아침을 먹고 날씨를 알아보니 수요일까지 날씨가 좋고 그 다음은 비가 내릴 확률이 많다고 한다. 마터호른에 오르려면 몽블랑보다 난이도가 더 높으니 좋은 날씨가 절대적이다. 오늘 서둘러 쩨르마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와 박교감은 몽블랑 등정으로 만족하고 마터호른은 실력있는 젊은 사람들끼리 가는게 좋다고 맘은 먹었었다.
기다리는 동안 달리기 연습이라도 하려고 운동화까지 챙겼다.
텐트 말리고 짐 싸는 중
부지런히 짐 챙기고 오늘로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로 넘어간다. 점심은 지나가다 휴게소에서 스프를 끓여 빵과 같이 먹기로 했다.
덜 마른 옷은 차에 여기저기 걸쳐 놓았다.
샤모니 지나기 전 먹으려던 점심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결국 스위스로 넘어가게 되었다. 스위스는 길이 더 꼬불거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지 지붕 대부분이 얇은 돌 기와를 올려 놓았다.
도로공사 하는 곳이 몇군데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깃발로 차량통제를 할 곳을 이곳은 신호등을 설치해 놓았다. 인건비가 비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신호보다는 합리적으로 보였다.
점심먹기
넓은 공터에 테이블도 있고 조망도 맞춤한 곳에 차를 세우고 물을 끓여 스프를 끓었다. 쨍한 햇볕에 잠시 빨래도 내다 널었다.
스위스 곳곳에 우리나라 같은 과일 노점삼이 자주 보였다. 그리고 결코 평탄하지 않은 도로에 산악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마트에서 장보기
쩨르마트는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차는 쩨르마트 입구에 주차해 놓고 기차나 전기차를 타고 들어가 야영장까지는 짐을 메고 가야 한단다.
마트에서 또 먹을걸 잔뜩 산다. 장보다 날새게 생겼다.
과일, 고기, 야채 등등 많이도 산다. 언제 다 먹는다고...
태쉬에 차를 주차하고...
쩨르마트 전 태쉬 택시회사에 차를 주차하고 이곳 택시를 이용해 쩨르마트 입구까지 9인승 밴 차량을 이용해 올라가기로 했다.
헌데 마터호른을 올라갈 사람은 등반장비를 챙기니 짐이 한가득이다.
홍샘이 컨디션 좋은 사람이 마터호른 올라가자는 말 한마디에 혹시나 하는 욕심에 등산장비를 챙겼다.
오샘은 처음엔 몽블랑도 포기했으니 마터호른은 올라간다고 하더니 막상 이곳에 오니 등반장비를 빼 놓는다.
괜히 가지고 올라가면 갈등만 생긴다고 마음을 접은것 같다. 헌데도 난 완전히 접지 못하고 정상까지는 못 가더라도 솔베이 산장까지라도 가보고 싶었다. (그곳까지는 눈도 없다고 한다)
입구부터 보이는 마터호른 정상은 구름에 가려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내리고... (뒤에 보이는 전기차)
정리를 했는데도 한가득인 짐들. 다행히 입구에서 야영장까지는 5분만 걸어 올라가니 바로 나왔다.
쩨르마트 야영장은 단 한개로 넓은 공터가 있고 화장실, 샤워실 시설도 매주 간소했다.
여기저기 텐트가 촘촘하게 쳐 있어 우리는 화장실 가까운 빈 공터에 텐트 3동을 쳤다.
이곳은 전기도 쓸 수 없어 가스가 부족해 비싼 가스를 사야 했다.
저녁 준비하기...
돼지고기가 너무 두꺼워 수육으로 끓이고 이 국물에 감자탕을 해 먹고...
두 산을 다 포기한 오샘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여기서도 배추를 사 걷절이를 해 먹고...
저녁을 먹는데 손님 방문
한참 맥주, 와인을 곁들어 저녁을 먹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혜초여행사 가이드로 여성산악회 총무라고 한다. 본인은 직업때문에 몽블랑은 못 올랐고 손님 모시고 샤모니에서 트레킹을 하고 쩨르마트로 왔다고 한다.
우리처럼 전문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부럽다고 하는데 성격 정말 좋았다.
영어를 잘하니 현지인과 의사소통이 훨씬 수월했다.
내일 날이 좋으려는지 석양에 비춘 산이 아름다웠다
철저한 베지터리안이라는 루마니아 인.
내일은 등반 갈 사람들 짐을 훼른리까지 함께 들어다 주기로 한 날.
루마니아 인이 훼른리 발음이 틀렸다면서 훼~른리 하면서 지적해 주니 대장님 왈,
You know 양수~리, 용대~리?
우리 모두 다 뒤집에 졌다. ㅎㅎㅎ
계란도 먹지않는 철처한 베지터리안이라며 음식을 한가지씩 나누어 먹자는데 김치에도 젓갈이 들어가니 줄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밥을 김에 싸서 주었다. 그랬더니 수박 1/4 쪽을 가져오며 수박 안의 속살이 그 나라에서는 사랑을 의미하는 거라고 가져다 주었다.
굉장히 동양적인 사람인지 다음날 아침에 보니 반가부좌를 하고 참선을 하고 있었다.
박미경씨는 늦게까지 남아 함께 산 이야기, 여행 이야기 등등을 나누다 오늘 얻어 먹었다고 내일은 자기도 술과 안주를 들고 온다고 하고 떠났다.
류샘은 계속 누가 산에 갈거냐고, 몇명이 가는지 결정해야 텐트를 어느걸 가져갈지 정한다면서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이는데 정말 서운했다. 그렇다고 미안해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 발목을 잡을까봐 그러는거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짜증을 낼게 아니라 함께 못가니 좀 미안한 체라도 해야 하는거 아닌가?
나도 내일 등반팀에 정말정말 끼고 싶긴 했지만 같이 가자는 말 한마디도 없고 2인 1조로 등반을 해야 하는데 만약 내가 쫓아갔다간 시간도 지체되고 내가 남을 확보해 줄 실력도 없으니 자칫 등반이 실패하면 그 책임을 다 뒤집어 쓸것 같아 가지않기로 최종 마음을 굳혔다. 그래도 속마음은 가보고 후회하는데 끼고 싶었다.
우리도 내일 등반 갈 사람도 있고 해서 빨리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곳에 물은 얼마나 많은 알을 깐 걸까
질펀한 저 밑바닥까지 따뜻하다
어지러운 파문을 만들어 깊은 숨을 내쉬는
물의 어느 빛나던 과거
물굽이 눈부신 한나절, 물이끼 속으로 스며들면
무거운 잠의 수면 아래, 몸이 불어버린
물이 알을 슨다
이따금 꽃잎총을 쏘는 별빛과 눈이 맞아
연초록 산 하나 배고 싶었던 걸까
물은 또 배가 무거워 알을 낳고 싶은지
몸을 낮춘다
내가 저 흘러간 날들의 물거울에
추운 얼굴 비출 때
고구려 건국 신화에는 유화부인이 웅심연(熊心淵-물) 출신으로 나와 있다. 이는 신라 박혁거세의 비(妃)인 알영이 알영정(閼英井-물) 출신이라는 것과 같다. 유화와 알영은 하늘의 남신이었던 해모수와 박혁거세의 여성이 됨으로써 풍요와 생명이라는 신화적 상상력을 지닌다. 물은 죽은 사람을 되살아나게도 하는데 바리데기 신화에서 공주가 죽은 부모를 구하기 위해 서천서역국(西天西域國)에서 생명수를 가져오는 것이 그 한 예. 목욕재계나 정화수 역시 성심(誠心)이 비치기를 기원하는 믿음이 서려 있는데 이는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에서처럼 자기 성찰적 시선을 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 ‘물이 알을 까고’ ‘별빛과 눈이 맞아’ ‘산(山) 하나를 배고 싶었던’ 물은, 화려했던 그 옛날 ‘어느 빛나던 과거’. 그러나 지금은 ‘추운 얼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은 또 배가 무거워 알을 낳고 싶은지 몸을 낮춘다”. 물을 통해 자기 자신과 만나 더 깊은 곳에 이르려는 일상의 신화적 재생 의식! <박주택·시인>
8.4 (월)
아침이다. 날이 좋다. 텐트 밖을 내다보니 오늘도 황샘 아침밥 하느라 부산하다. 난 마음껏 게으름을 피웠다.
여기를 보세요~
얼굴은 퉁퉁 부었지만 기분은 짱~
늦은 아침을 먹고 날씨를 알아보니 수요일까지 날씨가 좋고 그 다음은 비가 내릴 확률이 많다고 한다. 마터호른에 오르려면 몽블랑보다 난이도가 더 높으니 좋은 날씨가 절대적이다. 오늘 서둘러 쩨르마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와 박교감은 몽블랑 등정으로 만족하고 마터호른은 실력있는 젊은 사람들끼리 가는게 좋다고 맘은 먹었었다.
기다리는 동안 달리기 연습이라도 하려고 운동화까지 챙겼다.
텐트 말리고 짐 싸는 중
부지런히 짐 챙기고 오늘로 프랑스를 떠나 스위스로 넘어간다. 점심은 지나가다 휴게소에서 스프를 끓여 빵과 같이 먹기로 했다.
덜 마른 옷은 차에 여기저기 걸쳐 놓았다.
샤모니 지나기 전 먹으려던 점심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결국 스위스로 넘어가게 되었다. 스위스는 길이 더 꼬불거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지 지붕 대부분이 얇은 돌 기와를 올려 놓았다.
도로공사 하는 곳이 몇군데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깃발로 차량통제를 할 곳을 이곳은 신호등을 설치해 놓았다. 인건비가 비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수신호보다는 합리적으로 보였다.
점심먹기
넓은 공터에 테이블도 있고 조망도 맞춤한 곳에 차를 세우고 물을 끓여 스프를 끓었다. 쨍한 햇볕에 잠시 빨래도 내다 널었다.
스위스 곳곳에 우리나라 같은 과일 노점삼이 자주 보였다. 그리고 결코 평탄하지 않은 도로에 산악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마트에서 장보기
쩨르마트는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차는 쩨르마트 입구에 주차해 놓고 기차나 전기차를 타고 들어가 야영장까지는 짐을 메고 가야 한단다.
마트에서 또 먹을걸 잔뜩 산다. 장보다 날새게 생겼다.
과일, 고기, 야채 등등 많이도 산다. 언제 다 먹는다고...
태쉬에 차를 주차하고...
쩨르마트 전 태쉬 택시회사에 차를 주차하고 이곳 택시를 이용해 쩨르마트 입구까지 9인승 밴 차량을 이용해 올라가기로 했다.
헌데 마터호른을 올라갈 사람은 등반장비를 챙기니 짐이 한가득이다.
홍샘이 컨디션 좋은 사람이 마터호른 올라가자는 말 한마디에 혹시나 하는 욕심에 등산장비를 챙겼다.
오샘은 처음엔 몽블랑도 포기했으니 마터호른은 올라간다고 하더니 막상 이곳에 오니 등반장비를 빼 놓는다.
괜히 가지고 올라가면 갈등만 생긴다고 마음을 접은것 같다. 헌데도 난 완전히 접지 못하고 정상까지는 못 가더라도 솔베이 산장까지라도 가보고 싶었다. (그곳까지는 눈도 없다고 한다)
입구부터 보이는 마터호른 정상은 구름에 가려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내리고... (뒤에 보이는 전기차)
정리를 했는데도 한가득인 짐들. 다행히 입구에서 야영장까지는 5분만 걸어 올라가니 바로 나왔다.
쩨르마트 야영장은 단 한개로 넓은 공터가 있고 화장실, 샤워실 시설도 매주 간소했다.
여기저기 텐트가 촘촘하게 쳐 있어 우리는 화장실 가까운 빈 공터에 텐트 3동을 쳤다.
이곳은 전기도 쓸 수 없어 가스가 부족해 비싼 가스를 사야 했다.
저녁 준비하기...
돼지고기가 너무 두꺼워 수육으로 끓이고 이 국물에 감자탕을 해 먹고...
두 산을 다 포기한 오샘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여기서도 배추를 사 걷절이를 해 먹고...
저녁을 먹는데 손님 방문
한참 맥주, 와인을 곁들어 저녁을 먹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혜초여행사 가이드로 여성산악회 총무라고 한다. 본인은 직업때문에 몽블랑은 못 올랐고 손님 모시고 샤모니에서 트레킹을 하고 쩨르마트로 왔다고 한다.
우리처럼 전문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부럽다고 하는데 성격 정말 좋았다.
영어를 잘하니 현지인과 의사소통이 훨씬 수월했다.
내일 날이 좋으려는지 석양에 비춘 산이 아름다웠다
철저한 베지터리안이라는 루마니아 인.
내일은 등반 갈 사람들 짐을 훼른리까지 함께 들어다 주기로 한 날.
루마니아 인이 훼른리 발음이 틀렸다면서 훼~른리 하면서 지적해 주니 대장님 왈,
You know 양수~리, 용대~리?
우리 모두 다 뒤집에 졌다. ㅎㅎㅎ
계란도 먹지않는 철처한 베지터리안이라며 음식을 한가지씩 나누어 먹자는데 김치에도 젓갈이 들어가니 줄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밥을 김에 싸서 주었다. 그랬더니 수박 1/4 쪽을 가져오며 수박 안의 속살이 그 나라에서는 사랑을 의미하는 거라고 가져다 주었다.
굉장히 동양적인 사람인지 다음날 아침에 보니 반가부좌를 하고 참선을 하고 있었다.
박미경씨는 늦게까지 남아 함께 산 이야기, 여행 이야기 등등을 나누다 오늘 얻어 먹었다고 내일은 자기도 술과 안주를 들고 온다고 하고 떠났다.
류샘은 계속 누가 산에 갈거냐고, 몇명이 가는지 결정해야 텐트를 어느걸 가져갈지 정한다면서 짜증스러운 태도를 보이는데 정말 서운했다. 그렇다고 미안해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 발목을 잡을까봐 그러는거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짜증을 낼게 아니라 함께 못가니 좀 미안한 체라도 해야 하는거 아닌가?
나도 내일 등반팀에 정말정말 끼고 싶긴 했지만 같이 가자는 말 한마디도 없고 2인 1조로 등반을 해야 하는데 만약 내가 쫓아갔다간 시간도 지체되고 내가 남을 확보해 줄 실력도 없으니 자칫 등반이 실패하면 그 책임을 다 뒤집어 쓸것 같아 가지않기로 최종 마음을 굳혔다. 그래도 속마음은 가보고 후회하는데 끼고 싶었다.
우리도 내일 등반 갈 사람도 있고 해서 빨리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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